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황 자성록
자성록(自省錄) 서문[편집 | 원본 편집]
-이황 지음, 최중석 옮김, <<이퇴계의 자성록>>, 국학자료원, 2003
옛적에 말을 함부로 하지 않은 것은 몸으로 실천함이 미치지 못함을 부끄러워했기 때문이다. 이제 벗들과 더불어 편지를 주고받으며 강구(講究)함에 그 말을 하게 된 것은 어쩔 수 없어 그런 것이니, 스스로 그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하겠다. 하물며 이미 말한 뒤에 상대방은 잊지 않았으나 내가 잊은 것이 있고, 상대방과 내가 모두 잊은 것도 있다. 이는 부끄러운 일일 뿐 아니라, 거의 꺼려할 줄 모르는 것에 가까운 것은 매우 두려워할 만하다. 그 동안 옛날 상자를 꺼내 편지의 원고가 남아 있는 것을 찾아서 손으로 베껴 책상 옆에 두고, 때때로 살펴보고 거듭 반성하기를 그치지 아니하였다. 그 원고가 없어서 기록하지 못한 것도 그 가운데 있을 수 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모든 편지를 다 기록하여 권(卷)과 질(帙)을 이룬다한들 역시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가정(嘉靖) 무오(戊午)년(1558) 단오 다음날 퇴계노인 씀
☞질문: 말한 걸 실천하지 않으면 부끄러움을 느끼나요?
- 말에 대한 실천을 중시했던 유학
子曰(자왈) 其言之不怍(기언지불작)이면 則爲之也(즉위지야) 難(난)이니라. 공자가 말했다.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그 말을 실천하기가 어렵다.”-<<논어>> <헌문>
子曰(자왈) 古者言之不出(고자언지불출)은 恥躬之不逮也(치궁지불체야)니라. 공자가 말했다. "옛사람이 말을 함부로 내지 않은 것은 자신의 행동이 미치지 못할 것을 부끄러워해서이다.”-<<공자>> <이인>
- 퇴계 편지와 관련된 책들
- 퇴계가 쓴 편지들
- 장윤수, <편지를 통한 퇴계의 손자교육: 교학이념과 교육내용을 중심으로>, <<사회사상과 문화>> 18권 3호, 동양사회사상학회, 2015, 69~109쪽
○ 퇴계는 평생 동안 수많은 편지를 썼음. 그 중에서 문집에 수록되어 있는 것만 하더라도 1000여통이나 됨. 문집에 실린 퇴계의 편지는 주로 제자들과 학문적 논의를 주고받은 것들임. 이 편지들 속에는 퇴계 학문의 근간을 이루는 내용들이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음
○ 그렇지만 퇴계의 편지가 모두 학문적 논의만 한 것은 아님. 제자들이 아닌 아들, 손자 및 친지들에게 보낸 가서(家書: 가족 간에 주고받는 편지)도 많음
☞ 퇴계 이황이 외손자에게 글씨본으로 써준 친필 서첩 / 출처: <<연합뉴스>> 2011.4.2일자 '퇴계 이황 글씨 교본과 편지 기탁' 김용민 기자
☞질문: 위의 서문에서 보이는 퇴계의 평생 과제는 무엇이었을까?
- 퇴계의 자신을 위한 공부, 자기 반성과 성찰의 바탕이 되는 공부
○ 퇴계의 <성학십도(聖學十圖)>
☞ 복혜린, <유아교사 인성교육을 위한 퇴계 삶과 숙흥야매잠도 탐색>, <<아동부모학회지>> 3(2), 한국아동부모학회, 2017, 31~57쪽
- 61세에 도산서당이 완성되었음. 50세부터 계상서당에서 가르쳤는데 시간이 흘러 많은 선비들이 모여들자 장소의 비좁음을 고민하다가 약 3년에 걸쳐서 도산서당을 완성하게 됨
- 68세 12월에 선조 임금에게 상소문을 올리면서 좋은 임금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성학십도>를 적은 상소문을 올리게 됨
- 퇴계의 공부목적은 위기지학(爲己之學), 즉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는 학문이었음. 그와 반대는 위인지학(爲人之學)으로 학문의 목적이 과거시험을 보아서 남들을 다스리는 데에 뜻을 두는 것을 말함
☞ 소수박물관에 전시된 성학십도 병풍 / 출처: <<헤럴드경제>> 2013.6.24일자, 남민 기자
☞질문: 왜 병풍으로 만들어서 두고 보았을까?
