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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 이 두 가지의 본질은 상호 소통하고 이로부터 부분으로서의 나를 관찰하기만 한다면 전체로서의 만물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임<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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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ko.wikipedia.org/wiki/%EC%8B%A0%EC%98%81%EB%B3%B5 신영복 선생님]의 글씨로 쓴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
 
  
 
[[분류: 동양철학개설]]
 
[[분류: 동양철학개설]]

2022년 4월 20일 (수) 13:57 기준 최신판

중국의 또 다른 창세신화, 반고[편집 | 원본 편집]

반고

☞ 사진출처: 위키백과(<<[https://ko.wikipedia.org/wiki/%EC%82%BC%EC%9E%AC%EB%8F%84%ED%9A%8C 삼재도회>>에 실린 반고)]

  • "'반고 신화"' (정재서, <<이야기 동양신화>>, 황금부엉이, 2004, 35~39쪽)
 ① 태초의 우주는 아주 커다란 알과 같았다. 그 거대한 알의 내부는 지극한 혼돈 상태로 마치 노른자와 흰자가 한 데 들어 있는 달걀의 속과 같았다.
 하늘과 땅은 서로 구분이 없이 뒤섞여 있었고,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이 뒤엉켜, 어둠과 밝음조차 나누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 격렬한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 아주 작은 덩어리가 생겨났고 그것은 점점 커져서 거대한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마치 달걀 속의 병아리처럼 알 속의 혼돈이 최초의 우주적 생명인 한 거인을 낳은 것이다.


Chaos.png

☞ 사진출처: 정재서, <<이야기 동양신화>>, 황금부엉이, 2004, 36쪽

 ☞1. 질문: 그런데 왜 태초의 우주는 서로 구분 없이 뒤섞여 있었다고 보았을까? 혼돈의 의미는 무엇일까?
 ☞2. 질문: 왜 반고는 알에서부터 시작될까?


 ② 거인은 혼돈의 알 속에서 그 커다란 몸을 웅크린 채 마냥 잠을 잤다. 주변이 온통 혼돈의 소용돌이인 알 속에 갇힌 채 거인은 너무나 깊고 깊은 잠에 빠져 깨어날 줄을 몰랐다.
 그렇게 1만 년 동안이나 거인은 잠들어 있었고 그 긴 시간 동안 세상은 여전히 혼돈의 알 속에서 거인과 함께 갇혀 있었다. 거인이 잠들어 있는 달걀 같은 알이 세상의 전부였고, 혼돈 상태의 우주였다. 그 속은 어둡고 컴컴했으며 시간과 공간이 함께 녹아 있었다.
 다시 세월이 흘러 8천 년이 지났다. 그러던 어느날, 그렇게 깊은 잠에 빠져 있던 거인이 드디어 잠에서 깨어났다.
 거인이 잠에서 깨어나자 알 속의 혼돈은 갑자기 크게 출렁거리며 흔들렸다. 알을 깨뜨리려는 거인의 몸부림으로 혼돈 속에 뒤엉켜 있던 온갖 기운은 점차 두 개의 소용돌이로 뭉쳐 거인의 주위를 감싸기 시작했다. 이 두 개의 소용돌이는 마치 커다란 뱀과 같은 모양이어서 거인의 몸을 감싸고 맹렬하게 꿈틀거렸다.
 이런 거대한 소용돌이를 몸에 휘감은 채 거인이 마침내 우렁찬 소리와 함께 알을 깨뜨리자 이 두 마리 뱀 모양의 기운은 한꺼번에 밖으로 빠져나와 뒤엉켜 있던 서로의 몸을 풀고 각각 위와 아래로 순식간에 갈라지기 시작했다. 비로소 하늘과 땅이 나뉘기 시작한 것이다. 1만 8천 년 동안의 잠에서 깨어나 혼돈의 알을 깨고 천지를 개벽시킨 태초의 거인, 그 거인의 이름은 반고였다.
 ☞3. 질문: 하늘과 땅이 애초에는 하나였지만 나중에 둘로 나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③ 반고가 태어나자, 알 속에서 뒤엉켜 있던 하늘과 땅이 이렇게 갈라져 나왔다. 드디어 태초의 하늘과 땅이 열린 것이다.
 천지개벽! 밝고 맑은 기운은 위로 올라가 가벼운 하늘이 되었고, 어둡고 탁한 기운은 아래로 아래로 내려앉아 마침내 무거운 땅이 되었다.
 반고는 새로 생겨난 하늘과 땅 가운데서 매일매일 빠르게 변해갔다. 하늘은 날마다 1장(丈: 3미터)씩 높아갔고, 땅은 날마다 1장씩 아래로 두꺼워졌다. 반고 역시 날마다 1장씩 키가 커졌다.
 이렇게 다시 1만 8천 년이 흘렀다. 그러자 하늘은 까마득히 높아졌고, 땅은 지극히 낮아졌으며, 반고는 어마어마하게 키가 커졌다. 마침내 하늘과 땅은 9만 리나 멀리 떨어지게 되었다.
 ☞4. 질문: 하늘을 이루는 밝고 맑은 기운, 땅을 이루는 어둡고 탁한 기운은 무슨 뜻일까?
 ☞5. 질문: 왜 하필 하늘과 땅의 거리를 9만리로 보았을까?


