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송괘 읽기

An_SW
둘러보기로 이동 검색으로 이동

송괘(訟卦)[편집 | 원본 편집]

송괘 괘상.png

  • 괘상: 천수송(天水訟), 감하건상(坎下乾上)

⇒ 송괘는 물을 상징하는 하괘의 감괘와 하늘을 상징하는 상괘의 건괘로 구성되어 있음

  • 괘의 순서: 현행본 『주역』의 6번째 괘
  • 송(訟)의 의미

○ 송(訟)은 쟁송(爭訟)을 의미함
○ 송괘는 상괘가 하늘을 상징하는 건괘이고 하괘는 물을 상징하는 감괘임. 하늘의 양은 위로 올라가려고 하고 물의 성질은 아래를 향해 나아가려고 해서 그 둘이 나아가는 방향이 서로 위배되므로 그래서 송사가 이루어지게 되는 상(象)임
○ 건괘의 성질은 강건하고 감괘의 성질은 험한데 이 둘이 서로 접촉하게 되면 쟁송이 있을 수밖에 없음. 또 이를 사람에게 적용시켜보면 내적인 마음은 험하고 외적인 행동은 강하기 때문에 쟁송이 일어나게 됨


송괘(訟卦) 괘사[편집 | 원본 편집]

 訟(송)은 有孚(유부)나 窒(질)하여 惕(척)하니 中(중)은 吉(길)하고 終(종)은 凶(흉)하니 利見大人(이견대인)이요 不利涉大川(불리섭대천)하니라.
 송(訟)은 진실함이 있으나 막혀서 두려워하니 중도(中道)에 맞게 한다면 길(吉)하고 끝까지 하면 흉하니, 대인을 만나봄이 이롭고 큰 내를 건너는 것은 이롭지 않다.
  • 부(孚): 진심, 믿음 / 질(窒): 막힘 / 척(惕): 두렵다 / 섭(涉): 건너다
  • 유부질척(有孚窒惕) 중길(中吉): 진실함이 있으나 막혀서 두려워하니 중도(中道)에 맞게 한다면 길함

○ 쟁송이라는 것은 일이 불화가 일어나고 감정이 서로 어긋나서 다투게 되어 쟁송에 이르게 됨. 쟁송의 본질에 대해 함부로 이를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되고 반드시 신뢰와 진실성을 가지고 사건을 더 나아가지 못하도록 멈추고 막게 해서 두려워하면서 중도(中道)를 지키면서 그치게 할 수 있음 (공영달)
○ 쟁송의 중요한 지점은 진실함을 가지고 그것이 번져 확대되지 않도록 두려워하고 조심하면서 중도(中道)를 잘 지켜가야 함
○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까닭: 송사의 일은 남과 쟁송하고 시비를 분변하면서 제3자에게 판결해 주기를 기다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막혀서 통하지 않는 상황임. 막히지 않았으면 이미 시비가 분명하게 밝혀져서 송사가 없었겠지만 사건이 아직 분명하게 변별되지 않아서 길흉을 기필할 수가 없기 때문에 두려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 (정이)


  • 종흉(終凶) 이견대인(利見大人) 불리섭대천(不利涉大川): 끝까지 하면 흉하니, 대인을 만나봄이 이롭고 큰 내를 건너는 것은 이롭지 않음

○ 송괘에서는 송사의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면 흉하다는 관점을 제시해 주고 있음
○ 여기에서 “대인을 만나봄이 이롭다”라고 한 데에서 대인은 송사를 판결해 주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음
○ “큰 내를 건너감은 이롭지 않다”라고 한 것은 송사의 일은 길게 끌고 가면 좋지 않기 때문에 일을 진행해 나가면 위태롭고 불리한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임


송괘(訟卦) 「단전」[편집 | 원본 편집]

