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제6편
<<장자>> 제6편 <대종사(大宗師)> 간략 소개[편집 | 원본 편집]
☞ 번역문 출처: 동양고전종합DB 안병주 역주
○ 대종사(大宗師)는 커다란 종사(宗師), 대종(大宗)인 스승, 크게 존숭할 스승 등으로 볼 수 있는데 모든 가르침의 으뜸이 되는 도(道)를 바로 대종사(大宗師)라고 할 수 있음
○ 중국 학자인 왕숙민(王叔岷)은 이 편은 신선사상이나 법가사상까지 뒤섞여 있어서 장자의 초기 작품이거나 장자를 배우는 무리들이 어지럽힌 점이 있는 것 같다고 보기도 했음
○ 이케다 토모히사[지전지구(池田知久)]는 '화(化: 변화)'의 사상이 많이 보이는 것을 이 편의 특징으로 꼽고 있음. 그는 “이 화(化)란 물(物)이 그 물(物)로서는 죽어서 다른 물(物)로 태어나는 전화(轉化)‧전생(轉生)이고 이것이 한없이 영겁으로 반복되는 일종의 윤회”라고 보기도 했음
<대종사>의 시작, 도를 체득한 진인(眞人)에 대한 묘사[편집 | 원본 편집]
知天之所爲(지천지소위)하며 知人之所爲者(지인지소위자) 至矣(지의)니라 知天之所爲者(지천지소위자)는 天而生也(천이생야)요 知人之所爲者(지인지소위자)는 以其知之所知(이기지지소지)로 以養其知之所不知(이양기지지소부지)하야 終其天年(종기천년)하야 而不中道夭者(이부중도요자) 是(시)는 知之盛也(지지성야)니라 ... 何謂眞人(하위진인)고 古之眞人(고지진인)은 不逆寡(불역과)하며 不雄成(불웅성)하며 不謨士(불모사)하더니 若然者(약연자)는 過而弗悔(과이불회)하며 當而不自得也(당이부자득야)하나니라 若然者(약연자)는 登高不慄(등고불율)하며 入水不濡(입수불유)하며 入火不熱(입화불열)하나니 是(시)는 知之能登假於道者也(지지능등가어도자야) 若此(약차)하니라 古之眞人(고지진인)은 其寢不夢(기침불몽)하며 其覺無憂(기각무우)하며 其食不甘(기식불감)하며 其息深深(기식심심)하니라
자연이 운행하는 이치를 알고 사람이 해야 할 바를 아는 사람은 지극한 존재이다. 자연이 운행하는 이치를 아는 사람은 자연의 도를 따라 살고, 사람이 해야 할 바를 아는 사람은 자기의 지식으로 알고 있는 것을 가지고 자기의 지식으로 알지 못하는 것을 길러서 천수(天壽)를 다 마쳐 중도에 요절하지 않으니 이런 사람은 앎이 성대한 사람이다. 무엇을 일러 진인(眞人)이라 하는가. 옛날의 진인은 적다고 해서 거절하지 않으며, 공(功)을 이루어도 뽐내지 아니하며, 인위적으로 일을 도모하지 않았다. 그 같은 사람은 실패하여도 후회하지 아니하며, 일이 합당하게 이루어져도 우쭐거리지 않는다. 그 같은 사람은 높은 데 올라가도 두려워 떨지 아니하고, 물 속에 들어가도 젖지 아니하며, 불 속에 들어가도 뜨겁지 아니하니, 이것은 앎이 도의 경지에 오름이 이와 같은 것이다. 옛날의 진인은 잠잘 때에는 꿈을 꾸지 않았고, 깨어 있을 때에는 근심이 없었으며, 먹을 때에는 달게 여기지 아니하였으며, 숨은 길고 길었다.
