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겸괘, 진정한 겸손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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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ang21c (토론 | 기여)님의 2023년 11월 20일 (월) 11:59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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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긍정? 부정?

퇴계 이황(李滉, 1502~1571)과 주역

  • 20세 때 침식을 잊고 밤낮으로 주역을 읽다가 건강을 해칠 정도로 공부에 매우 심취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음
  • 퇴계가 주역을 읽기 시작한 것은 1520년 경진년(중종 15) 20세때부터임
  • 『퇴계선생연보(退溪先生年譜)』의 해당 기록
 주역을 읽으면서 그 의미를 강구하느라 거의 침식을 잊다시피 하였다. 이때부터 항상 몸이 마르고 허약해지는 병에 걸리게 되었다. ○ 선생이 조사경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초년에는 뜻은 가지고 있었지만, 나아갈 방향을 모른채 너무 지나치게 애를 쓰다가 몸이 마르고 허약해지는 병을 얻게 되었다.”라고 하였다.

=> 퇴계는 특히 위인지학(爲人之學)이 아닌 위기지학(爲己之學)의 배움을 중시했음. 퇴계는 다독이 아닌 정독과 숙독을 했음. 한 글자 안에 담긴 의미를 정독하고 곱씹으며 그 지식과 지혜가 온전히 자기 마음속에 녹아들 수 있게 했음. 독서와 사색이 적절한 균형을 이룬 독서법을 지향했음(https://dbr.donga.com/article/view/1303/article_no/7121/ac/magazine 이치억, 퇴계선생의 학습법, 2015년 7월)

  • 퇴계는 꾸준하게 주역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해왔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는 자신의 살림집의 서실 당호 구절을 주역에서 따오기도 했음
  • 퇴계는 1531년 신묘년(중종 26) 31세 때에 처음 마련한 자신의 살림집 지산와사(芝山蝸舍: 지금의 경상북도 안동시 도산면 온혜리 도산면사무소 위쪽 영지산(靈芝山) 북쪽 기슭 양곡(暘谷)에 위치)의 서실 당호를 ‘선보당(善補堂)’이라고 하였음. 여기서 ‘선보(善補)’라고 하는 말은 『주역』 「계사전」의 “허물이 없다는 것은 과실을 잘 보완하는 것이다(无咎者, 善補過也).”라는 구절에서 취한 것임
  • 퇴계 이황은 1554년 갑인년 54세 때에는 서울에 있으면서 조정의 명령을 받고 『역학계몽』을 연구했음
  • 퇴계는 후에 주자의 역학계몽에 대한 해설서인 『계몽전의(啓蒙傳疑)』를 저술하게 됨. 주희(1130~1200)가 주역의 성격으로 기본적으로 점으로서의 주역으로 본 데 반해 퇴계는 기본적으로 주역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성격을 의리적인 관점에서 보게 됨. 물론 주역이 점치는 책으로 시작했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주역』의 성격을 점서에 주목하기보다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반드시 실천해야 할 도리를 담고 있는 책으로 본 것임


퇴계 이황의 최후

☞ 신창호, 『함양과 체찰 : 조선의 지성 퇴계 이황의 마음공부법』, 미다스북스, 2010, 62~63쪽

  • 퇴계가 노환으로 눕게되자, 제자인 조목(趙穆)이 점을 쳤는데, 지산겸(地山謙)이라는 괘가 나왔음
  • 점괘는 『주역』 겸괘(謙卦)에 나오는 “군자가 마치는 때가 되었다.”라는 괘사였음

신창호 교수는 이에 대해 여기의 “군자”는 퇴계를 가르키며 “마치는 때가 되었다”는 말은 일반적으로 생명이 다하여 죽는다는 의미이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퇴계는 평소 생활이 매사에 덕이 있으면서도 겸손하고 물러나 사양하는 태도를 지니고 있었으며 그가 그러할수록 사람들은 더 그를 존경했음

 "군자의 죽음을 마칠 '종(終)'이라고 하고 소인의 죽음을 죽을 '사(死)'라고 한다."
 君子曰終(군자왈종), 小人曰死(소인왈사) -『예기(禮記)』 「단궁상(檀弓上)」
  • 퇴계의 사후 그는 나라에서 주는 최고의 벼슬을 받았고 도산서원은 막대한 재정지원을 받게 됨. 세상을 하직하는 날 아침 퇴계는 곁에 있던 사람에게 화분에 심은 매화에 물을 주라고 했고 누운 자리를 정돈하게 하고 부축을 받으며 일어나 앉았다고 함. 평소 좋아하던 매화를 바라보며 지긋이 웃으며 편안한 얼굴로 운명했다고 함


겸괘(謙卦) 읽기

겸괘 괘상.png

  • 괘상: 지산겸(地山謙), 간하곤상(艮下坤上)

=> 겸괘는 하괘의 간괘와 상괘의 곤괘로 구성되어 있음

  • 괘의 순서: 현행본 『주역』의 15번째 괘


겸괘(謙卦) 괘사

 謙(겸)은 亨(형)하니 君子有終(군자유종)이니라.
 겸(謙)은 형통(亨通)하니, 군자(君子)는 끝마침이 있을 것이다.
  • 군자유종(君子有終): 군자(君子)는 끝마침이 있음

