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의 인간본성론: 주희(2)
나라는 사람의 본질이 뭘까를 고민하는 것은 유학에서 결국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것인가로 연결된다. 우리 마음 안에 깃든 여러가지 목소리와 여러가지 감정들 중 어떤 게 진짜 나인가에 관한 성찰과 진짜 나에 대한 발견은 때로 우리 삶 자체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마음 하나 변화되었을 뿐인데 세상이 바뀐다.
- 맹자가 말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두 가지 몸
1. 맹자의 제자 공도자가 맹자에게 물었다. "똑같은 사람인데 어떤 사람은 대인(大人)이 되고 어떤 사람은 소인(小人)이 되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맹자가 말했다. "큰 몸[대체(大體)]를 따르면 대인이 되고 작은 몸[소체(小體)]를 따르면 소인이 된다. 공도자가 다시 물었다. “똑같은 사람인데, 어떤 사람은 큰 몸을 따르고 어떤 사람은 작은 몸을 따르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맹자가 말했다. "귀와 눈의 기능은 생각하지 못하여 물건에 가리워지니, 물건[외물(外物)]이 물건[이목(耳目)] 과 사귀면 거기에 끌려갈 뿐이다. 하지만 마음의 기능은 생각할 수 있으니, 생각하면 얻고 생각하지 못하면 얻지 못한다. 이것은 하늘이 우리 인간에게 부여해 주신 것이니, 먼저 그 큰 것에 바로선다면 그 작은 것이 빼앗지 못할 것이니, 이것이 대인(大人)이 되는 이유일 뿐이다.
公都子問曰:「鈞是人也,或為大人,或為小人,何也?」 孟子曰:「從其大體為大人,從其小體為小人。」 曰:「鈞是人也,或從其大體,或從其小體,何也?」曰:「耳目之官不思,而蔽於物,物交物,則引之而已矣。心之官則思,思則得之,不思則不得也。此天之所與我者,先立乎其大者,則其小者弗能奪也。此為大人而已矣。」 (『맹자(孟子)』 「고자하(告子上)」)
그런데 어떤 마음이 진짜 내 마음인가? 진짜 나에게서 나온 것인가?
이걸 알기 위해 성리학자들은 마음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고 보았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나의 마음의 구조는?
주희의 심성론[편집 | 원본 편집]
☞ 진래 지음, 안재호 옮김, 『송명성리학』, 예문서원, 2011, 253~255쪽
☞ 미조구치 유조, 『중국사상문화사전』, 책과 함께, 2015
심통성정(心統性情)(마음이 성과 정을 포괄함)[편집 | 원본 편집]
- 마음은 사유와 의식 활동의 총체적 범주를 상징하고 그 내재적 도덕 본질이 성(性)이며, 구체적인 감정과 생각은 정(情)임
- 정이 아직 발현되지 않은 상태가 성이며, 이 때 마음에는 천리(天理)가 혼연히 갖추어져 있음
- 천리(天理)?
○ 리(理)라는 용어는 본래 옥의 결을 나타내는 것으로 문(文: 무늬)과 통하는 측면이 있음. 옥을 기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 결(理)에 따라 자르거나 깎거나 하지 않으면 안됨. 여기에서 리에는 지켜야 할 질서라는 의미가 포함되게 됨
○ 『맹자』는 "누구나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을 리(理)라고 하고 의(義)라고 한다."라고 했음. 이는 인간의 미각이나 시각, 청각은 똑같으므로 맛있는 음식, 미남/미녀, 멋진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똑같으며 그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마음도 좋다고 생각되는 것에는 공통성이 있다는 의미로 쓰임
○ 송나라 때 이르러 리라는 용어는 천과 인간을 결합하는 키워드가 되었음. 주희에게 사상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정호(정호(程顥, 1032~1085), 정이(程頤, 1033~1107)는 "천은 리다"라고 하여 이법적인 천을 말함. 천과 인간은 리를 똑같이 부여받았기에 서로 연결됨. 인간에게 깃든 리를 주희는 성(性)이라고 했음. 그리고 이 성은 우리 마음[심(心)] 안에 있음
2. 맹자가 말하기를 “측은지심은 인의 단서이다.”라고 하였는데, 인은 성이며, 측은은 정이고, 이는 정의 측면에서 마음을 얻은 것이다. 또한 말하기를 “인의예지는 마음에 근거한다”라 하였는데, 이는 성으로부터 마음을 얻은 것이다. 대체로 마음이 곧 그 성정을 포괄하니 성은 본체이고 정은 작용이다.
