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길흉관
- 지금까지 살펴본 주역의 다양한 면모
☞ 특히『주역』의 길흉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단순한 미신일까? 운명론일까?
○ 야생의 사고가 문명인의 사고와 대립되는 것이 아니며 문명인의 사고의 일부임. 야생의 사고의 특징을 신화적 사고와 구체의 논리로 표현되는 사고라고 보았음
○ 그는 고대의 신화에 대해, 이는 오늘날 우리가 학문 분야로 다루고 있는, 천문학, 기상학, 동물학, 식물학, 사회학 등의 분야에서 묻고 있는 질문들에 대한 고대인들 나름의 답변이라는 점에 주목했음
○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주역』에 나오는 길흉에 관한 이야기들은 삶에서 닥쳐오는 여러 변화의 국면들, 알 수 없지만 대비해야 하는 미래에 대한 고민들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 주역 속 길흉관을 이렇게 이해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주역』의 길흉관1: 길흉은 인간에게 달려있다
이괘(履卦)로 보는 주역 길흉관의 특징
- 『주역』의 10번째 괘
- 이괘(履卦) 괘사(卦辭)
“호랑이의 꼬리를 밟더라도 사람을 물지 않으니, 형통하다.” 履虎尾(이호미)라도 不咥人(부질인)이라 亨(형)하니라.
☞ 엥? 호랑이 꼬리를 밟았는데 어떻게 형통할 수 있지?
이괘(履卦) 구사(九四) 효사(爻辭) “구사는 호랑이 꼬리를 밟았으니, 두려워하고 두려워하면 끝내는 길할 것이다.” 九四(구사)는 履虎尾(이호미)니 愬愬(색색)이면 終吉(종길)이리라.
- 주역 괘·효사의 길흉의 구조: 흉도 길로 바꿀 수 있다[화흉위길(化凶爲吉)]
변화로서의 길흉 “길흉회린은 움직임에서 생겨난다” 吉凶悔吝者, 生乎動者也.(길흉회린자, 생호동자야.) -『주역』 「계사전」
- 주체적으로 대비하는 길흉(우환의식)
“위태로운 것은 자기 자리를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것이고 망할까 하는 것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보존하는 것이다.” 危者(위자), 安其位者也(안기위자야), 亡者(망자), 保其存者也(보기존자야). -『주역』 「계사하전」
“우환에서 살고 안락에서 죽는다.” 生於憂患而死於安樂(생어우환이사어안락).” -『맹자』, 「고자 하」
=> 여기에서의 두려움: 주어진 재난, 위기상황을 탈없음(무구(无咎)), 길(吉)로 이끌어가기 위한 주체적 노력
『주역』의 길흉관2: 궁극적인 길흉은 선·불선에 달려있다[도덕적 길흉관]
- 주역의 점단사(占斷辭)
○ 점단사, 혹은 단점지사(점을 판단해 주는 말): 사람들에게 무엇이 길한 것이고, 무엇이 흉한 것인가를 깨우쳐주는 말
○ 길(吉), 흉(凶), 회(悔), 린(吝), 구(咎: 허물이 있을 것임), 무구(无咎: 허물이 없을 것임), 리(利: 이로울 것임)
- 무구(无咎), 탈 없음의 비결
○ 무구(无咎): 허물없음, 탈없음 ○ “무구란, 허물을 잘 보완해 나가는 것[선보과(善補過)]”(『주역』 「계사전」)
- 로저 에임스(Roger Ames)가 말한 유학의 인간관
○ 유학은 있음(Being)으로서의 “인간 존재(Human Being)”보다 “인간으로 되어감(human becoming)”으로서의 인간을 말함
- 누적된 선, 불선으로 인한 길흉에 대한 경계
“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경사스러운 일이 넘칠 것이다. 불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재앙이 넘칠 것이다.” 積善之家(적선지가), 必有餘慶(필유여경). 積不善之家(적불선지가), 必有餘殃(필유여앙)
☞ 여기에 동의하시나요? 선, 불선에 대한 인과적인 결과가 필연적으로 일어난다고 생각하나요?