 彖曰(단왈) 訟(송)은 上剛下險(상강하험)하여 險而健(험이건)이 訟(송)이라. 訟有孚窒中吉(송유부중길)은 剛來而得中也(강래이득중야)요 終凶(종흉)은 訟不可成也(송부가성야)요 利見大人(이견대인)은 尙中正也(상중정야)요 不利涉大川(불리섭대천)은 入于淵也(입우연야)라
 「단전(彖傳)」에 말했다. “송(訟)은 위는 강하고 아래는 험하여 험하고 강건함이 송(訟)이다. ‘송(訟)에 진실함이 있으나 막혀서 두려워하니 중도에 맞게 한다면 길하다’는 것은 강(剛)이 와서 중(中)을 얻은 것이고, ‘끝까지 하면 흉(凶)하다’는 것은 송사(訟事)를 끝까지 이루어지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고 ‘대인(大人)을 만나봄이 이롭다’는 것은 중정(中正)을 숭상하기 때문이고,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지 않다’는 것은 깊은 연못으로 들어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 상강하험(上剛下險) 험이건송(險而健訟): 위는 강하고 아래는 험하여 험하고 강건함이 송(訟)임

○ 송괘가 상괘의 건괘와 하괘의 감괘로 이루어져 있는 것을 가지고 말한 것임
○ 건괘는 강건한 성질을 가지고 있고 감괘는 험한 성질을 가지고 있음. 험하면서 강건하기 때문에 송사가 이루어진다고 본 것임
○ 공영달은 사람이 마음에 험악한 생각을 품고 있고 거기에다 성질까지 강건하게 되어서 송사가 벌어지게 된 것이라고 보았음


  • 강래이득중야(剛來而得中也): 강(剛)이 와서 중(中)을 얻음

○ 이러한 「단전」의 구절들은 『주역』의 괘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보는 단서가 됨
『주역철학사』에서는 “강이 와서 중을 얻었다(剛來而得中)”는 「단전」의 이 구절에 대해 상체가 건이기 때문에 하괘의 곤괘에 위치해 있었던 육이효를 양효로 변화시켰다고 보았음
○ 주희는 송괘가 돈괘(遯卦)에서 왔다고 보았음. 즉 둔괘의 삼효가 이효 자리로 내려와서 중의 자리에 있게 되었다고 본 것임

돈괘에서송괘.png

  • <참고>: 주희의 괘변도(卦變圖) 중

=> 「단전」 등에 근거하여 주희는 2개의 음, 2개의 양이 있는 괘들 15개는 임괘와 돈괘에서 왔다고 보았음

주희 괘변도.png

○ 주희는 강(剛, 양)이 와서 이효의 자리에 위치해서 하괘의 중(中)의 자리에 해당되었다는 것은 진실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막히게 되었지만 두려워할 수 있어서 중도를 지킬 수 있는 상이라고 보았음

둔괘에서송괘2.png


  • <참고>: 중부괘 (中孚卦)

중부괘2.png

○ ‘부(孚)’자는 본래 알을 부화한다는 의미로, 알이 부화되기 위해서는 온갖 정성을 다하여 진실하게 해야 함 여기에서 ‘중(中)’은 마음속을 의미하며 ‘중부(中孚)’는 마음속의 진실함을 말함
○ 상하의 이효와 오효가 모두 양(陽)으로 실(實)하고 네 개의 양이 바깥에 있고 두 개의 음이 안에 있는 것으로 중간이 비어 있는 모습임. 이효와 오효의 중(中)이 실(實)하기 때문에 진실함을 가지고 있는 상황임
○ 괘상으로 봤을 때 하괘는 태괘(兌卦)로 기뻐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고 상괘는 손괘(巽卦)로 겸손한 성질을 지니고 있음
○ 이는 위에 있는 사람이 아랫사람에게 겸손하고 아래 있는 사람들이 위에게 기뻐하는 진실함을 표현하는 상을 지니고 있음


  • 종흉송부가성야(終凶訟不可成也): ‘끝까지 하면 흉(凶)하다’는 것은 송사(訟事)를 끝까지 이루어지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임

