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철학개설 명가1
사물을 보는 방법 열 가지: 역물십사
☞ 그런 경험 해본 적 있나요? 어릴 때 아빠가 엄청 크다고 생각했는데
☞ 그림 출처: [동화책 <<내 옆의 아빠>> (수쉬 지음, 위문숙 번역) http://mobile.picturebook-museum.com/artist_book.asp?b_code=18931]
☞ 어느날 나이가 들어보니 아빠가 갑자가 엄청 작아 보이는 순간
☞ 그림 출처: 박순철 화백의 <아버지 뒷모습>
☞ 엄청 큰 상처라고 생각했는데 친구한테 이야기하고 보니, 마음에서 털어내고 보니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았던 상처
☞ 이럴 때 우리는 크다, 작다라고 하는 게 절대적인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 하지만 우리는 이 크다, 작다라는 말에 갇혀 자칫 우리 생각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쓰는 개념, 언어의 진상이 무엇인지 때론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전국시기의 명가
○ 명가로 분류되는 학파들은 상시고가 다른 명제들을 제시하면서 개념, 명(名)의 본질을 드러내고자 했음. 이들은 다시 크게 두 가지 입장으로 정리될 수 있음
1. 혜시로 대표되는 입장: '명'의 상대성을 부각시켜 언어적 분별의 덧없음을 주장함
2. 공손룡으로 대변되는 입장: '명'의 독립성과 본질에 주목함. 그는 개념(명)과 실상(실)의 관계가 일탈되고 혼란되어 있는 상태를 크게 문제시했음
- 혜시의 사물을 보는 방법 열 가지: 역물십사
1. 지극히 커서 밖이 없는 것을 가장 큰 것이라고 하고, 지극히 작아서 안이 없는 것을 가장 작은 것이라고 한다.
=> <<장자>> <추수>편에는 항상 자기가 이 세상에서 가장 크다고 자부하던 황하의 물귀신이 황하가 홍수로 넘치는 바람에 바다로 떠밀려 내려가서 바다의 신을 만나는 얘기가 나옴. 처음으로 자기보다 큰 것을 만나서 놀라는 황하의 신에게 바다의 신은 자기도 천지와 비교하면 커다란 창고에 들어 있는 곡식 한 톨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함
=> 사람은 언제나 자기 경험의 범주에만 머물러 있기 쉬움. 그래서 경험상 자기가 본 가장 큰 것을 크다고 하고 가장 작은 것을 작다고 함. 하지만 이런 개념은 모두 상대적일 뿐임
=> 정말 큰 것은 밖이 없는 것이며 정말 작은 것은 안이 없는 것임
2. 두께가 없는 것은 쌓을 수 없지만 그 크기는 천 리가 된다.
=> 두께와 넓이는 다른 개념임. 지극히 얇아 두께가 없어짐에 이른 것이 기하학의 면(面) 개념임
=> 우리는 겉모습만 보고 그 사람 자체가 어떨 것이라고 판단하기도 함. 하지만 두께와 넓이가 상관 없는 다른 개념이듯이 겉모습이 그 사람의 됨됨이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없음
3. 하늘과 땅은 높이가 똑같고 산과 연못은 똑같이 평평하다.
=> 높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것에 지나지 않음. 하늘보다 더 높은 것과 비교하면 하늘도 낮은 부류에 속함
=> 절대의 위치에서 보면 세상 모든 것이 상대적인 것에 지나지 않음
4. 남쪽은 끝이 없으면서 끝이 있다.
=> 남쪽이라고 하면 그 연장선의 끝은 무한히 계속될 것임. 방향을 지칭하는 남쪽은 끝이 없지만 남쪽이라는 특정 지역을 지칭하는 경우는 끝이 있음
=> 우리는 일상에서 아무런 기준도 없이 바람직한 사람, 바람직한 세상을 말하기도 함. 그러나 어떤 기준을 가지고 말하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음
☞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규정하나요? 근데 그 규정이 무엇을 기준으로 한 것인가요? 그 기준은 절대적인 건가요?
5. 나는 세상의 중심이 어디인가를 안다. 연나라의 북쪽과 월나라의 남쪽이 바로 그곳이다.
=> 연나라는 중국 북쪽에 있던 나라이고 월나라는 남쪽에 있던 나라임. 그러므로 연나라의 북쪽과 월나라의 남쪽은 서로 다른 방향이어서 겹치지 않음
=> 이 명제대로라면 중심이 없다는 말이 됨. 더 비약하면 어디든 중심이 될 수 있다는 말임
=> 사람들은 살면서 자신만을 중심에 놓고 생각함. 그래서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가 생기고 다툼이 일어날 수 있음. 그러나 자기만 중심이 아님. 모든 사람이 누구나 자기 삶의 중심임
6. 오늘 월나라에 가서 어제 돌아왔다.
=> 영원한 시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어제, 오늘의 구분은 무의미함
=> 어제에서 보면 오늘은 내일이 되지만 내일의 시점에서 보면 어제가 됨. 우주의 역사에서 보면 몇 만 년도 잠깐임
=>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도 존재함. 문장으로 성립하지만 실제로는 있을 수 없음(안병주)
=> 어제와 오늘이라는 말에는 비록 일정한 기준이 없을지라도 한 논변 안에서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야 함. “어제 도착했다”의 어제가 어제였다고 하더라도 “오늘 월나라에 가서”의 ‘오늘’에 대한 ‘어제’는 아님.(풍우란)
7. 해가 막 하늘 가운데 뜬 상태는 막 지는 상태이며 어떤 존재가 막 태어났다는 것은 막 죽어 가는 것이다.
=> 상대성 원리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것은 관찰자의 위치임. 어떤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 보임. 이제 겨우 다섯 개 남았다는 말과 아직도 다섯 개나 남았다는 말은 내용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음. 하지만 보는 사람의 시각에서는 큰 차이가 남
=> 한 면만 보고 사는 사람들을 향한 비판
8. 많이 같은 것과 조금 같은 것은 다르다. 이것을 조금 같거나 조금 다른 것이라고 한다. 만물은 어떤 점에서는 완전히 같지만 또 어떤 점에서는 완전히 다르다. 이것을 크게 같거나 크게 다른 것이라고 한다.
☞ 가끔 이런 꽃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꽃들은 같을까, 다를까?
=> 같다, 다르다는 동전의 양면인 셈임. 무엇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같아지기도 하고 달라지고다 함
=> 돌멩이들조차도 같은 돌멩이는 하나도 없음. 전체를 강조하면 개인은 아무 의미가 없음. 반대로 개인을 강조하면 개인을 침해하는 전체가 부정되어야 함
=> <<장자>> <덕충부>: "다른 것을 기준으로 보면 간과 쓸개도 그 차이가 초나라와 월나라처럼 멀고, 같은 것을 기준으로 보면 만물이 모두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