○ 소인의 경우 겸손함을 실천하려고 하면 오래 지속할 수 없기 때문에 오직 군자만이 이 겸손함으로 끝까지 유지해 갈 수 있음(공영달)
○ 겸괘는 외괘는 땅을 상징하는 곤괘, 내괘는 산을 상징하는 간괘임. 산은 매우 높고 땅은 매우 낮은데 굽혀서 그 아래에서 그침은 겸(謙)의 상임. 점치는 자가 이와 같이 할 수 있다면 형통해서 좋은 끝마침이 있을 것이니 “유종(有終)”이라는 것은 먼저는 굽히나 후에는 편다는 것을 의미함. 즉 처음에는 자신을 굽히는 듯 하겠지만 나중에는 모든 일이나 인간관계가 형통해져서 좋은 결실을 맺게 될 것이라고 볼 수 있음(주희)


겸괘(謙卦) 「단전」

 彖曰(단왈) 謙亨(겸형)은 天道下濟而光明(천도하제이광명)하고 地道卑而上行(지도비이상행)이라. 天道(천도)는 虧盈而益謙(휴영이익겸)하고 地道(지도)는 變盈而流謙(변영이류겸)하고 鬼神(귀신)은 害盈而福謙(해영이복겸)하고 人道(인도)는 惡盈而好謙(오영이호겸)하나니 謙(겸)은 尊而光(존이광)하고 卑而不可踰(비이불가유)니 君子之終也(군자지종야)라.
 「단전(彖傳)」에 말했다. “‘겸(謙)은 형통함은’은 천도(天道)는 아래로 살게 해주어 빛나고 밝으며, 땅의 도는 낮추지만 위로 올라간다. 하늘의 도(道)는 가득찬 것을 이지러지게 해서 겸손한 것에 더해주며, 땅의 도(道)는 가득찬 것을 변하게 해서 겸손한 데로 흐르게 하며 귀신(鬼神)은 가득찬 것을 해치고 겸손한 것에 복을 주고, 사람의 도(道)는 가득찬 것을 싫어하고 겸손한 것을 좋아하니 겸(謙)은 높아서도 (겸손할 수 있으면) 빛나고 낮추는데도 뛰어넘을 수가 없으니, 군자의 끝마침이다.”
  • 겸형(謙亨) 천도하제이광명(天道下濟而光明) 지도비이상행(地道卑而上行): ‘겸(謙)은 형통함은’은 천도(天道)는 아래로 살게 해주어 빛나고 밝으며, 땅의 도는 낮추지만 위로 올라감

○ “겸은 형통하니”의 의미를 해석한 것
○ 천지가 위아래로 교류하며 소통됨을 밝히고자 한 것으로 땅은 낮은 데 있지만 지금 겸괘에서 상괘의 윗자리에 있게 때문에 땅의 도는 낮지만 위로 올라가는 형국임
○ 간괘는 양괘(陽卦)이고 산을 의미하는 것으로 하늘의 높고 밝음이 하체에 위치해 있어서 천도가 아래로 구제해 주는 의미를 나타내고 있음. 공영달은 8괘의 간괘, 감괘, 진괘의 하나의 양효와 두 음으로 이루어진 이 괘들을 양괘로 보았음


  • 천도(天道) 휴영이익겸(虧盈而益謙) 지도(地道) 변영이류겸(變盈而流謙): 하늘의 도(道)는 가득찬 것을 이지러지게 해서 겸손한 것에 더해주며, 땅의 도(道)는 가득찬 것을 변하게 해서 겸손한 데로 흐르게 함

○ 겸손한 덕의 미덕을 말한 것임. 군자는 이를 끝까지 지켜갈 수 있음(공영달)
○ ‘휴(虧)’는 이지러진다는 의미를 지님. 해가 중천에 뜨면 기울고 달이 차면 이지러지는 것이 찬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음. 또 언덕과 강, 계곡 등이 높았던 것이 점차 낮아지고 낮았던 것이 높아지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음
○‘유(流)’를 공영달은 유포됨의 의미로 보았음. 겸손함, 겸허함이 인간의 덕목만이 아니라 자연의 원리에 근거를 둔 것임


  • 귀신(鬼神) 해영이복겸(害盈而福謙) 인도(人道) 오영이호겸(惡盈而好謙): 귀신(鬼神)은 가득찬 것을 해치고 겸손한 것에 복을 주고, 사람의 도(道)는 가득찬 것을 싫어하고 겸손한 것을 좋아함

○ 귀신에 대해 정이는 조화의 자취라고 보았음. 우리말로 “귀신같다”라고 할 때의 그 의미를 떠올리면 더욱 이해가 쉬울 것임
○ 교만하고 가득 찬 사람은 피해를 받고 겸손하고 물러나는 사람은 복을 받는다는 의미. 차서 넘치고 교만한 사람을 모두 싫어하고 겸양하고 공손한 사람을 다 좋아한다는 의미(공영달)