○ “끝까지 하면 흉하다(終凶)”는 괘사의 말을 「단전」에서는 “끝까지 이루어지게 해서는 안된다”라고 풀이했음
○ 정이는 송사에 대해 좋은 일이 아니고 부득이해서 하는 것으로 그 일에 생각을 끝까지 밀고 나아가게 되면 흉하다고 보았음. 송괘에서는 전반적으로 송사의 일을 마지막까지 끌고 갈수록 흉하게 되는 상황이 언급되고 있음


  • 이견대인(利見大人) 상중정야(尙中正也): ‘대인(大人)을 만나봄이 이롭다’는 것은 중정(中正)을 숭상하기 때문임

○ “대인을 만나봄 이롭다”에서 대인은 쟁송을 판단해주는 사람으로 이해할 수 있음. 쟁송이 일어나는 때에는 제3자로서 올바르게 판단해 줄 수 있는 대인을 만나보는 것이 이로움 (공영달)
○ 서로의 관점이 갈리고 시비를 가려야 하는 쟁송의 때에 중요한 것은 중도를 지키고 정도를 지키는 것이며, 이러한 중도와 정도를 지키면서 시비를 가려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대인임


  • 불리섭대천(不利涉大川) 입우연야(入于淵也):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지 않다’는 것은 깊은 연못으로 들어가는 상황이기 때문임

○ 송괘는 하괘가 험함을 상징하는 감괘이고 상괘는 강건한 성질을 지닌 건괘임. 험한데 강건한 성질을 가지고 이 험함을 우습게 보고 이 물로 상징되는 험난함을 무릅쓰려고 하면 깊은 연못의 위태로움으로 들어가려는 상황이 되고 말 것임
○ 큰 강을 건너는 듯한 상황은 송사의 일을 상징한 것이며 이를 강하게 밀고 나가려고 하면 깊은 연못으로 빠져들고 난국으로 빠져드는 상황이 될 것임을 경계한 말임


송괘(訟卦) 「상전」[편집 | 원본 편집]

 象曰(상왈) 天與水違行(천여수위행)이 訟(송)이니 君子以(군자이)하여 作事謀始(작사모시)하나니라.
 「상전(象傳)」에 말했다. “하늘과 물이 어긋나게 나아가는 것이 송(訟)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서 일을 할 때에 처음부터 잘 도모한다.” 


  • 천여수위행송(天與水違行訟)

○ 송괘의 상괘는 건괘로 하늘을 상징하는데 하늘은 위로 올라가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음. 반면 하괘인 감괘는 물을 상징하는데 아래로 나려가려는 성질을 지니고 있음
○ 송괘를 이루고 있는 건괘와 감괘가 서로 등지고 어긋나게 나아가는 상(象)을 지니고 있는 것이며 이것이 쟁송이 일어나는 모습과 닮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음


  • 작사모시(作事謀始)

○ 공영달은 송사가 이미 일어나게 되면 군자는 이 송사의 근원을 예방해야 함을 말한 것으로 보았음 (공영달)
○ 송사를 다스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처음에 분쟁의 발단이 되는 일의 시초를 끊어버리는 데 있음을 알 수 있음


송괘(訟卦) 효사와 「상전」[편집 | 원본 편집]

 初六(초육)은 不永所事(불영소사)면 小有言(소유언)하나 終吉(종길)이리라.
 초육(初六)은 쟁송하는 일을 길게 끌고 가지 않으면 조금 말은 있으나 끝내는 길할 것이다. 
 象曰(상왈) 不永所事(불영소사)는 訟不可長也(송불가장야)니 雖小有言(수소유언)이나 其辯(기변)이 明也(명야)라.
 「상전(象傳)」에 말했다. “쟁송하는 일을 길게 끌고 가지 않는 것은 쟁송은 길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니, 비록 조금 말은 있으나 분별함이 밝은 것이다.” 


