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연습: 한국인의 철학적 사유
한국인의 철학적 사유는 어떤 것인가?
☞ 윤사순, <<조선, 도덕의 성찰: 조선 시대 유학의 도덕철학>>, 돌베개, 2010, 15~25쪽
한국인의 철학적 사유는 어떤 것인가? 그것은 어떻게 찾아질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하려면, 먼저 '철학적 사유'란 어떤 형태의 무엇을 의미하는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철학 자체가 일정한 사유 방식에 의한 사유 내용이기 때문이다. 다 아는 대로, 철학은 인간 생활에서 부딪치는 모든 문제로서의 의문 사항들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 원리적 사유라 할 수 있다. 근본 원리적 사유라 하더라도, 그것은 이론 체계를 갖추어 정형화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분별할 수 있다. 이론으로 정형화되지 않은 사유는 한국의 언어를 비롯한 문화에 깃든 사유인 만큼, 정형화된 사유보다 더 원초적인 성격을 띤다. 그러한 사유는 학문으로서의 철학 범주에 들지 않고, 철학을 이루는 파편적 요소로 간주될 따름이다. 그렇지만 이런 사유도 문화의 근본 바탕과 뼈대가 되기는 철학 범주에 드는 사유와 마찬가지다. 한국인은 독특한 언어와 문자, 그리고 독특한 문화와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언어와 문화 및 역사를 이루는 근본 바탕과 뼈대가 철학임을 상기하면, 한국의 철학적 사유가 많이 찾아질 것은 더 말할 나위 없다. 그러한 철학적 사유가 비록 철학의 파편에 비유될지라도, 그 나름의 높은 가치를 지니는 사실만은 충분히 인정받아야 한다.
- 문화에서 드러나는 비정형화된 한국의 철학적 사유들
○ 강릉의 임경당
- 임경당(臨鏡堂)은 김열(金說, 1506~?)의 호임. 강릉 김씨로 어릴 때부터 과거 응시를 위한 공부를 접어서 임영처사(臨瀛處士)라고 불리기도 했음. 그는 학문과 문장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효친과 우애로 수신제가에 힘썼던 인물로 존경받았음. 율곡 이이와 친분이 있기도 했음
- 강릉의 임경당을 방문해 보면 자연의 바위를 그대로 담장 삼아 집을 지었고 바닥에 솟아 올라와 있는 바위를 그대로 두었음
=> 한국 정원의 특징: 자연주의. 꾸미되 꾸미지 않은 듯한 자연에 약간의 손질만 더하는 자연미 넘치는 정원. (박경자, <<한국의 정원>>)
=> 한국의 건축물은 자연과의 조화를 특히 중시했음. 이러한 건축물 등의 한국의 전통 문화 속에 담긴 철학적 사유를 들여다보면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인간의 역할, 인간의 주체성 찾기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음
☞ 그렇다면 정형화된 한국적 철학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 사진출처: 장서각
- 한국유학에서 찾는 한국철학
○ 유학은 중국에서 발흥했고 한국에 그것이 전래된 학문이지만 유학을 한국인 나름으로 독특하게 수용하고 한국인의 비판적 사유 역량에 따라 변화시키고 보완하고 삭감하면서 새롭게 창출한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들은 한국유학이지 중국유학이 아님
○ 독특하게 수용, 변화시켜 한국의 환경과 생활에 적합하도록 고안해 한국의 역사를 이끌어 온 것은 아무리 유학의 이름과 그 특성으로 이루었다고 하더라도 한국인의 사상이고 철학이 아닐 수 없음
- 중국 성리학의 과제들
○ 중국 성리학은 송나라 때 새롭게 변신한 유학의 한 갈래임
○ 공자와 맹자의 현실 중심 유교사상을 형이상학적 체계로 해석해 내고자 했음
○ 주돈이(1017~1073)의 <태극도>
=> 주돈이의 <태극도>는 태극->음양->오행->만물로 분화하고 발전되는 도식을 그려냈음
=> 이는 우주론과 인성론을 연결하는 이론으로 한국 성리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음
○ <태극도>에 대한 해설인 <태극도설>