주역 속 명(命)에 대한 이해
점으로서의 명(命): 부여 받은 명
- 숙명론적 세계관
○ 인간은 이미 정해져 있는 운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존재임(수명(受命))
○ 신, 하늘 등 외부의 전지전능한 자로부터 일방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들음(청명(聽命))
○ 점, 점을 치는 샤먼인 무(巫) 등의 매개자를 통해 신, 하늘이 내려준 운명을 알 수 있음
○ 그래서 모든 일에 반드시 점을 쳤음
- 주역 속 수명(受命)
『주역』 건괘(乾卦) 「단전(彖傳)」 건도가 변화함에 각각 성(性)과 명(命)을 바르게 한다. 乾道變化(건도변화), 各正性命(각정성)
○ 건괘는 하늘을 상징하는 괘임. 예로부터 하늘은 만사만물의 원리를 주관하는 것으로 여겨졌음
○ 건괘는 변화무쌍한 인간사의 시작과 성장, 성공, 그리고 성공 그 이후까지, 태어나서 어렵게 자기 분야에 들어가고 마침내 하늘을 날았다가 세상에서 물러날 때까지 모든 변화의 과정들을 여섯 용으로 보여줌
○ 건도는 이러한 사물, 때와 자리마다 제 빛깔과 제 본성이 다르고 제 갈 길이 다른 다양성을 드러내주는 것임
○ 주희: 부여받은 인간의 측면에서 보면 본성을 뜻하는 성(性)이 되고 내려주는 하늘의 측면에서 보면 명(命)이 된다고 했음(物所受爲性, 天所賦爲命)
○ 주희의 입장에서 보면 본성과 명은 1인칭 주어가 누구냐에 따라 다를 뿐이지 사실 같은 것임. 각자마다 제 모습대로 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이치가 인간에게는 본성(性)으로 부여되고 또 이를 내려준 하늘의 입장에서 보면 명(命)이 됨
- 맹자 속 명(命): 바른 명[정명(正命)] vs 바르지 않은 명[비정명(非正命)]
“명(命)이 아닌 것이 없는데 바른 명, 즉 정명(正命)을 순리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莫非命也(막비명야), 順受其正(순수기).” -『맹자』 「진심 상(盡心 上)」
○ 주희: 사람이건 동물이건 어떤 것들이건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길흉화복은 다 하늘이 명해준 것임. 하지만 이를 불러들인 적이 없는데도 저절로 이르러 오는 것이 바른 명, 정명으로 군자가 자기를 수양하면서 이를 기다리는 것은 순리대로 이 바른 명을 받으려고 하기 때문임
“정명을 아는 사람은 위험한 담장 아래 서지 않는다.” 知命者(지명자),不立乎巖牆之下(불립호암장지하) -『맹자』 「진심 상(盡心 上)」
“범죄를 저질러서 형틀을 쓰고 죽는 것도 정명이 아니다." 桎梏死者(질곡사자), 非正命也(비정명야) -『맹자』 「진심 상(盡心 上)」
○ 정명(正命)이란 순리를 따르다 마주한 것임
○ 위험한 담장 아래 서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일은 하늘이 한 것이 아니라 인간 자신이 자초한 일임
“그 도(道)를 다하고 죽는 것이 바른 명, 정명이다. 그 도를 다하고서 만나는 길흉은 모두 자신이 초래한 것이 아닌데도 저절로 이르러 온 것이다." 盡其道而死者(진기도이사자) 正命也(정명야). 盡其道(진기도), 則所値之吉凶(즉소치지길흉), 皆莫之致而至者矣(개막지치이지자의).” -『맹자』 「진심 상(盡心 上)」
=> 유학 속 주체적으로 마주하는 명은 자신이 초래하지 않은 것, 여기에서 나아가 명을 미리 알아 대비하며 세상의 이치를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다가온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이미 준비되어 있기 때문임
- 주역 속 명(命): 즐기는 명
“하늘의 이치를 즐겁게 받아들이고 명을 알기 때문에 근심하지 않으며 자신이 자리하고 있는 곳에서 편안히 있으면서 돈독하게 어진 삶을 실천하기 때문에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樂天知命(락천지명), 故不懮(고불우). 安土敦乎仁(안토돈호인), 故能愛(고능애). -『주역』 「계사전」
○ 주희 『본의(本義)』: “하늘의 섭리와 이치를 즐겁게 수용하고 또 하늘이 내려준 천명을 알기 때문에 근심이 없어서 지혜가 더욱 깊어지고 어디에 있든 모두 편안해서 한번 숨쉴 때에도 인자하지 않음이 없기 때문에 이 세상 만사만물을 구제해주고 싶은 마음을 잊지 않아 그 인자함이 더욱 돈독해지게 된다
○ 주희 『본의(本義)』: “인(仁)은 사랑의 이치이고 사랑은 인(仁)의 작용이다(蓋仁者는 愛之理요 愛者는 仁之用).”
살구씨를 “행인(杏仁)”이라고 하는데 인(仁)은 생명력의 근원으로서의 씨앗의 의미임
○ 낙천지명(樂天知命)할 수 있으면 인(仁)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으며 어떠한 바람과 조건도 없이 자신의 삶을, 상대를, 만사만물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음
『주역』의 길흉관3: 서로의 길흉은 연결되어 있다[연대적 길흉관]
“길흉(吉凶)에 백성과 함께 근심한다.” 吉凶與民同患(길흉여민동환). -『주역』, 「계사전」
- 『주역』 속 생(生)의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