○ <성학십도>의 마지막 '숙흥야매잠도(夙興夜寐箴圖: 아침 일찍 일어나 저녁에 잘 때까지 힘써야 할 일과 마음가짐)
☞질문: 우리는 숙흥야매잠을 가지고 살아가나?
1. 숙오(夙悟) 아침 일찍 깨어날 때의 공부를 의미, 일찍 잠에서 깨어남 계명이오(鷄鳴而寤) 닭이 울어 잠이 깨면 사려점치(思慮漸馳) 생각이 점차 일어나게 되니 합어기간(盍於其間) 그 사이에 담이정지(澹以整之) 조용히 마음을 정돈하고 혹성구건(或省舊愆) 혹 지난날을 반성하고 혹주신득(或紬新得) 새롭게 깨달은 것을 모아 차제조리(次第條理) 조리를 세워 분명하게 요연묵식(瞭然黙識) 이해해야 한다.
2. 신흥(晨興) 새벽에 일어남, 일어나서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 공부 본기립의(本旣立矣) 근본이 세워지면 매상내흥(昧爽乃興) 일찍 일어나 관즐의관(盥櫛衣冠) 세수하고 머리 빗고 옷을 갖추어 입고 단좌염형(端坐斂形) 단정히 앉아 몸을 가다듬는다 제철차심(提掇此心) 마음을 끌어 모아 교여출일(皦如出日) 밝은 햇살처럼 해야 한다 엄숙정제(嚴肅整齊) 몸을 엄숙하고 가지런히 정돈하고 허명정일(虛明靜一) 마음을 비우고 밝고 고요하기를 한결 같이한다
3. 독서(讀書) 책을 읽을 때의 공부 내계방책(乃啓方冊) 책을 펴서 대월성현(對越聖賢) 성현을 마주 대하면 부자재좌(夫子在坐) 공자께서 자리에 계시고 안증후선(顔曾後先) 안자, 증자가 앞뒤로 계시고 성사소언(聖師所言) 성인이신 선생의 말씀을 친절경청(親切敬聽) 친절히 경청하고 제자문변(弟子問辨) 제자들의 묻고 따지는 말을 반복참정(反覆參訂) 반복해서 참고하여 바로 잡으라
4. 응사(應事) 일에 응할 때의 공부 사지사응(事至斯應) 일이 생겨 그것에 응하면 즉험우위(則驗于爲) 실천으로 증명할 수 있으니 명명혁연(明命赫然) 밝은 명령은 빛나는 것 상목재지(常目在之) 항상 눈은 거기에 있도록 한다 사응기이(事應旣已) 일이 생기면 아즉여고(我則如故) 나는 예전과 같이 방촌담연(方寸湛然)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응신식려(凝神息慮) 정신을 모아 사사로운 생각을 멈추도록 한다
5. 일건(日乾) 낮에 노력하는 공부 동정순환(動靜循環) 움직임과 고요함이 순환하는 것은 유심시감(惟心是監) 오직 마음으로 볼 수 있다 정존동찰(靜存動察) 고요할 때 보존하고 움직일 때 관찰하여 물이물삼(勿貳勿參) 두 가지 세 가지 마음이 생기면 안 된다. 독서지여(讀書之餘) 책을 읽다가 간이유영(間以遊詠) 틈이 나면 휴식을 갖고 발서정신(發舒精神) 정신을 풀어헤쳐 휴양정성(休養情性) 쉬며 성정을 길러야 한다.
6. 석척(夕惕) 저녁에 조심하는 공부 일모인권(日暮人捲) 해가 저물면 피곤해진다. 혼기이승(昏氣易乘) 나쁜 기운이 들어오기 쉬우므로 재장정제(齋莊整齊)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진발정명(振拔精明) 정신을 가다듬고, 맑게 이끌어야 한다. 야구사침(夜久斯寢) 밤이 깊어 잠이 들 때 제수렴족(齊手斂足) 손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부작사유(不作思惟) 잡생각을 하지 말고 심신귀숙(心神歸宿) 마음과 정신을 잠들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