 ④ 하지만 다시 세월이 무수히 흘러 조금도 흔들림이 없을 것 같던 반고도 나이를 먹자 점차 쇠약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반고의 그 거대한 몸은 마침내 우렁찬 소리를 내며 땅 위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런데 웬일일까? 죽은 반고의 몸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그의 숨결은 바람과 구름이 되었다. 목소리는 우레가 되고, 왼쪽 눈은 해가 되고 오른쪽 눈은 달이 되었다. 그뿐인가. 손과 발은 사방의 이름난 산이 되고, 피는 강물이 되고, 힘줄은 길이 되었다. 그리고 살은 논밭이 되었다.
 거인 반고의 온몸 구석구석이 남김없이 다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머리털과 수염은 별이 되고, 몸에 난 털은 초목이 되고, 이와 뼈는 쇠붙이와 돌로, 골수는 보석으로 변했다. 그기 흘린 땀은 비와 호수가 되어 땅위를 적셨다.
 그리고 그의 몸의 벌레들은 바람을 맞고 인간으로 변했다.
 ☞6. 질문: 반고의 죽음 이후 그의 신체가 자연스럽게 자연물, 인간으로 변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반고 신화 들여다 보기[편집 | 원본 편집]

1. 창조 신화에 나타난 우주와 세계에 대한 기본 인식[편집 | 원본 편집]

  • 정재서, <<이야기 동양신화>>, 황금부엉이, 2004, 40~43쪽; 정재서·전수용·송기정, <<신화적 상상력과 문화>>,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12, 6쪽

○ 세계가 어떻게 만들어졌나 하는 것은 고대로부터 철학자들의 공통된 관심사였음

굴원(B.C.340~B.C.278)의 <천문>
태초의 일 누가 들려주었던가? 형체 없던 하늘과 땅, 어떻게 해서 생겨났나? 해와 달이 뜨는 이치, 그 누가 알 수 있나? 혼돈의 그 모습, 무슨 수로 볼 수 있나?

○ 창조 신화는 원시 인류의 우주와 세계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후세 사람들의 사고 방식과 관념에 큰 영향을 미침
○ 반고 신화에서도 다른 서양의 신화들과 마찬가지로 이 세상이 처음 혼돈에서 시작되었다고 보았음. 하지만 반고 신화의 특징은 그 시작부터 애초에 구분없이 하나였으며, 지금은 만물이 서로 떨어져 상관없는 것들처럼 보이지만 이들이 모두 하나의 동질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동양적 사유를 보여줌 (아래 6번의 보다 자세한 설명 참고)


2. 반고와 난생신화[편집 | 원본 편집]