  • 소유언종길(小有言終吉): 조금 말은 있으나 끝내는 길할 것임

송괘 초육.png

○ 초육은 구사와 응하고 있는데 구사효는 강건한 양효로 초육효 자신에게 와서 침범하고 있는 상황임. 초육의 입장에서는 침범을 당했기 때문에 쟁송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조금 말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임(공영달)
○ 하지만 초육 자체가 유약한 성질로 송괘의 아랫자리에 위치하고 있어서 쟁송을 끝까지 할 수 없는 상황임. 그래서 조금 말은 있지만 끝내는 길할 수 있는 상황(정이)
=> 『주역』에서 조금 말이 있다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수 있는 위기를 미리 간파하고 조심할 수 있는 단서가 되기도 함

 『주역』에서 말하는 '말'의 중요성
 “혼란이 생기는 것은 말이 계제(階梯: 사닥다리)가 되니 군주가 치밀하지 않으면 신하를 잃게 되고 신하가 치밀하지 않으면 제 몸을 잃게 되며 기미가 보이는 일에 치밀하지 않으면 피해가 생기게 된다. 이 때문에 군자는 신중하고 치밀하게 하여 말을 함부로 내뱉지 않는다.”
 子曰 “亂之所生也, 則言語以爲階. 君不密, 則失臣, 臣不密, 則失身, 幾事不密, 則害成. 是以君子愼密而不出也.” (『주역』 「계사상전(繫辭上傳)」)


  • 기변명야(其辯明也): 분별함이 밝은 것임

○ 초효가 쟁송하는 일을 길게 끌어가지 않을 수 있는 것은 그 처음에 분변함이 밝기 때문임. 『논어(論語)』 「안연(顏淵)」에서 공자는 “송사를 듣고 판단하는 것은 나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한다. 하지만 나는 반드시 송사가 없게 할 것이다(聽訟, 吾猶人也, 必也使無訟乎).”라고 했음. 송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그 초반에 시비를 분명하게 하는 것을 중요시 여겼다는 것을 알 수 있음


 九二(구이)는 不克訟(불극송)이니 歸而逋(귀이포)하여 其邑人(기읍인)이 三百戶(삼백호)면 无眚(무생)하리라.
 구이(九二)는 쟁송할 수 없으니, 돌아가 도망가서 읍(邑)의 사람이 3백 호정도로 작은 읍이라면 재앙이 없을 것이다.
 象曰(상왈) 不克訟(불극송)하여 歸逋竄也(귀포찬야)니 自下訟上(자하송상)이 患至掇也(환지철야)리라. 
 「상전(象傳)」에 말했다. “쟁송할 수 없어서 돌아가 도망가서 숨는 것이니, 아래에서 윗사람과 쟁송함은 환난이 이르러 오는 게 주워담듯 쉽고 필연적일 것이다.”


  • 불극송(不克訟): 쟁송할 수 없음

○ 여기에서 ‘불극(不克)’은 ‘할 수 없다’는 뜻임. ‘克’을 이긴다는 뜻으로 보기도 함
○ “불극송(不克訟)”은 쟁송할 수 없다는 뜻임. 구이와 구오가 성질이 강해서 같은 양끼리 서로 부딪치고 쟁송하는 상황임. 하지만 구오효는 중(中)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양효로 양의 자리에 있어 정(正)을 얻은 상황임. 게다가 군주의 자리에 처해 있기 때문에 구이효가 구오효와 대적할 수 없는 상황임


  • 귀이포(歸而逋): 돌아가 도망가서 숨음

○ 逋(포): 도망간다
○ 귀이포(歸而逋): 쟁송에서 이길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두려워하면서 돌아가 자기 읍으로 도망가야 함
○ 기읍인삼백호(其邑人三百戶): 고대에 읍은 서민들이 모여 살던 곳으로 경작할 토지가 많지 않은 지역을 의미함. 삼백호는 작은 읍에 해당됨 (정병석 역주, 『주역 상권』, 을유문화사, 2010, 162쪽)


