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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죄의 문제

  • 동·서양의 문화를 비교하는 잣대로 쓰이기도 하는 죄에 관한 감정

☞ 안승우, <<<주역>>의 죄와 벌(1): 개인적 죄와 벌에 관한 윤리적 접근>, <<범한철학>> 제89집, 범한철학회, 2018

○ 죄의식의 감정의 경우, 문화적 진화의 관점에서 동·서양의 문화를 비교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로 다루어지기도 했음
○ 프로이트가 말한 죄의식: 인간의 내면화된 도덕적 양심으로부터 일어나는 고도로 발달된 도덕 감정
○ 이는 종종 수치심과 비교되기도 했음
○ 수치심: 부도덕한 행위 혹은 죄를 지은 사람 스스로가 자신의 잘못을 내면적으로 깨우쳐서 생기는 감정이 아니라, 외부의 판단에 의해. 혹은 다른 사람을 의식해서 생겨나는 감정
○ 죄의식: 타인의 시선과 판단에 의존해서 발생하는 감정이라기보다는 행위자 스스로가 자신의 잘못에 대해 후회하고 이를 반성해서 일어나는 감정
=> 수치심과 죄의식이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가르는 요소가 되기도 했음
=> 서구문명: 어린 아이의 사회화 과정에서 죄의식에 민감하게 하는 것이 주된 과제로 여겨짐
=>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 수치의 감정을 주입하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졌음
=> 서양과 동양을 ‘죄책감 사회’ 대 ‘수치심 사회’로 대비시킴(Wolfram Eberhard, Guilt and Sin in Traditional China,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67, p.2)


이렇게만 볼 수 있을까? 동양에도 죄의식이 있지 않을까? 동양의 죄의 특징은 뭘까?


  • 동양의 죄

줄리아 칭 지음, 임찬순·최효선 옮김, <<유교와 기독교>>, 서광사, 1993, 104-107쪽

○ 한자의 ‘죄(罪)’는 죄(sin)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범죄(crime)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니고 있음
○ 죄라고 하면 범죄의 의미와 함께, 범죄까지는 아니더라도 도덕적 측면에서의 잘못이라는 의미의 죄의 의미도 지니고 있음
○ 이러한 동양 사회에서의 ‘죄’라는 언어 자체가 지닌 다의성 때문에 이에 대한 개념을 정확하게 규정짓기가 애매하다고 할 수 있지만, 오히려 이는 죄에 관한 인식의 문제에 있어 범죄를 비롯하여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해 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 주기도 함
줄리아 칭은 동양 사회에 다른 사람을 의식해서 생기는 외면적・피상적 수치심으로 느끼는 도덕성밖에 존재하지 않았으며, 도덕적 악에 대한 의식이 내면화되어 죄의식을 갖게 되는 도덕성은 없다고 보는 일부 견해를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음
○ 그러면서 칭은 동서양의 죄에 대한 의식의 차이를 지적했음. 특히 서양의 기독교에서의 죄의 특징으로 반역을 들면서 이는 인간 자신의 양심의 타락이면서 신의 명령에 대한 반역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 것으로 보았음
○ 반면 유학에서는 <<논어>> <요왈(堯曰)>의 “(탕왕(湯王)이 말하길) 제 자신에게 죄가 있다면 그것은 백성의 탓은 아닙니다. 그러나 백성들에게 죄가 있다면 그것은 임금인 제 탓입니다.”라고 한 것을 들어 죄에 관한 개념이 존재했음을 밝히면서도, 이를 신에 대한 반역으로 해석하지 않으며,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거나 현실 밖의 세계에 속한 것으로 보지 않는 특징을 지닌다고 말했음
○ 오히려 유학에서의 죄의 문제는 신이라는 외부적·초월적 존재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성의 문제로 보고 있다는 것이 그 특징이라고 본 것임


  • 동양의 죄와 서양의 죄의 비교

☞ 배요한, <유교적 인간 이해에 대한 신학적 고찰>, <<선교와 신학>> 제25집, 장로회신학대학교 세계선교연구원, 2010, 219-224쪽

○ 배요한은 기독교에서의 죄는 신의 영역으로 해소 불가능하지만 유학에서의 죄는 인간의 영역이기에 인간의 주체적 노력에 의해 해소 가능하다는 점을 밝혔음
○ 인간이 실존적 한계성을 가지게 된 이유에 대해 유학에서는 인욕으로 보는 반면, 기독교에서는 죄로, 여기에서 죄란 윤리적인 내용 이전에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된 근본적인 면이 더 강조된 것이라고 지적했음
○ 그리고 이러한 인간의 한계 극복의 측면에서 기독교에서는 한시적으로는 죄 없이 살아갈 수 있음을 부정하지 않지만 궁극적으로는 죄가 완전히 해소될 수 없는 반면, 유학을 비롯한 동양 종교에서는 주체적 결단에 의해 근원적이고 내면적으로 죄가 완벽하게 해결될 수 있다고 보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