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남자 기론"의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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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남자>>는 특히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전적으로 기론을 통해 설명하고 있음</br>
 
○ <<회남자>>는 특히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전적으로 기론을 통해 설명하고 있음</br>
 
○ 인체는 자연의 축소판이라는 한의학의 관점, 자연의 기운이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풍수론의 관점 등은 모두 이미 한대 초에 확립된 생각들임</br>
 
○ 인체는 자연의 축소판이라는 한의학의 관점, 자연의 기운이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풍수론의 관점 등은 모두 이미 한대 초에 확립된 생각들임</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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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남자>> <숙진훈(俶眞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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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안 편찬, 이준영 해역, <<회남자>>, 자유문고, 2015</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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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진: 처음의 참된 진실이라는 뜻. 숙(俶)은 처음, 진(眞)은 진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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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이 있다는 것은 처음이 아닌 것[미시(未始)]이 있기도 하고 처음이 있는 것[유시(有始)]이 있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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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다[유(有)]는 것이 존재하는 것은 없다[무(無)]는 것이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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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시(有始)라고 한 것은 끓어오르는 분노가 아직 발산되지 않았으며 싹의 조짐이 움트지 않았고 경계의 한도 안에서 형체가 있지는 않지만 그 없고 없는 상태에도 끊임없이 꿈틀거리는 것처럼 장차 태어나려고 하는데 사물의 종류를 이루지 않은 상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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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시(未始)가 있고 유시가 있다는 것은 하늘의 기가 처음으로 내려오고 땅의 기가 처음으로 올라가 음과 양이 섞여 합해 서로 더불어 한가롭게 놀며 우주의 사이에서 다투어 창성해서 덕을 입고 조화를 함축해 성대하고 왕성하게 모여 사물과 접촉하고자 하지만 조짐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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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 있다는 것은 만물이 살아 있고 뿌리와 줄기와 가지와 잎사귀는 푸르고 푸르며 무성하고 무성하며 가지각색의 색채를 띠며 벌레들이 날아 꿈틀거리며 기어다니고 부리로 숨을 쉬며 비비고 따르는 것을 파악하는 데 수를 헤아릴 수 있는 것을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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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가 있다는 것은 보아도 그 형상을 보지 못하고 들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잡으려고 해도 잡지 못하는 것이며 바라보아도 끝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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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시(未始)에도 유와 무가 있다는 것은 하늘과 땅이 분리되지 않고 음과 양이 쪼개어지지 않고 사계절이 나누어지지 않아서 만물이 태어나지 않았는데도 깊고 넓어 평평하고 고요하며 적연히 맑고 맑아서 그 형체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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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괴(大塊: 큰 덩어리, 공간)는 나를 형체로 실어주고 나를 생명으로 수고롭게 하고 나를 노련한 것으로 편안하게 해주고 나를 죽음으로 휴식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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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삶을 좋게 하는 것은 나의 죽음도 좋게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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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이라도 사람의 형상을 만나게 되면 기뻐할 것이다. 사람과 같은 것은 천 번을 변화하고 만 번을 변화해서 처음부터 끝이 있던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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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너져 없어지면 다시 새로워지는데 그것을 즐거움으로 삼는다면 그 즐거움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예컨대 꿈속에서 새가 되어 하늘을 난다든가 꿈속에서 물고기가 되어 연못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은 것은 그 꿈에서는 그것이 꿈인지를 알지 못하고 깨어난 뒤에야 그것이 꿈인지를 아는 것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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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을 때에는 어떻게 삶의 즐거움을 알았겠는가? 지금 내가 죽지 않았으니 또 어찌 죽음이 즐겁지 않다는 것을 알겠는가?

2022년 11월 1일 (화) 00:10 판

<<회남자>>의 기론적 세계관

"기"라고 하면 생각나는 말들은?


☞ 이석명, <<회남자: 한대 지식의 집대성>>, 사계절, 2004

○ 우주 만물의 생성과 발전 그리고 자연 세계에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기로 설명하는 것은 동양의 전통적 사유임. 이것을 우리는 흔히 '기론적 세계관'이라고 부름
○ 중국철학사에서 기라는 말은 애초 '구름의 기운[운기(雲氣)]', 혹은 '호흡하는 숨기운[식기(息氣)]' 정도로 이해되었음
○ 그후 '기'는 그 의미가 확대되면서 점차 우주 만물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로 이해되었음
○ 기의 모임과 흩어짐으로 인간의 생사 현상, 더 나아가 사물의 생멸 현상을 설명하는 사유는 이후 동북아시아 사람들의 보편적인 생각이 되었음

 사람이 태어나는 것은 기가 모이기 때문이다. 기가 모이면 생겨나고 기가 흩어지면 죽는다. ... 그러므로 천하에 존재하는 것은 단지 일기(一氣: 하나의 기)뿐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장자>> <지북유>

