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견문 1

An_SW
Esang21c (토론 | 기여)님의 2022년 6월 1일 (수) 14:12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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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견문>> <국민의 권리>

 사람의 권리라고 하는 것은 자유와 통의(通義)를 가리킨다. 이제 자유와 통의에 대하여 풀이를 해보기로 하자. 자유라는 것은 무슨 일이든지 마음이 좋아하는 대로 따라서 하되 생각이 굽히거나 구속을 받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결코 자기 마음대로 방탕한 행동을 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며 불법적이고도 방자한 동작을 가리키는 것도 아니다. 또 다른 사람의 형편은 돌보지 않고 자기의 이익이나 욕심만을 마음껏 충족시키자는 생각도 아니다.
 ...
 그리고 통의를 한마디로 설명하면 당연한 정리(正理)라고 할 수 있다. ... 천만 가지 사물이 그 당연한 이치를 따라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도리를 잃지 않은 채 거기에 맞는 직분을 지켜 나아가는 것이 통의의 권리라고 하겠다.
 이와 같은 자유와 통의의 권리는 지구 위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가지고 있으며 다 같이 누리고 있다.
왜 유길준은 자유와 함께 통의를 말했을까?


  • 유길준이 꿈꾼 개화

☞ 박태옥, <개화기 유학의 실천적 변용과 근대 지향 - 『서유견문』에 나타난 유길준의 개화사상을 중심으로>, <<한국학연구>> 69, 고려대학교세종캠퍼스 한국학연구소, 2019, 107~134쪽

○ 유길준은 당시 외국 문물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과 찬양, 자기 것에 대한 비하의 태도는 개화의 본질과는 어긋난 것이라고 보았음
○ 그가 지향한 개화 세상은 단순히 서구문물의 유입과 근대적 정치체제로의 이행만이 아니라 유교적 규범의 현실적 변용의 세계라고 할 수 있음

 오륜의 행실을 독실하게 지켜서 사람 된 도리를 안다면 이는 행실이 개화된 것이며 국민들이 학문을 연구하여 만물의 이치를 밝힌다면 이는 학문이 개화된 것이다. 나라의 정치를 바르고도 크게 하여 국민들에게 태평한 즐거움이 있으면 이는 정치가 개화된 것이며 법률을 공정히 하여 국민들에게 억울한 일이 없으면 법률이 개화된 것이다. 기계 다루는 제도를 편리하게 하여 국민들이 사용하기 편리하면 기계가 개화된 것이며 물품을 정밀하게 만들어 국민들의 후생에 이바지하고 거칠거나 조잡함이 없으면 물품이 개화된 것이니 이 여러 가지의 개화를 합한 뒤에야 개화를 다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다. -<<서유견문>>

=> 개화는 행실, 학문, 정치, 법률, 기계, 물품 등 국민들의 생활에 필요한 전 영역에서 추구해야 할 것임. 그 중에서도 오륜이나 사람 된 도리 같은 유교적 규범이 맨 앞에 자리한 것처럼 인간관계의 기본적인 윤리규범은 개인의 수양을 넘어 사회 구성원 전체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본 틀이 됨


  • 자유와 통의

○ 유길준에게 개화란 유교적 가치의 현실적 변용이라고 할 수 있음.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자기 책임을 강조하며 도덕에 의해 규율되는 것을 강조했음
○ 유길준이 말하는 자유: 방탕과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절제와 준법과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것임
- 중국 고전에서 자유(自由)는 원래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속박을 받지 않는 것"이었음
- 근대에 들어 일본에서 liberty의 번역어로 자유(自由)가 등장하는 것은 1860년대 초반임. liberty의 번역어로 자주, 자재 등의 번역어도 사용되고 있었음
- 그리고 유길준의 <<서유견문>>에서 liberty는 자유로 쓰임
- 개화기에 새로 추가된 서구식 개념의 자유의 의미는 "민주적, 법률적 권리로서의 자율적 행위"라고 할 수 있음
(최경옥, <메이지기, 번역한자어의 성립과 한국 수용 고찰- [liberty]가 [자유(自由)]로 번역되기까지 ->, <<비교일본학>> 42, 한양대학교 일본학국제비교연구소, 2018, 353~372쪽; 송민, <자유의 의미 확대>, <<새국어생활>> vol.11 no.1, 국립국어연구원, 2001, 117)
○ 자유를 보존하고 조절할 수 있는 것이 통의임. 통의는 'right'의 번역어로 일본에서 통의, 권리 등의 용어로 번역되었는데 유길준은 이를 받아들이면서도 통의의 의미를 당연한 정리(正理: 올바른 도리)라는 측면에서 더 무게를 두고 사용했음
○ 개인의 속박할 수 없는 자유와 사회적 관계 속에서의 자유를 구분하고 통의로써 개인의 자유에 대해 법률이 미치는 한계를 규정하여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고자 했음
○ 통의
- 천연, 무계(無界, 경계/한계가 없음)의 통의: 사람이 날 때부터 갖추고 나오는 것
- 인위, 유계(有界, 경계/한계가 있음)의 통의: 일반적인 생활을 통하여 여러 사람과 사귀는 가운데에서 생기는, 상호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


  • 자유와 통의 조목 예시
 신명(身命: 몸과 목숨)의 자유와 통의: 이는 신명에 관한 권리를 말한다. 신명의 자유란 올바른 방법으로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하여 자기의 분수를 넘지 않을 때에는 아무런 구애도 받지 않고 속박도 없으므로 자주적인 즐거움을 누리는 것을 말한다. 신명의 통의란 자기의 생명과 육체를 올바른 방법으로 보전하여 타인의 방해를 막아내거나 불법적인 침범을 피하여 건강하고도 안락한 상태를 유지하거나 간직하는 것을 가리킨다.
-<<서유견문>>

=> 유길준은 신명의 자유를 타인에 의해 구속받지 않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라고 보면서도, '올바른 방법'으로 행동을 '조심스럽게' 한다는 전제를 두고 있음. 그리고 신명의 통의에 대해서는 자신의 생명과 육체를 올바른 방법으로 보전하여 타인의 불법적인 침범, 방해를 피하고 안락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보았음

 재산의 자유와 통의: 이는 재산에 관한 권리를 말한다. 재산의 자유란 각자가 소유하고 있는 재산을 이용하거나 처치하는 데 올바른 방법으로 할 때에는 금지하는 자도 없으며, 이래라 저래라 하는 자도 없으므로 스스로 편리한 방법에 따라 하면 된다. 재산의 통의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재산을 잘 보호하여, 무리한 탈취를 당하지 않고 자기의 임의대로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집회의 자유와 통의: 이는 집회에 관한 권리를 말한다. 집회의 자유란 여러 사람이 합의하여 어떠한 집회를 갖든지 올바른 방법으로 개최할 때에는 막거나 금지 또는 방해하는 사람이 없으므로 여럿이 사귀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집회의 통의란 그 집회의 규제라거나 사무가 어떠한 기초 위에서 이루어졌든지 올바른 방법으로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타인으로부터 방해를 받지 않고, 집회를 유지한다는 약속을 굳게 기켜, 그 집회의 특성을 잘 보존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서유견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