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의 인간본성론: 장자의 성(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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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ang21c (토론 | 기여)님의 2023년 4월 3일 (월) 23:15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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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 '성(性)'에 대한 담론의 유행

우리가 보는 논어, 맹자 등의 책은 후대에 최종 편집된 것이다. 그렇다면 공자, 맹자가 살았던 당시의 그 원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곽점초간의 발견: 중국 호북성 곽점에서 초나라 때 무덤이 발굴됨. 이 무덤은 B.C.4세기 중순~B.C.3세기 초반의 것으로 추정되며 <<노자>>를 비롯하여 당시의 도가, 유가의 사상을 살펴볼 수 있는 문헌들이 발굴되었음

곽점의 위치

곽점.jpg

☞ 이미지 출처: [중국학 위키백과: 곽점초간]


초나라의 위치

전국칠웅.gif

☞ 이미지 출처: [중국학 위키백과: 곽점초간]


<<곽점초간>> <성자명출>에 보이는 유가사상: 습(習)을 통한 심성 수양
- 정영수, <유학의 인간본성론: <성자명출(性自命出)>을 중심으로>, <<범한철학>> 제57집, 범한철학회, 2010, 76~78쪽

 * "소는 태어나 장대하게 자라나고, 기러기는 목이 길게 자라나는 것은 그들의 본성[성(性)]이 그렇게 한 것이나, 사람은 배워서 그렇게 한다."(<성자명출>)
  => 소와 기러기가 몸이 장대하고 목이 길게 자랄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본래 가지고 있는 특성 때문이나 인간은 배움이라는 인위적인 과정을 통해 인간으로 성장함
* "본성을 기르는 것은 반복된 익힘[습(習)]이다." => '습'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학습 혹은 반복된 익힘으로 번역되며 이것은 후천적인 학습과정임

○ <<곽점초간>> <성자명출> 등의 출토문헌과 맹자, 순자, 고자 등 전래문헌 속 성(性)에 관한 담론을 통해 전국시대에 성(性)에 관한 논의가 유행했음을 알 수 있음


전국시대 '성(性)'에 관한 다양한 개념 풀이들

☞ 빈동철, <전국시대의 '성(性)'에 대한 담론과 인간의 본성>, <<동양철학연구>> 제108집, 동양철학연구회, 2021

앵거스 찰스 그레이엄(A.C.Graham): 고대 중국 사상가들이 말한 성(性)은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는 고전적인 것이 아님. "오히려 그들은 자연적이지만 손상되지 않고 충분히 길러지는 경우라면 그들의 잠재력을 완전히 실현해 주는 발전(developments)에 관심이 있음". 진행되고 있는 것, 성장의 완숙을 기다리는 것. 성(性)은 '생(生)'이라는 글자에서 파생된 것으로 이러한 한 '生(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임. 한 생물의 삶을 구성하는 출생, 성장,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전체 과정일 뿐만 아닐 삶(生)의 과정에서 그 개체의 적절한 발전과 성장의 방향성을 의미함

먼로(Donald Munro) , 블룸(Irene Bloom) 등: '성(性)'은 여전히 인간본성(human nature)로 번역하는 것이 적절함. 한 사람의 본성(nature)은 인간의 행동을 통해 변경될 수 없는 것, 태어날 때부터 존재하는 주어진 것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쨌건, 성(性)과 같은 형이상학적인 이론이 발전해 가면서 유가철학도 공자, 맹자, 순자 식의 논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함. 그로인해 『주역』(철학책으로서의 『역전』부분), 『중용』 등의 형이상학적 이론이 발전하게 됨. 그 전에 『장자』를 통해 그 당시 얼마나 철학적으로 치열했을지 들여다 봅시다!


장자의 성(性)

  • 중국 문화를 이해하는 두 코드: 유가사상 & 노장사상

문화로 이해하는 공맹+노장.png

☞ 출처: 최재목 역주, 『노자』, 을유문화사, 2012, 29쪽


  • 장자 간략 소개

☞ 번역문 및 해제 참조: 동양고전종합DB 안병주 역주

○ 상식적인 생각과 세속적인 가치를 큰 소리로 비웃는 사상가가 있었음. 이 사상가의 책 《장자(莊子)》의 첫머리는 이런 말로 시작함

 “북쪽 바다에 물고기가 있으니 그 이름은 ‘곤(鯤)’이라고 한다.”

