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박괘와 복괘 읽기"의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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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괘의 순서: 현행본 『주역』의 23번째 괘 | * 괘의 순서: 현행본 『주역』의 23번째 괘 |
2023년 10월 25일 (수) 10:38 기준 최신판
박괘(剝卦) 읽기[편집 | 원본 편집]
- 괘의 순서: 현행본 『주역』의 23번째 괘
- 박(剝)의 의미: 박괘의 ‘박(剝)’은 일반적으로 깎여서 떨어진다는 ‘박락(剝落)’의 의미로 쓰이고 있음. 이를 음양소식(陰陽消息: 음양이 깎이고 자라남)의 관점에서 설명하곤 함. 즉 음이 이제 막 자라나기 시작해서 양을 변화시켜 양이 깎여 떨어져나가는 상(象)으로 해석하는 것임
- 괘상: 산지박(山地剝), 곤하간상(坤下艮上)
=> 박괘는 하괘의 곤괘와 상괘의 간괘로 구성되어 있음
박괘(剝卦) 괘사[편집 | 원본 편집]
剝(박)은 不利有攸往(불리유유왕)하니라. 박(剝)은 가는 바를 둠이 이롭지 않다.(나아가는 것이 있으면 불리하다.)
- 여러 음이 자라나고 성대해져서 양을 쇠퇴하게 하고 깎는 때이기 때문에 여러 소인들이 군자를 깎아내리는 때임(정이)
- 음이 건괘를 깎아나가고 있는 상황으로 해석되기도 함. 유(柔)가 강(剛)을 변화시켜서 소인의 도가 자라나는 상황임(『주역집해(周易集解)』, 우번(虞翻))
☞ 여기서 생각해볼 수 있는 박괘의 때의 행동원칙: 함부로 나아가지 말라
박괘(剝卦) 「단전」[편집 | 원본 편집]
彖曰(단왈) 剝(박)은 剝也(박야)니 柔變剛也(유변강야)니 不利有攸往(불리유유왕)은 小人(소인)이 長也(장야)일새라. 順而止之(순이지지)는 觀象也(관상야)니 君子尙消息盈虛(군자상소식영허) 天行也(천행야)라. 「단전(彖傳)」에 말했다. “박(剝)은 깎임이니, 유(柔)가 강(剛)을 변화시킨 것이니, 가는 바를 둠이 이롭지 않음은 소인(小人)이 자라나기 때문이다. (때에) 순응하여 멈춤은 상(象)을 관찰해 보고서 하는 것이니, 군자가 소식(消息: 사그라들고 자라남)과 영허(盈虛: 가득차고 빔)를 숭상하는 것은 하늘의 운행이기 때문이다.”
- 박괘 단전의 “소식영허”라는 구절은 『장자(莊子)』, 「추수(秋水)」에 보임. 진고응이라는 학자는 「단전」이 도가사상의 체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보았음(陳鼓應, 『易傳與道家思想』, 臺灣商務印書館, 1994, 37~40쪽)
=> 마치면 시작이 있다(終則有始), 사그라들기도 하고 불어나기도 하고 가득차기도 하고 비기도 한다고 하는 소식영허(消息盈虛) 등의 주역의 구절은 도가문헌인 장자 등에서도 똑같이 나타남
- 순이지지(順而止之: 순응하여 멈춤)
○ 여기에서 순응함(順)은 하괘 곤괘의 성질이고 멈춤(止)은 상괘 간괘의 성질임. 이를 「단전」에서는 박괘의 때에 처한 사람의 처세 방법으로 언급되고 있음
○ 즉 박괘의 때에는 시대에 순응하여 나아가려 하지 않고 멈춰야 함을 말하고 있는 것임
- 유가와 도가철학이 종합된 『주역』
○ 『주역』은 유가경전으로서 굳건한 위치를 지키고 있지만 한편으로 점치는 책으로서 『역경』 안에는 도가 사유가 배태된 철학적 배경을 살펴볼 수 있는 부분들이 나타나며 후대에 완성된 철학책으로서의 『역전』 부분에는 도가 문헌과 동일한 구절이 나오기도 함
○ 『주역』곤괘(坤卦), 유약함에 대한 존중: 강하고 진취적인 양(陽)의 미덕과 함께 물러나고 유한 음(陰)의 미덕도 함께 존중하고 있음
○ 도가사상가들은 소식영허의 가득참의 반대로서의 텅빔을 중시함. 『주역』 겸괘(謙卦)에서는 가득찬 것에 대한 경계, 겸허함의 가치를 말함
○ 유교경전으로서의 『주역』이 도가의 장점을 수용한 것이라고 보든, 아니면 도가적 사유가 일부 주역에 녹아있다고 보든 어쨌든 아마도 『주역』이 철학서로서의 역전부분이 완비되어 가면서 유가와 함께 도가를 어느 정도 그 기술적인 방향에서든 그 사상적인 방향에서도 종합해 나갔다고 하는 점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임
박괘(剝卦) 「상전」[편집 | 원본 편집]
象曰(상왈) 山附於地剝(산부어지박)이니 上(상)이 以(이)하여 厚下(후하)하여 安宅(안택)하나니라. 「상전(象傳)」에 말했다. “산이 땅에 붙어 있는 것이 박(剝)이니, 윗사람이 이를 본받아서 아랫사람들에게 후덕하게 하여 집을 편안하게 한다.”