孟子言: “惻隱之心, 仁之端也.” 仁, 性也; 惻隱, 情也, 此是情上見得心. 又曰“仁義禮智根於心”, 此是性上見得心. 蓋心便是包得那性情, 性是體, 情是用. (『주자어류(朱子語類)』 「성리2(性理二)」)
3. (정이의 말을 인용하여) 대체로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성이 되고, 움직였다하면 정이 되니 이른바 ‘마음이 성정을 통괄한다’는 것이다. 욕구는 정이 발하여 나오는 것이다. 마음은 물과 같으며, 성은 물이 고요한 상태와 같고, 정은 물이 흐르는 것이며, 욕구는 물이 물결을 일으키는 것과 같은데, 다만 물결은 좋은 것도 있고 좋지 않은 것도 있다. 욕구가 좋은 것은 ‘나는 어질고자 한다’(『논어』 「술이(述而)」)는 따위와 같으며, 좋지 않은 것은 줄곧 내달려가서 파도가 뒤집어지는 것과 같다. 대단히 좋지 않은 욕구는 천리를 없애버리는데, 물을 막아놓은 것을 터뜨리면 해를 입지 않는 곳이 없는 것과 같다. 맹자가 말한 정은 선하게 될 수도 있다(『맹자』 「고자(告子) 상」)는 것은 그 정이 올바름을 말한 것이며 성에서 흘러나온 것은 원래 좋지 않음이 없다는 것이다.
蓋心之未動則爲性, 已動則爲情, 所謂‘心統性情’也. 欲是情發出來底. 心如水, 性猶水之靜, 情則水之流, 欲則水之波瀾, 但波瀾有好底, 有不好底. 欲之好底, 如‘我欲仁’之類; 不好底則一向奔馳出去, 若波濤飜浪; 大段不好底欲則滅卻天理, 如水之壅決, 無所不害. 孟子謂情可以爲善, 是說那情之正, 從性中流出來者, 元無不好也.
(『주자어류(朱子語類)』 「성리2(性理二)」)
인간 마음의 두 가지 상태 미발(未發), 이발(已發)[편집 | 원본 편집]
☞ 진래 지음, 안재호 옮김 『송명성리학』, 예문서원, 2011, 250~252쪽
- 미발(未發)
○ 사려가 아직 생기지 않았을 때의 마음 상태. 하늘에서 부여 받은 본성 그대로의 상태
○ 고요하면서 움직이지 않는 상태. 마음의 본체나 본성(性). 본성 그 자체만이 진정으로 고요하면서 움직이지 않을 수 있음
- 이발(已發)
○ 사려가 이미 생긴 뒤의 마음 상태
○ 정(情)이 발현된 상태
○ 사람의 마음이 살아 있는 한 어느 순간도 고요하면서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 있을 수 없다면 마음은 언제나 이발 상태에 있게 됨
- 미발, 이발의 근거: 『중용』
희(喜), 노(怒), 애(哀), 락(樂)의 감정이 아직 발하지 않은 것을 ‘중(中)’이라 하고, 발하여 모두 절도에 맞는 것을 ‘화(和)’라 한다. 중이라는 것은 천하의 큰 근본이고, 화라는 것은 천하의 공통된 도리다. 중과 화를 극진하게 실현하면 천지의 질서가 바로잡히고 온갖 만물이 생장하여 번영한다.