  • 무생(无眚): 재앙 없음

○ 眚(생): 자신의 실수와 잘못으로 일어난 재앙. 밖에서부터 닥쳐온 ‘재(災)’와는 같은 재앙으로 해석되지만 다른 뜻을 지니고 있음


  • 귀포찬야(歸逋竄也): 돌아가 도망가서 숨음

○ 竄(찬): 숨는다
○ 귀포찬야(歸逋竄也): 여기에서 ‘찬(竄)’은 숨는다는 뜻이다. 이 글자에는 쥐를 뜻하는 ‘서(鼠)’자가 들어있는데 정병석은 쥐가 구멍으로 달아나 숨는 모습을 뜻하는 것이라고 보았음(정병석 역주, 『주역 상권』, 을유문화사, 2010, 162쪽)


  • 자하송상(自下訟上): 아래에서 윗사람과 쟁송함

○ 구이효는 아래에 위치해 있으면서 상괘의 구오효와 응하지 않는 상황에 놓여 있어서 자칫 아랫사람으로 윗사람과 쟁송하게 된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임


  • 환지철야(患至掇也): 환난이 이르러 오는 게 주워담듯 쉽고 필연적임

○ 掇(철): 주워담는다, 쉽게 얻는다는 뜻임
○ 환지철야(患至掇也): 윗사람과 쟁송함은 이치에 거스르고 어긋나는 것으로 보면서 환난이 이르러 오는 것이 손으로 물건을 주워담듯 필연적으로 닥칠 것임(공영달)
○ 아래에서 위와 쟁송함은 환난이 이르러오는 것이 주워담듯 쉽고 필연적일 것이라는 의미임


 六三(육삼)은 食舊德(식구덕)하여 貞(정)하면 厲(여)하나 終吉(종길)이리니 或從王事(혹종왕사)하여 无成(무성)이로다. 
 육삼(六三)은 옛 녹봉을 먹고 살면서 바르게 하면 위태롭지만 끝내는 길할 것이니, 혹 왕이 일에 종사하더라도 이룰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象曰(상왈) 食舊德(식구덕)하니 從上(종상)이라도 吉也(길야)리라.
 「상전(象傳)」에 말했다. “옛 녹봉을 먹고사니, 윗사람을 따르더라도 길할 것이다.”


  • 식구덕정려(食舊德貞厲) 종길(終吉): 옛 녹봉을 먹고 살면서 바르게 하면 위태롭지만 끝내는 길할 것임

○ 舊德(구덕): 옛 녹봉을 의미함. ‘덕(德)’을 녹봉으로 보는 이유는 녹봉은 덕에 걸맞게 받는 것이기 때문임(정이)
○ 육삼은 음유한 자질을 가지고 송괘의 때에 양의 자리에 위치하고 있고, 상구와 응의 관계에 있긴 하지만 음유한 자질로 험함을 상징하는 감괘의 윗 자리에 위치하고 있고 위아래로 강한 성질을 가진 양효 사이에 끼어 있어서 위태롭고 두렵게 여기면서 쟁송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정이) 그래서 분수를 지키면서 옛 녹봉을 먹고 사는 데 만족할 수 있는 것임. 전체적인 상황은 위태롭지만 자기 분수를 지키면서 바름을 지켜갈 수 있으면 끝내는 길할 수 있는 상황임


  • 혹종왕사(或從王事) 무성(无成): 혹 왕이 일에 종사하더라도 이룰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임

○ 육삼은 상구와 응의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에 삼효는 상구를 따라서 “혹 왕의 일에 종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음. 하지만 송괘의 때에 있기 때문에 자기 마음대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없으며 혹여 성과가 있더라도 자신의 공으로 내세우지 말아야 하는 때임


  • 종상길야(從上吉也)