- 산부어지박(山附於地剝: 산이 땅에 붙어 있는 것)
○ 산은 본래 높은데 지금 땅에 붙어 있으니 깎여서 떨어져나간 상(象)임(공영달)
- 상이후하안택(上以厚下安宅: 윗사람이 이를 본받아서 아랫사람들에게 후덕하게 함)
○ 윗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풍족하고 후덕하게 하고 만물의 거처를 편안하게 해서 박괘의 때를 예방함(공영달)
박괘(剝卦) 효사, 「상전」 [편집 | 원본 편집]
初六(초육)은 剝牀以足(박상이족)이니 蔑貞(멸정)이라 凶(흉)하도다. 초육은 상(牀)을 깎되 상의 발에서부터 함이니, 바른 것을 없애니 흉하다.
象曰(상왈) 剝牀以足(박상이족)은 以滅下也(이멸하야)라. 「상전(象傳)」에 말했다. “‘박상이족(剝牀以足)’은 아래에서 소멸시키는 것이다.”
- 박상이족(剝牀以足: 상을 깎되 상의 발에서부터 함)
○ 초효는 가장 아래에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상의 발이라고 표현하고 있음
○ 직접적으로 피부로 느껴지지는 않지만 깎아나감이 먼 데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는 상황임
- 멸정(蔑貞)
○ 蔑(멸)은 없앤다는 뜻. 아래에서부터 바름, 정도(正道)를 깎아나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흉한 상황임(정이)
☞ 여기서 생각해볼 수 있는 박괘의 때의 원칙: 직접적으로 와 닿지 않는 기미에 주목하라
六二(육이)는 剝牀以辨(박상이변)이니 蔑貞(멸정)이라 凶(흉)토다. 육이(六二)는 상(牀)을 깎아나가되 변(辨)에 이름이니, 정도(正道)를 소멸시켜서 흉하도다.
象曰(상왈) 剝牀以辨(박상이변)은 未有與也(미유여야)일새라.
「상전(象傳)」에 말했다. “‘박상이변(剝牀以辨)’은 아직 함께 하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 박상이변(剝牀以辨: 상을 깎아나가되 변에 이름)
○ ‘변’은 침상의 본체 아래, 침상의 발 윗부분, 발과 침상의 본체를 나누는 부분임(공영달)
○ 이제 깎여서 떨어져나감이 위 침범하여 ‘변’이라는 부분까지 이른 것으로 점차 사람의 몸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뜻함
- 未有與也(미유여야: 아직 함께 하는 이가 없음)
○ 박괘의 육이효는 육오효와 불응의 관계이기 때문에 응하여 함께하는 이가 없다고 한 것임
六三(육삼)은 剝之无咎(박지무구)니라. 육삼은 박(剝)의 때에 있어서 허물이 없다.
象曰(상왈) 剝之无咎(박지무구)는 失上下也(실상하야)일새라. 「상전(象傳)」에 말했다. “‘박지무구(剝之无咎)’는 위아래의 여러 음들과 단절되어 있기 때문이다.”
- 剝之无咎(박지무구: 박(剝)의 때에 있어서 허물이 없음)
○ 육삼효가 상구효와 응하기 때문에 여러 음들이 양을 깎아나가지만 자신 혼자 양과 협력하고 있으니 박괘에 때에 처해 있지만 허물이 없을 수 있는 것임(왕필)
- 失上下也(실상하야: 위아래의 여러 음들과 단절되어 있음)
○ 삼효가 비록 상효와 응의 관계에 있지만 삼효의 위아래로 각각 두 음이 있지만 홀로 양과 응하고 있기 때문에 위아래 음들과 멀어졌음을 의미함. 위아래 음들과 편당짓지 않기 때문에 위아래와 단절되어 있어 괘사에서 허물이 없다고 말했다고 본 것임
☞ 여기서 생각해볼 수 있는 박괘의 때의 원칙: 타협하지 말아야 할 마지노선을 분명하게 하라
六四(육사)는 剝牀以膚(박상이부)니 凶(흉)하니라. 육사(六四)는 상(牀)을 깎아 살갗에 미침이니, 흉하다.