○ 난생신화는 반고신화 뿐만 아니라 다른 동서양의 신화에서도 나타남
Werber.jpg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세계는 알로 시작해서 알로 끝난다. 알은 세계의 여러 신화에서 여명의 상징이자 황혼의 상징이다. 
 고대 이집트의 가장 오래된 우주 창조 신화에서는 천지 창조가 태양과 생명의 씨앗을 품고 있던 우주 알이 깨지면서 이루어진 것으로 묘사된다. 
 오르페우스 밀교의 신화에 따르면, 시간(크로노스)이 밝은 대기(아르테르)와 결합하여 암흑(에레보스) 속에서 은색 알을 낳았다. 윗부분에는 하늘을 아랫부분에는 땅을 품고 있던 이 알에서 자웅의 양성을 갖춘 개벽의 신 파네스가 나왔다.
 힌두교의 서사시 가운데 하나인 <<브라만다 푸라나>>에도 난생 신화가 나온다. 이 신화에 따르면, 태초에 천지 창조에 앞서 우주 알 브라만다가 있었다. 이 알의 껍데기는 존재와 무의 경계를 이루는 히라냐가르바(황금 자궁)였다. 시간이 흘러 이 우주 알이 깨지자, 속껍질은 구름으로 변했고, 핏줄은 강이 되었으며, 액체는 바다가 되었다.
우리가 공부하는 인문학의 소재들이 상상력과 창작의 소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왜 알이었을까? 알은 새와 관련되어 있다.

  • 새의 상징성

○ 새는 높은 하늘을 나는 능력을 지녀, 우주에 질서를 부여하는 신의 사자로 여겨지기도 함
○ 한국 신화에서도 박혁거세, 김수로 등의 시조 신화들은 알과 관련되어 있음
○ 이러한 한국 신화에 나타나는 알, 조류의 상징적 의미는 다음과 같음
- 김홍겸, <중국 난생신화의 초학제적 연구: 알의 상징성과 그 인식>, <<동양고전연구>> 61, 동양고전학회, 2015, 519~520쪽

태양의 정령: 고대인들은 조류는 태양의 정령으로 태양신[일신(日神)]이며 태양과 동일한 개념으로 숭배하고, 태양과 조류가 상호비유 혹은 상징되었음

새와 태양

☞ 이미지출처: Pixabay

천상계의 사자: 조류에 대해 새는 그 날아오르는 속성으로 인해 천상계와 지상계를 오가는 심부름꾼[사자(使者)]이 되거나 천상으로 가는 사후 영혼의 운송자로 인식되어 왔음


○ 이처럼 고대에 새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존재, 때로는 태양신과 합치된 상징적 존재로서 이해되었음


3. 하늘과 땅, 음과 양에 대한 이해[편집 | 원본 편집]

  • 반고 신화와 관련한 또 다른 그림

Pangu2.jpg

이미지 출처

거인 반고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 중국에서는 고대로부터 하늘과 땅을 물질적인 존재로서의 의미 뿐만 아니라, 자연과 인간을 아우르는 세상의 원리적 측면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 보았음
○ 그리고 이를 음과 양으로 표현했음
Yinyang.jpg

○ 이 음과 양의 원초적인 의미는 그늘(음지), 햇볕(양지)임. 이 두 가지는 서로 반대된 것인 것 같지만 이 둘이 있기 때문에 음이 지닌 어둠, 양이 지닌 햇볕을 인식할 수 있게 함
그늘과 햇볕의 상관관계

☞ 이미지 출처: Pixabay

○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늘과 햇볕 같은 세상의 양면성을 음과 양의 두 카테고리 안에 배속시켰음 Yinyang2.png

○ 하지만 이 둘은 서로 대립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둘을 통합하는 하나에서 나왔음. 그 하나는 바로 태극(太極)임
○ 음과 양처럼 이 세상에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은 애초에 하나에서 나왔기 때문에 서로를 포괄하며, 반대되는 서로가 있기 때문에 서로를 완성해 줄 수 있다는 대립->종합으로의 사유를 보여줌


4. 하늘과 땅을 이루는 기운=인간을 이루는 기운[편집 | 원본 편집]

○ 반고 신화에서는 본래 구분없이 하나였던 것이 두 개의 기운으로 나뉘어져 하늘과 땅을 이룬다고 보았음
○ 밝고 맑은 기운은 가벼워 위로 올라가 하늘이 되었고 어둡고 탁한 기운은 무거워 내려앉아 땅이 되었다고 보았음. 이 두 개의 기운 또한 원래는 하나에서 비롯된 것임

그렇다면 인간은?