○ 육삼은 본연의 분수를 지킬 수 있는 상태로 윗자리에 있는 상구에게 순종하기 때문에 길할 수 있음


  • 위태로운 상황에서는, 특히 중간에 끼여서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더 무언가 해 나가려고 하기 보다는 분수를 지키면서 때를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함. 혹 좋은 기회가 생기더라도 그 성과를 자신에게 돌려서는 안되고 그저 그 일을 잘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정도로, 조용히 그 일을 해나가는 지혜가 필요함


 九四(구사)는 不克訟(불극송)이라 復卽命(복즉명)하여 渝(유)하여 安貞(안정)하면 吉(길)하리라. 
 구사(九四)는 쟁송하지 못하니, 돌아와 명(命)에 나아가 쟁송하려던 마음을 바꾸어 편안하고 바르게 하게 하면 길할 것이다.
 象曰(상왈) 復卽命渝安貞(복즉명유안정)은 不失也(불실야)라. 
 「상전(象傳)」에 말했다. “‘돌아와 명에 나아가 쟁송하려던 마음을 바꾸어 편안하고 바르게 함’은 잃는 것이 없을 것이다.” 


  • 不克訟(불극송): 쟁송하지 못함

○ 구사효는 강한 양으로 건괘에 위치해 있으면서 중의 자리도 아니고, 양으로 음의 자리에 있어 자리가 바르지도 않기 때문에 쟁송하려고 할 수 있음
○ 하지만 응의 관계에 있는 초육효는 밝게 분변할 수 있는 사람으로 혹여 사효가 초효를 침범하여 시비를 걸더라도 쟁송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님
○ 또 사효의 위에 있는 오효는 군주의 자리여서 쟁송할 수 없는 상황이고 삼효도 유순하면서 자기 분수를 지키는 사람이기 때문에 쟁송하지 않음
○ 그래서 쟁송 자체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혹여 쟁송이 일어나더라도 밝게 분변할 수 있는 초효에게 이길 수가 없는 상황임

송괘 구사.png


  • 복즉명(復卽命) 유안정길(渝安貞吉): 돌아와 명에 나아가 쟁송하려던 마음을 바꾸어 편안하고 바르게 하면 길함

○ ‘복(復)’은 돌아간다는 뜻이다. ‘즉(卽)’은 나아간다는 의미의 동사임. ‘명(命)’은 명운, 이치 등의 거역할 수 없는 객관적 환경이나 이치임(정병석 역주, 『주역 상권』, 을유문화사, 2010, 164~165쪽.)
○ 전에 가졌던 초효와 쟁송하려고 했던 마음을 바꾸어서 마음을 안정시키고 바르게 할 수 있다면 길할 것임


  • 불실야(不失也): 잃는 것이 없음

○ 쟁송하려는 마음을 바꾸지 않고 추진해 갔으면 패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러한 마음을 바꾸어 먹고 마음을 안정시키고 바름을 지켜갈 수 있다면 실수도 없고 잃는 것도 없을 것임


  • 때론 이러한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고 누군가와 싸우려고 들기 보다는 이러한 상황이 명운, 이치(命) 상 주어질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지혜도 필요함. 마음 먹기에 따라 전쟁터가 평안한 일상으로 변화될 수 있음. 상황은 똑같더라도 내가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세상은 달라짐


 九五(구오)는 訟(송)에 元吉(원길)이라.
 구오(九五)는 쟁송함에 크게 길할 것이다.
 象曰(상왈) 訟元吉(송원길)은 以中正也(이중정야)라.
 「상전(象傳)」에 말했다. “‘쟁송함에 크게 길함’은 중정(中正)하기 때문이다.” 