無極而太極(무극이태극) 무극이면서 태극이니 太極動而生陽(태극동이생양) 태극이 움직여서 양을 낳고 動極而靜(동극이정) 움직임이 지극해지면 고요해지며 靜而生陰(정이생음) 고요해서 음을 낳고 靜極復動(정극부동) 고요함이 지극해지면 다시 움직이니 一動一靜 互爲其根(일동일정 호위기근) 한번 움직이고 한번 고요한 것이 서로 그 뿌리가 되며, 分陰分陽 兩儀立焉(분양분음 양의입언) 음으로 나뉘고 양으로 나뉘어 양의[음, 양]이 확립된다. 陽變陰合(양변음합) 양이 변하면서 음을 합하여 而生水火木金土(이생수화목금토) 수, 화, 목, 금, 토 오행이 생성되고 五氣順布(오기순포) 다섯 가지 기운이 골고루 펼쳐져서 四時行焉(사시행언) 사계절이 운행한다. 五行一陰陽也(오행일음일양야) 오행은 하나의 음양이고 陰陽一太極也(음양일태극야) 음양은 바로 하나의 태극이니 太極本無極也(태극본무극야) 태극은 본래 무극이다. 五行之生也(오행지생야) 오행이 생성됨이, 各一其性(각일기성) 각각 하나의 성품을 갖추었으며, 無極之眞二五之精(무극지진이오지정) 무극의 진리와 음양 오행의 정기가 妙合而凝(묘합이응) 오묘하게 합하여서 응결되니 乾道成男坤道成女(건도성남 곤도성녀) 건[하늘]의 도는 남성을 이루고, 곤[땅]의 도는 여성을 이루게 된다. 二氣交感 化生萬物(이기교감 화생만물) 두 기운이 서로 느껴서 만물을 변화, 생성시키니, 萬物生生(만물생생) 만물이 태어나고 태어나서, 而變化無窮焉(이변화무궁) 그 변화가 무궁무진하다. 惟人也得其秀而最靈(유인야득기수이최영) 오직 사람만은 그 중 빼어남을 얻어서 가장 신령스러우니 形旣生矣(형기생의) 형체가 생성되고 나서는 神發知矣(신발지의) 정신이 앎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五性動而善惡分(오성동이선악분) 다섯 가지 성품[인, 의, 예, 지, 신]이 움직이여서 선과 악이 나뉘어지고 萬事出矣(만사출의) 만사를 드러내게 되었다. 聖人定之以中正仁義(성인정지이중정인의) 성인께서 중정(中正)과 인의로 그것들을 안정시키고 而主靜立人極焉(이주정입인극언) 고요함을 위주로 하여 사람의 법도를 세웠다 故聖人與天地合其德(고성인여천지합기덕) 그러므로 성인이란 천지와 그의 덕이 합치되고 日月合其明(일월합기명) 해와 달과 그 밝음이 합치되며 四時合其序(사시합기서) 사계절과 그 질서가 합치되고 鬼神合其吉凶(귀신합기길흉) 귀신과 그 길흉이 합치되는 것이다 君子修之吉(군자수지길) 군자는 이를 닦아서 길하게 되고 小人悖之凶(소인패지흉) 소인은 이를 거슬러서 흉하게 되는 것이다
=> 참고: 태극도설 해설(의적단)
☞ 이 태극도설에서 인간과 우주, 자연과의 관계는?
○ 첫 번째 원은 아직 분화되지 않은 상태의 태극을 표시함
○ 태극을 최고의 개념으로 보는 동시에,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리(理)라고 해석했음
○ 태극은 아직 분화되지 않은 혼돈 상태의 근원 물질임
○ 두 번째 원의 왼쪽은 불을 상징하는 이괘(離卦), 오른쪽은 물을 상징하는 감괘(坎卦)로 이루어져 있음
○ 주돈이는 이에 대해 “두 기[음, 양]와 오행은 만물을 낳는다. 다섯은 각기 다르고 둘은 실재적이지만 이 둘은 본래 하나임. 이처럼 많은 것이 하나이고 하나의 실재적인 것이 만 가지로 나뉜다. 많음과 하나가 각기 올바르니, 크고 작음이 정해진다."라고 하여 만물이 오행(5)<-음과 양(2)<-태극(1)에서 나왔다고 보았음. 만물의 개별성 안에는 태극, 이(理)라는 보편성이 함께 존재함
○ 우주는 운동[양]과 정지[음]가 부단히 교차하고 순환하는 과정에서 모든 사물이 무궁무진하게 변화함
(진래 지음, 안재호 옮김 <<송명성리학>>, 예문서원, 2011, 90쪽)
○ 태극기에 있는 건곤감리
○ 양은 음의 성질을 지닌 물(水)의 근원이 됨
○ 음은 양을 상징하는 불(火)의 근원이 됨
☞ 함현찬, <<주돈이: 성리학의 비조>>, 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07, 69쪽
○ 오행, 만물은 본질적으로 태극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음. O 은 태극을 의미함
○ 인간과 만물을 모두 O로 태극을 뜻하는 원과 동일한 원으로 나타내고 있음
○ 만물은 각기 차이를 갖는 개별적 존재라고 해도 본질적으로 오행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음
○ 오행은 본래 음양이고 음양은 또한 태극의 작용 그 자체임
○ 그래서 만물은 본질적으로 태극 그 자체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음
○ 사람은 우주에서 가장 빼어나고 영특한 기로 구성되었고, 이러한 기가 구성한 형체는 자연히 지각 능력과 사유 능력을 가지며, 여기에서 선과 악이 생기게 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