  • 겸존이광(謙尊而光) 비이불가유(卑而不可踰) 군자지종야(君子之終也): 겸(謙)은 높아서도 (겸손할 수 있으면) 빛나고 낮추는데도 뛰어넘을 수가 없으니, 군자의 끝마침임

○ 높은데 겸손함이 있는 더욱 밝게 빛남이 성대해 지고 낮추고 겸손하지만 뛰어넘을 수 넘는 것이 군자의 마침임(공영달)
○ 지위가 높은데 겸손할 수 있으면 더욱 그 사람이 빛나고, 혹여 낮은 자리에 있더라도, 자신을 낮추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함부로 이 사람을 뛰어넘을 수 없으므로 군자가 높은 자리에 있건 낮은 자리에 있건 겸손함을 지키나가며 그래서 어떤 자리에 있든 최선을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임
○ 겸괘의 자신을 낮추고 굽히는 덕이 어떤 것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사유가 도가적 사유로 이해되기도 함(정병석)


유가와 도가철학이 종합된 주역

  • 『주역』은 유가경전으로서 굳건한 위치를 지키고 있지만 한편으로 점치는 책으로서 『역경』 안에는 도가 사유가 배태된 철학적 배경을 살펴볼 수 있는 부분들이 나타나며 후대에 완성된 철학책으로서의 『역전』 부분에는 도가 문헌과 동일한 구절이 나오기도 함


  • 노자의 낮음, 유약함에 대한 존중

○ 최상의 선(善) = 물
○ 물은 만물에게 큰 혜택을 주지만 만물과 다투지 않음 => 과실, 재앙이 생기지 않음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고 습한 곳에 있음
○ 거의 도에 가까움 (『노자』 8장)
○ 물은 부드럽고 연약하지만 굳고 강한 것을 공격하는 데 탁월함.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김 (『노자』 제78장)
=> 겸손에 대한 숭상: 물의 낮은 데로 흐름은 겸손을 의미함


  • 『역전(易傳)』에 보이는 『장자』 구절

○ 마치면 시작이 있다(終則有始), 사그라들기도 하고 불어나기도 하고 가득차기도 하고 비기도 한다고 하는 소식영허(消息盈虛) 등의 주역의 구절은 도가문헌인 장자 등에서도 똑같이 나타남
○ 도가사상가들은 소식영허의 가득참의 반대로서의 텅빔을 중시함. 주역 겸괘(謙卦)에서는 가득찬 것에 대한 경계, 겸허함의 가치를 말함


  • 유가와 도가철학이 종합된 주역

○ 주역을 어떤 이는 유교경전으로서만 보아야 한다고 하는 견해가 있는 반면, 도가적인 관점에서 주역을 바라보기도 함
○ 어떤 이는 라이벌 학파인 도가사상의 형이상학적 사유를 도입하여 유가 학파들이 주역이 유가경전으로서의 철학 체계를 갖추게 했다고 보았음
○ 한편으론 도가역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역전이 일부분은 노자의 사상을 계승한 것이라고 보기도 했음
○ 하지만 유교경전으로서의 주역이 도가의 장점을 수용한 것이라고 보든, 아니면 도가적 사유가 일부 주역에 녹아있다고 보든 어쨌든 아마도 주역이 철학서로서의 역전부분이 완비되어 가면서 유가와 함께 도가를 어느 정도 그 기술적인 방향에서든 그 사상적인 방향에서도 종합해 나갔다고 하는 점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임


겸괘(謙卦) 「상전」

 象曰(상왈) 地中有山(지중유산)이 謙(겸)이니 君子以(군자이)하여 裒多益寡(부다익과)하여 稱物平施(칭물평시)하나니라.
 「상전(象傳)」에 말했다. “땅 속에 산이 있는 것이 겸(謙)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많은 데에서 취하여 적은 데에 더해 주어 물건을 저울질하여 베풂을 균평하게 한다.”
  • 지중유산겸(地中有山謙): 땅 속에 산이 있는 것이 겸

○ 겸괘의 괘상을 가지고 말한 것임. 겸괘는 내괘는 간괘로 산을 상징하고 외괘는 곤괘로 땅을 상징함. 땅 속에 큰 산이 들어있는 모습임. 이것을 인간에게 비유해 본다면 내적으로 충분한 자질과 능력, 인품을 갖추고 있지만 겉으로 자만하거나 자신이 겸손한 사람이라고 자처하지 않는 모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 것임


  • 부다익과(裒多益寡) 칭물평시(稱物平施): 많은 데에서 취하여 적은 데에 더해 주어 물건을 저울질하여 베풂을 균평하게 함

○ ‘부(裒)’는 취(取)한다는 의미
○ ‘칭(稱)’은 저울질 한다는 의미
○ “부다익과(裒多益寡)”는 많은 데에서 취해서 적은 데 더해준다는 의미
○ “칭물평시(稱物平施)”는 많고 적음을 저울질해서 균평하게 베풀어주는 것을 의미
○ 겸괘의 상(象)을 통해 한정된 물질과 재화를 어떻게 균평하게 나눌 수 있는가 하는 경제적 분배의 문제로도 해석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