◈ 적다고 해서 거절하지 않으며[不逆寡(불역과)]: 역경이나 실패에 처해서도 그것을 거스르지 않고 주어진 대로 받아들인다는 의미
◈ 인위적으로 일을 도모하지 않았다[不謨士(불모사)]: 모든 일을 자연에 맡긴다는 뜻
古之眞人(고지진인)은 不知說生(부지열생)하며 不知惡死(부지오사)하야 其出不訢(기출불흔)하며 其入不距(기입불거)하야 翛然而往(소연이왕)하며 翛然而來而已矣(소연이래이이의)니라 不忘其所始(불방기소시)하며 不求其所終(불구기소종)하야 受而喜之(애지희지)하며 忘而復之(망이복지)하더니 是之謂不以心捐道(시지위불이심연도)하며 不以人助天(불이인조천)이라 하나니 是之謂眞人(시지위진인)이니라 若然者(약연자)는 其心(기심)이 志(지)하며 其容(기용)이 寂(적)하며 其顙(기상)이 頯(규)하니 凄然似秋(처연사추)하고 煖然似春(훤연사춘)하야 喜怒通四時(희노통사시)하야 與物有宜(여물유의)하야 而莫知其極(이막지기극)이니라 ... 古之眞人(고지진인)은 其狀(기상)이 義而不朋(의이불명)하야 若不足而不承(약부족이불승)하며 與乎其觚而不堅也(여호기고이불견야)하며 張乎其虛而不華也(장호기허이불화야)니라 死生(사생)이 命也(명야)니 其有夜旦之常(기유야단지상)은 天也(천야)라 人之有所不得與(인지유소부득여)니 皆物之情也(개물지정야)니라
옛날의 진인(眞人)은 생(生)을 기뻐할 줄 모르고 죽음을 싫어할 줄도 몰라서, 태어남을 기뻐하지도 아니하며 죽음을 거부하지도 아니하여 홀가분하게 (세상을) 떠나며, 홀가분하게 (세상에) 태어날 따름이다. 자신의 생이 시작된 곳을 잊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끝나는 곳을 알려고 하지 않아서, 생명을 받아서는 그대로 기뻐하고, 생명을 잃게 되어서는 대자연으로 돌아간다. 이것을 일컬어 심지(心知: (인위적인) 마음과 앎)으로 도를 손상시키지 아니하고, 인위적인 행위로 무리하게 자연의 운행을 조장(助長)하지 않는다고 하니 이런 사람을 일러 진인이라고 한다. 그 같은 사람은 마음이 한 곳에 머물러 있으며, 모습은 고요하며, 이마는 넓고 평평하니, 서늘함은 가을과 같고 따스함은 봄과 같아서, 희노(喜怒: 기쁨과 분노)의 감정이 사계절과 통하여 사물과 적절하게 어울려서 그 끝을 알지 못한다. ... 옛날의 진인(眞人)은, 그 모습이 높이 솟은 산처럼 당당하면서도 무너지지 아니하며, 부족한 것 같지만 남에게서 받지 않으며, 몸가짐이 법도에 꼭 맞아 태도가 단정하면서도 고집하지 않으며, 넓고 크게 마음을 비운 듯하면서도 꾸미지 않았다. 죽고 사는 것은 명이다. (죽고 사는 것에) 밤낮처럼 일정함이 있는 것은 자연인지라 사람이 관여할 수 없는 바가 있으니 이것이 사물의 참다운 모습이다.
