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실의 상권2
<<천주실의>> 제1편: "천주가 만물을 창조하고 그것을 주재하며 안양(安養)하심을 논함" 주요 논의 전개 과정(2)
일의 나타난 끝[말(末)]을 관찰하여 그 근원[본(本)]을 알 수 있으며 이미 그렇게 되어진 꼴[결과]을 보고서 그렇게 된 까닭[원인]을 [추리를 통하여]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세의 고생과 수고로움을 마다 않고 정신을 오롯이 하여 도를 닦아서 사후의 영원한 안락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 유교의 사서(四書: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중 하나인 <<대학(大學)>>에 나오는 근원과 끝[본말(本末)]
사물에는 근원과 끝이 있고 일에는 끝과 시작이 있으니 먼저 할 것과 나중에 할 것을 알면 도(道)에 가까운 것이다.
물유본말(物有本末)하고 사유종시(事有終始)하니 지소선후(知所先後)면 즉근도의(則近道矣)리라.
- 마테오리치의 사후세계, 천당지옥에 관한 당시 유학자들의 반응
☞ 이경구, <서학의 개념, 사유 체계와 소통·대립 양상: 마테오 리치의 저작과 논쟁을 중심으로>, <<한국사상사학>> 34, 한국사상사학회, 2010, 153~181쪽
○ 마테오리치는 인간의 영혼이 불멸하여 사후의 천당 지옥으로 가게 된다고 말했음. 이러한 사후세계에 대한 마테오리치의 관점은 유학자들에게 비판받는 지점이기도 했음
○ 유학자들은 천당지옥설이 불교의 학설이라고 말했음
=> 이에 대한 리치의 응답: 천당지옥과 윤회설은 원래 서양[유대교]과 피타고라스의 이론이었고 불교는 이를 차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았음
석가모니는 천주와 천당 지옥에 관한 뜻을 [천주교로부터] 빌려 가짐으로써 자기의 사사로운 뜻과 사특한 도리를 전했습니다. ... 석가모니가 미처 태어나기도 전에 천주교인들은 이미 그런 이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도리를 닦은 사람은 내세에 반드시 천당에 올라가서 무궁한 복락을 받고 지옥에 떨어져서 끊임없는 재앙을 받는 일을 면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사람의 순수한 영혼은 언제나 살아 있고 소멸되지 않음을 알고 있습니다.
-마테오 리치 지음, 송영배 등 옮김, <<천주실의>>, 서울대학교 출판부, 1999, 122~123쪽
○ 마테오리치의 천당지옥설에 대한 유학자들의 두번째 비판은 기복과 같은 공리(功利: 다른 목적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공명과 이익)로서 사람들, 특히 일반인들을 현혹하는 이단이라는 점이었음
- 천당에 대한 관점의 차이: 중국의 관리였던 공도립(龔道立)은 인한 사람[인인(仁人)]의 본심이 바로 천당이기에 천국의 보상과 지옥의 중벌은 천리[보편적 덕성]에 근거한 본심이 심판하는 것이고 마음 밖에 외재자가 행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음
=> 이에 대해 리치는 윤리의 가치에는 동의하면서도 덕행의 순수함은 천주에게 나온다는 점을 말하며 그 근원에 있어서는 절대 양보하지 않았음
=> 리치가 덕행의 근원을 외재하는 절대 존재에서 찾는 원칙을 굽히지 않는 만큼이나 유학자들도 외재하는 권선징악의 주재자를 승인하기 어려웠음. 그 목적성을 뚜렷하게 할 경우 현실에서 작동하는 기복을 바라는 사사로운 마음의 발로가 인정되기 때문임
○ 마테오리치가 말한 선행을 하는 사람들의 올바른 의지[정의(正意)]의 세 가지 형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