  • 양기와 음기로 이루어진 인간

○ 인간 또한 하늘과 땅을 이루고 있는 두 개의 기운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았음. 이것이 바로 양기와 음기임
○ 그리고 이 양기와 음기는 또한 인간을 이루고 있다고 보았음
○ 기운을 뜻하는 기(氣)는 한자의 최초의 기원인 갑골문에 아래와 같이 쓰여 있음
Qi2.png - 글자 출처: 중국 위키

이 글자를 보니 무슨 생각이 떠오르나요?


갑골문에 쓰여진 기(氣)의 의미

  1. 서로 다른 세 개의 가는 선, 구름이 이리저리 떠다닌다는 의미
  2. 가장 위의 선은 하늘, 가장 아래 선은 땅, 중간에 있는 선은 하늘과 땅 사이의 기운을 의미

Cloud.jpg

☞ 이미지 출처: Pixabay


최초의 글자풀이 책인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풀이한 기(氣)의 의미

Qi3.jpg

- 이 글자에는 쌀을 뜻하는 쌀 '미(米)'자가 들어 있음
- 중국 최초의 글자풀이 책인 <<설문해자>>에서는 이 의미에 대해 "손님에게 보내는 소가 먹는 꼴과 사람이 먹는 쌀[궤객추미(饋客芻米)]"이라고 풀이했음. 즉 인간, 동물을 비롯한 자연물의 생명과 관련된 의미를 지님


인간의 몸과 마음, 영혼과 육신을 이루고 있는 양기와 음기 (김수청, <유교의 영혼관에 대한 분석적 고찰>, <<한국민족문화>> 25,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2005, 274~283쪽)

- 유교에서는 인간존재가 하늘과 땅을 벗어나서는 애초부터 그 존재가 불가능하다고 보았음. 사람이란 하늘과 땅의 작용을 받은 것 중에서 가장 크고 뛰어난 것으로 해석했음
- 인간은 혼(魂)과 백(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았음. 혼은 양의 기운이고, 백은 음의 기운임. 또 혼은 우리의 정신적인 것을 이루고 백은 우리의 육체적인 것을 이룬다고 보았음
- 양기와 음기로 이루어져 있는 인간의 혼과 백은 인간의 삶과 죽음을 이해하는 기본 틀이 되었음. 기운이 엉겨서 뭉치면[응취(凝聚)] 한 생명이 생겨나고 이것이 흩어지면 인간을 비롯한 만물이 죽는다고 보았음
- 인간의 죽음을 기운의 흩어짐으로 보고 하늘과 같은 속성인 양의 기운으로 구성된 혼은 하늘로 날아가고, 땅과 같은 속성인 음의 기운으로 구성된 백은 흩어진다고 보았음
- 혼비백산(魂飛魄散): 혼은 날아가고 백은 흩어진다는 뜻

그렇다면 인간의 죽음 뒤엔?

돌아간다!

어디로?

하늘과 땅으로


5. 동양의 수에 담긴 철학[편집 | 원본 편집]

-서감려(徐竷麗), 이윤선(李允先), 고정(高靜), <중국의 짝수와 홀수 신앙습속 비교 및 문화 함의>, <<비교민속학>> 44집, 비교민속학회, 2011, 193~222쪽

