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연습: 인물성동이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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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ang21c (토론 | 기여)님의 2022년 11월 14일 (월) 00:08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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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상연구소, <<자료와 해설: 한국의 철학사상>>, 예문서원, 2002

인물성동이 논쟁 배경

  • 호락(湖洛)논쟁이라고도 함. 인성과 물성(동식물, 특히 동물)이 같다고 보는 인물성동론을 주장한 학자들은 주로 낙하(洛下: 지금의 서울, 경기, 기호지역) 지역에 살았고, 인성과 물성이 다르다고 보는 학자들은 주로 호서(湖西: 지금의 충청도) 지역에 살았던 것에서 붙여진 이름임
  • 16세기 말, 17세기초에 일어난 임진왜란(1592~1598)과 병자호란(1636~1637)의 결과 당시까지 현실의 지배 이념 곧 통치 이념의 역할을 담당하던 조선 성리학이 더이상 현실대응 논리로서의 기능에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음
  • 18세기 조선 성리학자들은 그들이 직면한 사회변동과 동아시아 국제 질서에 대응할 수 있는 인간관과 역사관을 비롯한 새로운 이념을 모색해야 했음
  • 예를 들어 오랑캐라고 배척하던 청나라가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의 중심 세력이 되면서 이들이 오랑캐니까 쳐야 한다는 북벌론(北伐論)과 이들 문명을 배우고 받아들이자는 두 가지 다른 정치적 견해의 바탕에 인간 본성에 관한 논의가 있었음. 즉 청나라가 비록 오랑캐이지만 그들의 본성 또한 우리와 같으므므로 그들의 문명을 받아들이자는 주장(낙론)과 오랑캐와 인간은 본성이 근본적으로 다르므로 오랑캐를 쳐야 한다는 북벌론(호론)으로 이어지게 됨
  • 시대는 다르지만 청나라에 대한 엇갈린 시각을 보여주는 영화의 한 장면: <남한산성>

  • 또한 인물성동이논쟁의 사회 경제적 배경을 살펴보면 이앙법 등 새로운 농법이 전국적으로 보급되면서 농민층의 성장이 이루어졌고 상업의 발전과 대외 무역으로 인해 한양은 도시적 양상을 띠는 등 새로운 사회 분위기가 조성됐음. 농민층과 하층민의 사회적 자각과 함께 집권층은 인간관에 대한 성찰을 인물성동이논쟁을 통해 하게 됨. 예컨대 낙론은 양반이나 상민이나 본성이 같다는 평등적인 인간론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지닌 반면, 호론은 봉건적인 신분질서를 더 강화하는 논리로 발전함


= 논쟁의 배경

  • 인간과 동물의 본성은 같다는 주장의 경전적 근거: <<중용>> 제1장에 대한 주자주(주희의 주석)
 하늘이 명한 것을 성(性)이라고 하고, 성에 따르는 것을 도(道)라고 하며, 도를 닦는 것을 교(敎: 가르침)라고 한다.
 天命之謂性, 率性之謂道, 修道之謂敎.(천명지위성, 솔성지위도, 수도지위교)
◈ 이에 대한 주자주: 명은 명령과 같은 뜻이고 성은 곧 리다.[성즉리(性卽理)] 하늘이 음양과 오행으로 만물을 만들어내는데, ‘기’로써 형체를 이루고 ‘리’ 또한 그 형체에 내려주니 명령하는 것과 같다. 이에 사람과 동물이 태어날 때에 각각 그 부여받은 ‘리’를 얻어서 건순(음양), 오상(인의예지신)의 덕을 삼으니, 이것이 이른바 본성이다. ‘솔(率)’은 따른다는 뜻이고, ‘도(道)’는 길과 같은 뜻이다. 사람과 동물이 각기 그 본성의 자연을 따르면 일상생활을 하는 사이에 각기 마땅히 행하여야 할 길이 있게 되니, 이것이 이른바 도라는 것이다.

=> <<중용>> 제1장의 천, 성, 도, 교 등의 개념들은 각각 우주 자연의 질서[천(天)], 개체의 본질[성(性)], 존재 원리[도(道)], 규범 질서[교(敎)] 등으로 설명되는데, 주희는 이 과정에서 보편적인 이법(理法)인 천리가 개체 속에 내재되어 있다는 '성즉리[성=리]'를 말했음
=> 특히 이 <<중용>>에 대한 주자 주석에서는 "사물이 각각 그 부여받은 리에 따라 건순오상(음양, 인, 의, 예, 지, 신)의 덕이 되었다"고 하여 인간과 동물 모두 오상의 본성을 얻었다는 것에 무게중심을 둠
=> 주자의 이 성즉리 입장에서 인성과 물성의 동질성이 강조되고 있음


