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의 인간본성론: 동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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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ang21c (토론 | 기여)님의 2023년 4월 25일 (화) 00:09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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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펑유란 지음, 정인재 옮김, 『간명한 중국철학사』, 마루비, 2020

진(秦)나라에서 한(漢)나라로

  • 진나라의 통일(B.C.221~B.C.206)

○ 진의 시황제는 법가사상을 받아들여 부국강병을 꾀하고 사상통제 정책을 써서 법가 이외의 사상은 용납하지 않았음
○ 법가는 철저한 군권(君權) 중심 체제를 유지시키면서, 전란 때문에 궁핍해진 국가 재정을 메우기 위해 가혹한 법의 제정도 서슴지 않았음

  • 한나라(B.C. 206~220)

○ 한나라 초기 지식인들은 공통적으로 진왕조가 단명한 원인에 대해 일정한 교훈을 얻었음

 한고조(漢高祖): 백성들이 진의 가혹한 법에 시달린 지 오래되었으므로, 자신은 살인(殺人), 상인(傷人), 도적 등에 관한 3장을 제외한 나머지 진나라 법은 모두 폐기할 것을 약속함

⟹ 진나라의 멸망 원인을 가혹한 법치로 귀결시키고 있음

○ 진의 멸망과 함께 한이 진 대신 천하를 통일하자, 진나라 때의 법가의 반동으로 무위자연 사상이 팽배해지고, 조정에서도 전쟁에 지친 민중과 호흡을 함께 하려는 황로(黃老) 사상이 세력을 점유하게 되었음

○ 무제(武帝, B.C.141~B.C.87) 때 이르러 중앙집권의 통일적 국면을 맞이하면서, 사상 의식 방면에 있어서도 일정한 통일 체계가 필요하게 되었음. 당시 경제적인 면에서 북방 흉노에 대한 관용 정책과 염철(소금과 철)의 국영화 등으로 국가 재정이 넉넉해졌고 정치적인 면에서는 경제(景帝) 때 반란을 평정하고, 제후의 계승권을 박탈하는 등 중앙집권적 봉건전제정권이 공고해졌음. 이것은 구체적으로 진의 법가와 당시 황로학의 극복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내포하는 것이라 하겠음. 이러한 상황에서 동중서를 통해 유교의 국교로서의 지위가 확립되었음


동중서 사상

  • 동중서 사상의 배경

○ 유가, 도가, 법가, 음양가는 진한시대에 새로운 의식형태를 구축하는 4대 사조였음

 <참고: 음양가>
전국시대에서 전한시기에 이르는 시기에 활동한 학파(추연(鄒衍, 전국후기) 등이 대표적임) 이들의 저작은 전부 없어져서 오늘날에는 전해지지 않으나, 천체를 관측하여 우주 운행의 법칙을 알아낸다거나, 달력을 제정하고 미래를 점을 치는 등의 천문, 역법, 술수 등을 연구했던 것으로 보임. 음양가의 사상 및 음양오행의 사상은 한대의 유교와 도교에 흡수되면서 새롭게 전개됨. 고대의 과학사상이라고 할 수 있음

○ 특히 유가사상이 점차 다른 세 학파의 사상을 융합함으로써 주도적인 지위를 차지했고, 점차 시대를 대표하는 사상으로 자리잡았음
○ 객관적 자연법칙의 준수라는 경향(도가와 음양가가 중시한 것)과 주관능동성의 발휘라는 경향(유가, 법가가 중시한 것)을 어떻게 결합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 한대사상이 처리해야 할 중요한 문제였음. 이러한 상황 아래에서 천문과 역법의 규칙을 이야기한 음양가와 자연법칙의 준수를 강조한 도가가 사회의 정치체계를 구축하는 외재적 골격이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음. 그리고 그 외재적 골격 속에서 인위와 입세간의 태도를 중시하는 유학을 강조하게 됨

“성인은 하늘의 마음을 품고 엄정하게 천하를 움직이고 변화시키는 자이다. 그러므로 정성이 안에서 느껴지고 형기가 하늘에서 움직이면 상서로운 별이 나타나고, 황룡이 내려오며, 상서로운 봉황이 이른다. … 하늘과 사람이 서로 통하기 때문이다. … 만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정기는 서로 움직이게 하기 때문이다.(『회남자(淮南子)』, 「태족훈(泰族訓)」)

⟹ ‘천인감응’의 등장
⟹ 경험적 관찰을 통해 발견하는 객관적 자연 법칙에 대해, 주관적 ‘억측’을 통해 이러한 자연물과 사회적 현상 간의 인과관계를 찾아냄

○ 천문, 지리, 기상, 기후, 초목, 금수, 인사, 제도, 법령, 정치, 형체, 정신 등 만사만물을 모두 하나의 통일적인 그리고 상호연관과 상호영향 및 보편법칙의 준수를 발견할 수 있는 우주도식 속에 편입시켜 총체적인 각도에서 인식하고 파악하려고 했음
○ 동중서는 이러한 시대·사상적 배경 하에서 자신의 사상적 틀을 완성시키게 됨


동중서의 『춘추번로(春秋繁露)』

 1. 하늘의 도는 봄에는 따뜻한 기운으로 만물을 낳고 여름에는 더운 기운으로 만물을 길러주며, 가을에는 서늘한 기운으로 만물을 죽이고 겨울에는 추운 기운으로 만물을 갈무리한다. ... 성인은 하늘의 운행에 부응해서 정치를 하기 때문에, 장려하는 것으로 따뜻한 기운에 부응하여 봄에 해당시키고, 상 주는 것으로 더운 기운에 부응해서 여름에 해당시키며, 벌 주는 것으로 서늘한 기운에 부응해서 가을에 해당시키고, 형벌을 내리는 것으로 추운 기운에 부응해서 겨울에 해당시켰다. ... 하늘에는 네 계절이 있고, 제왕에게는 사정(四政)이 있다. 사정은 사계절과 같은 것이니 같은 종류이며, 하늘과 사람이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춘추번로』, 「사시지부(四時之副)」)


 2. 양기가 처음 나타날 때에 사물도 따라 나오기 시작하며, 양기가 한창 왕성할 때에 사물도 한창 무성하고, 양기가 쇠퇴하기 시작할 때에 사물도 쇠퇴하기 시작한다. ... 양은 귀하고 음은 천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를 계산할 때는 낮을 근거로 하지 밤을 근거로 하지 않는다. ... 윗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모두 그 아랫사람들의 양이 되고, 아랫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모두 그 윗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음이 되는 것이다. 음은 잠겨 있는 것과 같으니 무슨 이름이 있고 무엇을 소유하겠는가? 모두 양에 하나로 통합되어서 힘을 쓰고서도 공을 사양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구름을 내고 비를 내릴 때에 반드시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리는 것이니, 이 때문에 하늘의 비[천우(天雨)]라고 명명하는 것이다.
 ... 선은 모두 임금에게로 돌리고 악은 모두 신하에게로 돌리는 것이다. ... 땅이 하늘을 섬기는 것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섬기는 것과 같다.
(『춘추번로』, 「양존음비(陽尊陰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