○ 상식을 뛰어 넘은 무한의 시간과 무한의 공간으로 날아가는 붕새를 통해, 통쾌한 해학의 철학자 장자는 그가 주장하는 절대자유의 경지를 우리에게 제시함
○ 물론 여기 등장하는 곤(鯤)이나 붕(鵬)도 결국은 변화되는 만물의 하나이고 만물이 모두 평등하다는 만물제동(萬物齊同)의 물(物) 가운데의 하나임에 지나지 않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 상식을 초월한 곤(鯤)과 붕(鵬)을 통해 일단은 절대자유의 경지를 제시하고 있는 것임
=> 만물제동의 의미: 만물에는 아무런 구별도 없고 일체의 사물이 모두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는 의미
○ 장자의 첫 편인 '소요유(逍遙遊)'에 장자철학이 잘 드러나 있음. '소요(逍遙)'의 의미는 무위(작위함이 없음)로서 한가로이 거닐며 자유로이 왕래하는 모습으로 유(遊)자를 형용하는 것(장석창(蔣錫昌) 『장자철학(莊子哲學)』)임
○ 소요유, 즉 소요하는 '유(遊)'란 목적의식에 인도되지 않는 것이며, 또 때로는 인간적이고 작위적인 행위를 버리는 것, 잊어버리는 것이지만 더 깊게는 세간적인 인간사회로부터 밖으로 나가는 것이고 여기서 더 나아가면 존재자(物)의 세계를 초월하여 근원적 실체(道)로 다가가는 것임[이케다 토모히사(池田知久)]


장자의 성(性)

 1. 彼正正者는 不失其性命之情하나니

故로 合者不爲騈하며 而枝者不爲跂하며 長者 不爲有餘하며 短者 不爲不足이니라 是故로 鳧脛雖短하나 續之則憂하고 鶴脛雖長하나 斷之則悲하나니 故로 性長이라 非所斷이며 性短이라 非所續이며 無所去憂也니라 意仁義는 其非人情乎인저 彼仁人은 何其多憂也오 且夫騈於拇者는 決之則泣하고 枝於手者는 齕之則啼하나니 二者 或有餘於數하며 或不足於數하나 其於憂는 一也니라 今世之仁人은 蒿目하야 而憂世之患하고 不仁之人은 決性命之情하야 而饕貴富하나니 故로 意仁義는 其非人情乎인저 自三代以下者는 天下에 何其囂囂也오


지극한 正道를 실천하는 사람은 타고난 性命의 실정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그 때문에 이어진 것을 군더더기라 여기지 아니하며 갈래 진 것을 餘分의 손가락으로 여기지 아니하며, 긴 것을 남는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며 짧은 것을 부족하다 여기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오리의 다리가 비록 짧지만 이어 주면 슬퍼하고 학의 다리가 길지만 자르면 슬퍼한다. 그 때문에 타고난 本性이 긴지라 잘라야 할 것이 아니며, 타고난 본성이 짧은지라 이어 줄 것이 아니며 근심거리로 여겨 없앨 것이 아니다. 생각건대 仁義는 人情이 아닐 것이다. 인의를 실천하는 사람은 어찌하여 그리 근심이 많은고. 발가락의 군살은 갈라서 찢어 버리면 아파서 눈물을 흘리며 울고, 餘分으로 붙어 있는 손가락은 물어뜯어 떼어 버리면 아파서 소리 내어 운다. 이 두 가지는 어떤 것은 數爻보다 많고 어떤 것은 수효보다 부족하지만 근심거리가 됨은 마찬가지이다. 요즘 세상의 仁人은 근심스런 눈으로 세상의 근심을 자신의 근심으로 여기고 不仁한 자들은 성명의 실정을 결딴내 부귀를 탐낸다. 따라서 아무래도 인의는 인정이 아닌 것 같다. 삼대 이후에는 천하가 어찌 그리 시끄러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