  • 인간과 동물의 본성은 다르다는 주장의 경전적 근거: <<맹자>> <고자 상> 제3장 주자주
 고자가 말하였다. “생을 성이라고 한다.” 맹자가 말하였다. “생을 성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하얀 것을 희다고 하는 것과 같은가?” “그렇다.” “하얀 깃털의 흰 것은 흰 눈의 흰 것과 같으며 흰 눈의 흰 것은 흰 옥의 흰 것과 같은가?” “그렇다.” “그렇다면 개의 성은 소의 성과 같고, 소의 성은 사람의 성과 같은가?”
 告子曰, “生之謂性.” 孟子曰, “生之謂性也, 猶白之謂白與?” 曰, “然.” “白羽之白也, 猶白雪之白, 白雪之白猶白玉之白與?” 曰, “然.” “然則犬之性猶牛之性, 牛之性猶人之性與?”
◈ 이에 대한 주자주: 성이란 사람이 하늘에서 얻은 ‘리’며, ‘생(生)’이란 사람이 하늘에서 얻은 ‘기’다. 성은 형이상의 것이요, 기는 형이하의 것이다. 사람과 동물이 태어날 때에 이 성을 가지지 않은 것이 없으며, 또한 이 ‘기’를 가지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나 ‘기’로써 말한다면 지각운동은 사람과 동물이 다르지 않은 것 같지만, ‘리’로써 말한다면 어떻게 동물이 인의예지의 본성을 받아 온전히 다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사람의 성에 불선함이 없어서 만물의 영장이 되는 까닭이다. 고자는 성이 리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이른바 기를 가지고 성에 해당시켰다. …… 이렇게 잘못된 이유는 다만 지각, 운동의 작용이 사람과 동물이 같다는 것만 알고, 인의예지의 순수성은 사람과 동물이 다르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 여기에서 주자주에 따르면 인간과 사물 사이에 동질성을 인정할 수 없게 됨. 맹자의 성선설과 관련된 해석에서는 인간의 성은 다른 사물의 원리인 물성과 다름이 강조되고 있음

  • 결국 주희의 성(性)에 관한 설에는 근본적인 모순점이 도사리고 있음. 그래서 인물성동론자들은 주희의 <<중용>>에 대한 주석을 근거로 하여 각 개체 속에 내재된 리는 보편성을 지니므로 인간과 사물의 본연지성은 동일하다고 주장하고 인물성이론자들은 주희의 <<맹자>> 성선설에 대한 주석을 근거로 하여 기품으로 인한 리의 차별성을 부각시켜 인성과 물성이 다르다고 주장함


인물성이론자들의 본성 개념

  • 남당南塘 한원진韓元震(1682~1751): <<맹자>> <고자 상> 제3장과 그 주자주를 근거로 ‘동물이 어찌 사람처럼 성의 온전함을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겠는가’라고 하며, 인간과 동물의 본성이 같지 않음을 주장했음
 만물이 이미 생겨남에 그 기의 정통한 것을 얻은 것은 사람이 되고, 그 기의 치우친 것을 얻은 것은 사물이 된다. 사물은 그 치우친 것을 얻은 까닭에 비록 리의 전체를 얻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 기질에 따라 성 또한 치우치고 막히게 된다.
 초목은 지각이 전혀 없고, 금수는 비록 지각은 있으나 간혹 어느 한쪽 길만 통하여 형기(形氣: 형체와 기운)의 구애를 받아 그 전체의 큰 것을 채우지 못한다. 그러나 사람은 그 정통한 것을 얻었기에 그 마음이 최고로 허령[텅 비고 신령함]하며 건순오상의 덕 전체가 갖추어졌다.
 -<<남당집>> 권24, <시동지설(示同志說)>
 리가 기 가운데 부여된 다음에 성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질에 따라 성을 언급한다. 기질에 근거하지 않으면 성이라는 명칭을 갖지 못한다.
 -<<주자언론동이고>>, <<남당집>>
 오상이란 오행의 빼어난 기의 리이다. 반드시 빼어난 기를 얻은 다음에야 그 리가 오상이 된다. 만일 빼어난 기를 얻지 못하였으면 비록 그 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사람은 오행의 빼어난 기를 모두 얻었으므로 오상의 덕을 모두 갖추었으나 동물은 혹 하나의 빼어난 기를 얻는 경우는 있어도 오행의 좋은 기를 다 얻지는 못하였다. 그러므로 호랑이의 인(仁)이나 개미의 의(義) 같은 것은 오덕 가운데 겨우 하나의 덕을 얻은 것으로서 그 나머지의 덕은 얻지 못한 것이다.
 -<<남당집>> 권8, <여최성중별지(與崔成仲別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