  • 송원길(訟元吉): 쟁송함에 크게 길함

○ 송괘 구오에 대해 존귀한 자리를 얻어 이 자리에 위치하고 있고 송괘의 주체가 되었는데 자신의 중정(中正)함을 활용해서 시비를 판단할 수 있는 상황임. 중(中)이라는 것은 지나치지 않게 중도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이고 정(正)이라는 것은 사적인 마음에 빠지지 않게 정도(正道)를 지킬 수 있다는 의미로 강의 자질을 가지고 있어서 유약함이 없고 공적이어서 치우침이 없기 때문에 송사를 판단하는 일에 있어 크게 길할 것이라고 본 것임
○ 여기에서 ‘송(訟)’은 송사를 벌이는 것이 아니라 송사를 다루는 ‘치송(治訟)’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

송괘 구오.png


  • 이중정야(以中正也): 중정(中正)하기 때문임

○ 여기에서 중정(中正)은 구오의 자리를 말하는 것이면서도 중도와 정도를 지킬 수 있는 구오의 품성을 말하는 것이기도 함


  • 시시비비를 가릴 때에는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마음(中)과 공정한(正) 마음가짐을 가져야 함. 자신의 갈등 문제에 대해서도 이러한 중정(中正)한 마음가짐이 요구됨


 上九(상구)는 或錫之鞶帶(혹석지반대)라도 終朝三褫之(종조삼치지)리라.
 상구(上九)는 혹 반대(鞶帶)의 관복을 하사받더라도 아침이 끝나기 전에 세 번 빼앗길 것이다.
 象曰(상왈) 以訟受服(이송수복)이 亦不足敬也(역부족경야)라.
 「상전(象傳)」에 말했다. “쟁송으로 관복을 받은 것이더라도 또한 공경할 만한 것이 못 된다.” 


  • 석지반대(錫之鞶帶): 반대(鞶帶)의 관복을 하사받음

○ 錫(석): 하사. 하사받음
○ 鞶(반): 큰 띠를 의미하는 것으로 높은 벼슬을 가진 사람이 입는 옷에 두르는 띠
○ 鞶帶(반대): 귀한 신분을 드러내는 복식으로 높은 관직과 녹봉을 받는 상황임을 의미


  • 종조삼치지(終朝三褫之): 아침이 끝나기 전에 세 번 빼앗김

○ ‘종(終)’은 끝나다라는 동사의 의미를 지님
○ ‘종조(終朝)’는 아침이 끝날 때까지로 아주 짧은 시간을 의미함
○ ‘치(褫)’는 빼앗긴다는 의미
○ 상구효는 양으로 가장 윗자리에 놓여 있음. 강건함이 극에 달해 있고 송괘의 끝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끝까지 송사를 하는 사람에 해당됨. 혹여 쟁송을 잘해서 이기더라도 더 끝까지 나아가고 그만두지 않아서 좋은 성취가 있다고 해도 원수를 만들고 남과 다투어서 얻어낸 것이기 때문에 편안하게 이를 보존할 수 없는 상황임. 그래서 하루 아침에 세 번이나 빼앗길 정도로 매우 좋지 않은 상황에 이를 수 있음


  • 역부족경야(亦不足敬也): 공경할 만한 것이 못 됨

○ 송사를 끝까지 밀고 나아가서 설령 관복을 받는 성취와 영광이 있더라도 이는 잠시이고 곧 재앙이 닥칠 것이기 때문에 공경할 만한 일이 아니라고 했음


  • 갈등, 싸움이란 게 당장은 이기더라도 반드시 상대의 보복을 받을 수 있음. 당장 이긴 데 대해 기뻐할 것이 아니라 똑같은 방식으로 다시 빼앗길 수 있음. 송사의 일 자체가 일어나지 않게 초반에 바로잡는 것이 중요함
  • 하지만 우리는 때론 살아가면서 개인 간의 갈등을 넘어 조직 간의 이익 침해, 사람을 해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싸움을 벌여야 하는 때도 있음. 이는 주역의 사괘(師卦)에 등장함. 사괘에서 말하는 잘 싸우는 원칙을 살펴보면 명분 있는 싸움을 해야 한다, 적임자(연륜, 경험, 인덕을 갖춘 사람)에게 통솔권을 맡긴다, 절제와 규율, 승리를 위한 시의적절한 후퇴, 공로에 따른 정확한 보상 등을 들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