○ 숫자는 단순히 몇 인지 세거나 계산하거나 하는 기능적 측면을 넘어서 철학적 의미를 지니고 있었음
○ 대표적으로 하늘을 상징하는 양, 땅을 상징하는 음을 숫자로 표현하기도 했음. 양은 홀수이고 음은 짝수라고 보았음
○ 반고 신화에서 천지를 개척하는 신화에는 홀수를 숭상하는 관념이 나타남. 특히 숫자 9는 양을 상징하는 홀수(1, 3, 5, 6, 9) 가운데에서도 가장 큰 수임. 고대 중국인들은 아주 높은 뜻을 나타낼 때 자주 9라는 숫자를 표현했음(구천, 구만리 등)
○ 서감려 등은 중국의 짝수와 홀수의 신앙습속 및 문화적 함의를 분석하면서 고대인들은 짝수보다는 홀수를 숭배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각각의 숫자들이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고 보았음
○ 즉 숫자 3은 거시세계(천/지/인)에 대한 분류, 5는 구조미(집을 지을 때 기둥을 5개로 하는 등), 7은 신비함과 기특함(7월 7일에 견우와 직녀의 이별, 7월을 귀신의 날이라 하여 귀신이 인간세상에 환생하는 시기로 보는 풍속 등), 9는 복잡함과 극에 이름을 상징한다고 보았음
○ 홀수는 태어남, 변천, 변화를 뜻하며 굉장함, 숭고함, 기특한 미를 나타낸다고 보았고 짝수는 완성, 온정, 원만을 상징한다고 정리했음


6. 반고의 자연스러운 죽음 이후 만물이 생겨난 이야기에 대한 이해[편집 | 원본 편집]

  • 정재서, <<이야기 동양신화>>, 황금부엉이, 2004, 40~43쪽

○ 태초에 있었던 거인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는 자연과 인간의 존재 원리를 '상생과 조화'에서 찾느냐, '대립과 극복'에서 찾느냐 하는 중요한 차이를 반영하는 것임
○ 다른 문화의 신화에도 반고 신화와 유사한 시체화생설, 거인화생설(거인의 죽음으로 이 세상이 만들어짐)이 있지만 그 맥락은 서로 다름
○ 예를 들어 바빌로니아 신화에서 모든 신의 어머니인 거인 티아마트는 마르두크를 비롯한 젊은 신들에 의해 살해당함. 살해자들은 거인 티아마트의 몸통을 반으로 갈라 하늘과 대지를 만들고 머리로 산과 강을 만듦. 인도 신화에서는 거인 푸루샤가, 게르만 신화에서는 거인 위미르가 각각 다른 신들에게 살해당한 후에 역시 그 몸이 절단되어 하늘과 대지, 바다, 호수 등의 자연으로 새롭게 창조됨

티아마트

티아마트 신화 조각 (출처: 위키피디아)

○ 정재서는 살해라는 의도적인 대립 행위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이야기와는 달리, 반고 신화는 노화, 죽음, 재탄생 등의 자연적 순환 모델을 기초로 하는 생태적 세계관의 기원을 담고 있다고 보았음
○ 즉 서양의 신체화생 신화의 경우 가해자인 신들이 살해된 거인의 신체를 절단하고 분리하여 자연을 만드는 반면, 반고 신화에서는 인간의 몸과 자연을 동일시 하는 통합적 사고 방식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음


동양의 상관적 사유(correlative thinking) (정병석, <<유학, 연속성의 세계와 철학>>, 영남대학교출판부, 2014, 22~23쪽)

○ 세계 중의 많은 대응하는 양극, 예를 들면 하늘과 인간[천인(天人)], 마음과 몸[심신(心身)] 등이 결코 단절된 것이 아니고 상관(相關)되는 연속적 관계를 구성하고 있다는 사유 체계
○ 이러한 동양의 상관적 사유의 특징은 우주 및 세계의 각종 범주는 기본적으로 모두 동질적이고, 우주 및 각종 범주는 서로 영향을 준다는 것임
○ 예를 들면 맹자는 "만물이 모두 나에게 갖추어져 있다[만물개비어아의(萬物皆備於我矣)]"라고 했는데 이는 나와 전체로서의 만물이 서로 같은 본질을 가지고 있음을 가정하는 것임. 나와 만물이 같은 본질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하여 인간과 자연 및 만물의 연속을 말함
○ 즉 이 두 가지의 본질은 상호 소통하고 이로부터 부분으로서의 나를 관찰하기만 한다면 전체로서의 만물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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