象曰(상왈) 剝牀以膚(박상이부)는 切近災也(절근재야)라. 「상전(象傳)」에 말했다. “‘박상이부(剝牀以膚)’는 재앙에 매우 가까운 것이다.”
- 剝牀以膚(박상이부: 상을 깎아 살갗에 미침)
○ 膚(부): 살갗
○ 직접적으로 피부로 그 깎임의 고통이 느껴지는 단계에 이르렀음
○ 초효와 이효는 침상을 깎지만 아직 몸을 깎는 지경에 이르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사람들이 편안한 상황임. 하지만 사효에 이르러서는 깎는 상황이 점차 침상까지 미쳐서 이미 다 깎아내버리고 사람 몸에까지 미친 상황으로, 소인들이 마침내 흥성해짐에 온갖 것들이 자신의 몸을 이를 지경까지 가게 된 상황임. 이제 살갗에까지 깎임이 미치게 되었기 때문에 재앙에 가까운 상황임(왕필)
六五(육오)는 貫魚(관어)하여 以宮人寵(이궁인총)이면 无不利(무불리)리라. 육오는 물고기를 꿰듯이 하여 궁인(宮人)이 총애를 받듯이 하면 이롭지 않음이 없으리라.
象曰(상왈) 以宮人寵(이궁인총)이면 終无尤也(종무우야)리라. 「상전(象傳)」에 말했다. “궁인(宮人)이 총애를 받듯이 하면 끝내 허물이 없을 것이다.”
- 관어(貫魚: 물고기를 꿰듯이 함)
○ 물고기는 음물(陰物)임.(魚, 陰物) 물고기를 꿰었다는 것은 머리를 나란히 하고 서로 순서 있게 있는 모습을 가리킴. 여기에서는 여러 음들이 순서를 따르고 질서 있는 모습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임(정이)
- 이궁인총(以宮人寵: 궁인이 총애를 받듯이 함)
○ 왕필은 박괘 육오효에 대해 박괘의 때에 처하여 존귀한 자리를 얻어 여기에 거하고 있으니 “박”의 주체(중심)가 되는 효라고 보았음
○ 박괘의 때에 정상적인 사람들에게 해가 되는 것이 소인에게는 총애를 얻게 되어서 군자를 소멸시키는 기회가 되는 것이라고 보았음
○ 만일 소인에게 혜택과 총애를 베푼다면 궁인에게 하듯이 할 뿐이고 정도(正道)를 해치지 않게 되면 끝내는 허물이 없을 것이라고 보았음. 여기에서 궁인은 궁중의 사람으로 처첩(妻妾)과 왕을 모시고 심부름하는 사람들을 일컬음
- 육오효는 박괘의 다섯 음효 가운데에서 존귀한 자리에 처한 음의 주체이며, 자신의 아래에 있는 여러 음들을 이끌어 질서를 잡을 수 있는 존재로 언급되고 있으며, 이는 박괘의 때가 또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음
☞ 여기서 생각해볼 수 있는 박괘의 때의 원칙: 때론 소인에 대한 적절한 수용이 필요하다
上九(상구)는 碩果不食(석과불식)이니 君子(군자)는 得輿(득여)하고 小人(소인)은 剝廬(박려)리라. 상구는 큰 과일이 먹히지 않음이니, 군자는 수레를 얻고 소인은 집을 허물어뜨릴 것이다.
象曰(상왈) 君子得輿(군자득여)는 民所載也(민소재야)요 小人剝廬(소인박려)는 終不可用也(종불가용야)라. 「상전(象傳)」에 말했다. “군자(君子)가 수레를 얻음은 백성에게 실려지는 바이며, 소인(小人)이 집을 허무는 것은 끝내 쓰일 수 없는 것이다.”
- 碩(석): 크다
- 輿(여): 수레. 여론이라고 할 때에도 이 ‘輿'자를 씀
- 廬(려): 오두막집
- 석과불식(碩果不食)
○ 여러 양들이 소멸되고 깎임이 다하고 나서 상구 한 효만 양효로 남아있는 상황임. 이것이 큰 과일이 먹힘을 당하지 않는 것과 같으며, 다시 생겨날 이치를 보여주는 것임(정이)
☞ 여기서 생각해볼 수 있는 박괘의 때의 원칙: 암흑기를 어떻게 보냈느냐는 언젠가 명확하게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