◈ 이마는 넓고 평평하니[其顙頯(기상규)]: 넓고 평평하여 이맛살을 찌푸리지 않음. 진인(眞人)은 소박한 상태를 지키기 때문에 이마조차도 꾸밈(주름)이 없다는 뜻
<대종사> 속 도에 다가가는 법(수양법)[편집 | 원본 편집]
南伯子葵(남백자규) 問乎女偊曰(문호여우왈) 子之年(자지년)이 長矣(장의)로대 而色若孺子(이색약유자)는 何也(하야)오 曰(왈) 吾(오)는 聞道矣(문도의)로라 南伯子葵曰(남백자규왈) 道可得學邪(도가득학야)아 曰(왈) 惡(오)라 惡可(오가)리오 ... 吾猶守而告之(오유수이고지)하니 參日而後(삼일이후)에 能外天下(능외천하)코 已外天下矣(이외천하의)어늘 吾又守之(오우수지)호니 七日而後(칠일이후)에 能外物(능외물)코 已外物矣(이외물의)어늘 吾又守之(오우수지)호니 九日而後(구일이후)에 能外生(능외생)코 已外生矣而後(이외생의이후)에 能朝徹(능조철)하고 朝徹而後(조철이후)에 能見獨(능견독)코 見獨而後(건독이후)에 能無古今(능무고금)코 無古今而後(무고금이후)에 能入於不死不生(능입어불사불생)하니라
남백자규(南伯子葵)가 여우(女偶)에게 물었다. “당신의 나이는 상당히 많은데 안색은 마치 어린아이와 같은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여우(女偶)가 말했다. “나는 道를 들었다.” 남백자규가 말했다. “도라는 것이 배워서 터득할 수 있는 것입니까?” 여우가 말했다. “아! 어찌 배울 수 있겠는가. ... “나는 그래도 차근차근히 지켜보면서 그에게 일러 주었는데, 3일이 지난 뒤에 천하를 잊어버렸고, 이미 천하를 잊어버리자 내가 또 그를 지켜보니 7일이 지난 뒤에 모든 사물(事物)을 잊어버렸고, 이미 모든 사물을 잊어버리자 내가 또 그를 지켜보니 9일이 지난 뒤에 자기의 삶을 잊어버렸고 이미 삶을 잊어버린 이후에 아침 햇살과 같은 경지에 도달하였고, 아침 햇살과 같은 경지에 도달한 이후에는 홀로 우뚝 선 도(道)를 볼 수 있었고, 홀로 우뚝 선 도를 본 뒤에는 시간의 흐름을 다 잊어버릴 수 있었고, 시간의 흐름을 잊은 이후에 죽지도 않고 살지도 않는 경지에 들어갈 수 있었다.”
◈ 천하를 잊어버렸고[外天下(외천하)]: 천하를 도외시함. 천하의 어지러운 인간사를 잊어버렸다는 뜻
◈ 모든 사물을 잊어버렸고[外物(외물)]: 모든 사물(만물)을 도외시함. 외부의 모든 사물을 잊어버렸다는 뜻
◈ 삶을 잊어버렸고[外生(외생)]: 삶을 도외시함. 자기의 삶마저 잊어버렸다는 뜻. 외물(外物)에 비해 더 어려운 경지를 의미
◈ 아침 햇살[朝徹(조철)]: 아침 햇살과 같은 경지. 어둠을 꿰뚫는 아침 햇살과 같이 모든 것을 밝게 비춘다는 뜻으로 도를 깨우쳤음을 형용한 표현
◈ 홀로 우뚝 선 도(道)를 볼 수 있었고[見獨(견독)]: 홀로 우뚝 선 도를 봄. 장주는 도는 절대이기 때문에 그것과 서로 대립되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음. 그 때문에 '홀로 독(獨)'이라고 한 것임. 도의 절대성 강조
◈ 죽지도 않고 살지도 않는 경지에 들어감[入於不死不生(입어불사불생)]: 도는 시공간을 초월한 것임. 생사도 초월함 것임. 즉 죽지도 않고 살지도 않는 도의 경지에 들어섰다는 뜻
★ 남백자규와 여우의 대화에서 도는 한편으로는 배울 수 없는 것으로 묘사되면서도 외천하(外天下: 천하를 도외시함)→외물(外物: 모든 사물을 잊어버림)→외생(外生: 삶을 도외시함)→조철(朝徹: 도를 깨우침)→견독(見獨: 홀로 우뚝 선 도를 봄)→무고금(無古今: 시간의 흐름을 잊음)→입어불사불생(入於不死不生: 죽지도 않고 살지도 않는 경지에 들어감)에 이르는 도의 단계별 수행과정을 말함으로써 수행을 통해 도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음
오늘의 사유 주제(2022.10.14)[편집 | 원본 편집]
<개인적으로 정리해 볼 것> ☞ 1. 자신에게 주어진 명(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혹은 자신의 삶에 일어났던 이해할 수 없는 일은 무엇인가요? ☞ 2. 1을 진인의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어떻게 보이나요? 어떻게 이해해 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