喜怒哀樂之未發(희노애락지미발)을 謂之中(위지중)이오 發而皆中節(발이개중절)을 謂之和(위지화)니 中也者(중야자)는 天下之大本也(천하지대본야)오 和也者(화야자)는 天下之達道也(천하지달도야)니라. 致中和(치중화)면 天地位焉(천지위언)하며 萬物育焉(만물육언)이니라
- 주희가 말한 미발, 이발
4. 마음이 성정을 통괄”하기 때문에 마음의 본체와 작용을 말할 때 일찍이 미발과 이발의 두 쪽을 타고 말하였다. 인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오로지 미발에만 있다. 측은은 이미 발한 것인데 상대적으로 말한 것이다.
“心統性情”, 故言心之體用, 嘗跨過兩頭未發·已發處說. 仁之得名, 只專在未發上. 惻隱便是已發, 卻是相對言之.
(『주자어류(朱子語類)』 「성리2(性理二)」)
5. 마음이라는 것은 성을 주관하며 정을 행하기 때문에 “희노애락이 아직 발하지 않은 상태를 중(中)이라 하며, 발하여 모두 절도에 맞는 것을 화(和)라고 한다.” 마음은 공부를 하는 곳이다.
心者, 主乎性而行乎情. 故“喜怒哀樂未發則謂之中, 發而皆中節則謂之和”, 心是做工夫處.
6. 인이란 글자는 속성이고, 심이란 글자는 실체이다. 예를 들어 물에는 필히 차가운 기이 있는데, 냉이라는 글자는 속성이고, 수라는 글자는 실체이다. 인과 마음의 관계도 역시 물과 차가움의 관계, 불과 뜨거움의 관계와 같다. 배우는 사람은 반드시 마음이 발동하지 않을 때에 함양의 공부를 더해야만, 이른바 ‘측은해 하는 마음,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 사양하는 마음, 시비를 가리는 마음’이 발동하여 딱 들어맞는다. 발동하지 않았을 때에는 마음의 본체가 고요하고 움직이지 않아서 분별할 만한 것이 없으니, 단지 혼연일체 된 그대로 함양해 간다. 만약 이른바 네 가지의 단서에 대해 굳이 살펴본다면, 이미 생각이 일어났으니 바로 이미 발동한 것이다.
仁’字是虛, ‘心’字是實. 如水之必有冷, ‘冷’字是虛, ‘水’字是實. 心之於仁, 亦猶水之冷, 火之熱. 學者須當於此心未發時加涵養之功, 則所謂惻隱·羞惡·辭遜·是非發而必中. 方其未發, 此心之體寂然不動, 無可分別, 且只恁混沌養將去. 若必察其所謂四者之端, 則旣思便是已發.
(『주자어류(朱子語類)』 「인의예지 등 명칭의 의미(仁義禮智等名義)」) 7. 계성: “잃어버린 마음”에 대해 묻습니다. 주희: “‘그 잃어버린 마음을 찾으라’, ‘하나에 집중하는 것을 경(敬)이라 한다’는 것과 같다.
季成問“放心”. 曰: “如‘求其放心’, ‘主一之謂敬’之類."
(『주자어류(朱子語類)』 「맹자9(孟子九)」)
8. 질문: 본성을 밝히려면 반드시 경(敬)을 우선해야 합니까? 대답: 참으로 그렇다. 경(敬)도 모호하게 말만해서는 안 되고, 반드시 매사에서 점검해야 한다. 그 큰 핵심을 논한다면 다만 버려 두지 않는 것에 있을 뿐이다. 대체로 자기 수양을 위한 공부는 다른 사람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성현의 수많은 말은 사람들이 원래 가지고 있는 것을 돌이켜서 자신의 본성을 회복하도록 한 것일 뿐이다.
某問: “明性須以敬爲先?” 曰: “固是. 但敬亦不可混淪說, 須是每事上檢點. 論其大要, 只是不放過耳. 大抵爲己之學, 於他人無一毫干預. 聖賢千言萬語, 只是使人反其固有而復其性耳.”