○ 동양사상의 특성을 흔히 유기체론적 사고라고 함. 유기체론에서 세계는 전체로 존재함. 전체는 단지 부분들의 산술적 집합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덩어리이자 살아있는 생명체임. 마치 잔잔한 호수에 작은 돌을 던지면 그 파문이 전체로 퍼져 나가듯 우주 어느 한 구석에 모종의 변화가 생기면 그것이 우주 전체로 파급되어 나간다고 보았음
○ 동양의 우주론, 철학, 천문, 지리, 역법, 풍수, 역학, 예술, 무술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기론적 사유가 중요하게 작용해 왔음
○ 이러한 기론적 사고는 전국 시대 말에 널리 유행하기 시작해서 한대에 이르면 이미 모든 사람들의 사고를 지배하게 됨. <<회남자>>에도 이런 기론적인 세계관이 나타나고 있음. <<회남자>>는 당시에 유행한 이러한 사조를 반영하고 있으며 특히 기존에 단편적으로 흩어져 있던 우주론 또는 생성론에 관련된 사고들을 끌어 모아, 기론을 중심으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우주 생성론을 완성시켰음
○ <<회남자>>는 특히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전적으로 기론을 통해 설명하고 있음
○ 인체는 자연의 축소판이라는 한의학의 관점, 자연의 기운이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풍수론의 관점 등은 모두 이미 한대 초에 확립된 생각들임


<<회남자>> <숙진훈(俶眞訓)>

☞ 유안 편찬, 이준영 해역, <<회남자>>, 자유문고, 2015

  • 숙진: 처음의 참된 진실이라는 뜻. 숙(俶)은 처음, 진(眞)은 진실임
 1.
 처음이 있다는 것은 처음이 아닌 것[미시(未始)]이 있기도 하고 처음이 있는 것[유시(有始)]이 있기도 한 것이다.
 ...
 있다[유(有)]는 것이 존재하는 것은 없다[무(無)]는 것이 존재하는 것이다.
 ...
 유시(有始)라고 한 것은 끓어오르는 분노가 아직 발산되지 않았으며 싹의 조짐이 움트지 않았고 경계의 한도 안에서 형체가 있지는 않지만 그 없고 없는 상태에도 끊임없이 꿈틀거리는 것처럼 장차 태어나려고 하는데 사물의 종류를 이루지 않은 상태일 뿐이다.
 미시(未始)가 있고 유시가 있다는 것은 하늘의 기가 처음으로 내려오고 땅의 기가 처음으로 올라가 음과 양이 섞여 합해 서로 더불어 한가롭게 놀며 우주의 사이에서 다투어 창성해서 덕을 입고 조화를 함축해 성대하고 왕성하게 모여 사물과 접촉하고자 하지만 조짐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
 유가 있다는 것은 만물이 살아 있고 뿌리와 줄기와 가지와 잎사귀는 푸르고 푸르며 무성하고 무성하며 가지각색의 색채를 띠며 벌레들이 날아 꿈틀거리며 기어다니고 부리로 숨을 쉬며 비비고 따르는 것을 파악하는 데 수를 헤아릴 수 있는 것을 말한 것이다.
 무가 있다는 것은 보아도 그 형상을 보지 못하고 들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잡으려고 해도 잡지 못하는 것이며 바라보아도 끝이 없는 것이다.
 ...
 미시(未始)에도 유와 무가 있다는 것은 하늘과 땅이 분리되지 않고 음과 양이 쪼개어지지 않고 사계절이 나누어지지 않아서 만물이 태어나지 않았는데도 깊고 넓어 평평하고 고요하며 적연히 맑고 맑아서 그 형체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2.
 대괴(大塊: 큰 덩어리, 공간)는 나를 형체로 실어주고 나를 생명으로 수고롭게 하고 나를 노련한 것으로 편안하게 해주고 나를 죽음으로 휴식하게 한다.
 나의 삶을 좋게 하는 것은 나의 죽음도 좋게 할 수 있는 것이다.
 ...
 한 번이라도 사람의 형상을 만나게 되면 기뻐할 것이다. 사람과 같은 것은 천 번을 변화하고 만 번을 변화해서 처음부터 끝이 있던 적이 없었다.
 무너져 없어지면 다시 새로워지는데 그것을 즐거움으로 삼는다면 그 즐거움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예컨대 꿈속에서 새가 되어 하늘을 난다든가 꿈속에서 물고기가 되어 연못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은 것은 그 꿈에서는 그것이 꿈인지를 알지 못하고 깨어난 뒤에야 그것이 꿈인지를 아는 것과 같은 것이다. 
 ...
 처음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을 때에는 어떻게 삶의 즐거움을 알았겠는가? 지금 내가 죽지 않았으니 또 어찌 죽음이 즐겁지 않다는 것을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