(『주자어류(朱子語類)』 「학문하는 방법에 대해 총괄하여 논함(總論爲學之方)」)
☞ 진래 지음, 안재호 옮김 『송명성리학』, 예문서원, 2011, 258~266쪽
- 미발 공부: 주경함양(主敬涵養) 공부
○ 주희의 주경함양 공부는 좁게는 미발공부만을 가리키기도 하고 넓게는 미발과 이발을 관통하는 공부를 의미하기도 함. 주희는 기본적으로 미발, 이발을 구분했고 미발일 때의 함양 공부를 특히 중시했음
○ 주경(主敬)의 의미
1. 수렴함. 안으로 마음을 거두어 산만하지 않도록 함
2. 삼가하고 조심함. 마음을 늘 조심하는 상태로 유지하는 것
3. 깨어 있음. 어둡고 게으른 상태에 비해 상대적으로 각성된 상태
4. 마음을 한 곳에만 집중함. 그래서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는 것
하지만 우리 마음은 때론 엉뚱한 것, 쓰잘데기 없는 것에 집중하기도 한다. 뭣이 중한 것인지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9. 사물에 나아가 이치를 궁구[격물궁리(格物窮理)]해야 하니, 하나의 사물에는 하나의 리(理)가 있다. 궁극에 이른 후에 일을 만나고 사물에 부딪히면 모두 이 도리와 만나게 된다. 군주를 섬기면 곧 충을 만나게 되고, 어버이를 섬기면 곧 효를 만나게 되며, 거처할 때는 삼가게 되고, 일을 볼 때는 공경하게 된다. ... 지금 격물궁리를 말한 것은 모름지기 도리가 절실함을 깨닫게 하는 것이니 벗어나려 하지 않아도 그 구습에서 능히 벗어날 수 있다.
格物窮理, 有一物便有一理. 窮得到後, 遇事觸物皆撞著這道理: 事君便遇忠, 事親便遇孝, 居處便恭, 執事便敬 ... 今說格物窮理, 須是見得箇道理親切了, 未解便能脫然去其舊習.
(『주자어류(朱子語類)』 「대학2(大學二)」)
10. 주희: 지(知: 앎)는 나에게 본래부터 이 지가 갖춰져 있었다. ... 지금 배우는 이들은 ... 이욕에 어두워 진정한 앎에 이르지 못한다. 맹자가 말한 사단은 이 네 가지가 인간의 마음에 있다가 밖으로 발현된 것이다. ... 지금 이 마음이 있어도 제대로된 앎에 이르지 못하면, 일이 닥쳐서는 어둡고 유혹이 이끌리게 된다. ... 또 “무릇 일상생활 하는 사이에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날 때에도 전부 격물궁리해야 합니까?”라고 물었다. 주희: 앎이야말로 중요한 근본이다. 만약 제대로된 앎이 없이 일만 하고 사람만 만난다면 어디에서 궁리하겠는가!
問“致知在格物”. 曰: “知者, 吾自有此知. 此心虛明廣大, 無所不知 ... 今學者 ... 只是爲利欲所昏, 不曾致其知. 孟子所謂四端, 此四者在人心, 發見於外 ... 今有此心而不能致, 臨事則昏惑, 有事則膠擾. ... 又問: “凡日用之間作事接人, 皆是格物窮理?” 曰: “亦須知得要本. 若不知得, 只是作事, 只是接人, 何處爲窮理!” (『주자어류(朱子語類)』 「대학2(大學二)」)
- 이발공부: 격물궁리
○ 『대학』의 중요한 실천 관념으로 '격물(格物)'과 '치지(致知)'가 있음
○ 주희가 이해한 격물
1. 대상에 나아감[즉물(卽物)]. 사물과 접촉하는 것
2. 사물의 이치를 궁구함[궁리(窮理)]
3. 지극함에 이름[지극(至極)]
○ 주희가 이해한 치지
1. 치(致): 끝까지 밀고 나감
2. 주희에게 격물과 치지는 서로 긴밀히 연결되는 공부임. 나의 지식을 끝까지 밀고 나가야 앎을 다할 수 있음
오늘의 토론 주제(2023.05.11)[편집 | 원본 편집]
유학의 이론을 창의적으로 확장시켜 각자가 생각하는 자기 마음의 구조를 그려보고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