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학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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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학>> <인학 1>[편집 | 원본 편집]

담사동이 말하는 에테르는 무엇일까? 그리고 어떻게 인(仁)과 연결될까?


  • 에테르

☞ 김재호, <에테르(Ather) 현존(Existenz)에 관한 선험적 증명은 어떻게 가능한가? -칸트 『유작』(Opus postumum) "이행 1-14"(Ubergang 1-14)를 중심으로>, <<칸트연구>> 32권, 한국칸트학회, 2013, 146~151쪽

○ 근대 자연과학은 자연에서 모든 신비적 요소를 제거하는 것을 일차적 사명으로 보았음
○ 자연에 덧입혀진 신비적 요소의 원인을 중세의 전통적 신관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자연관에서 찾았던 근대 자연과학은 기계론적 세계관을 가지게 됨
○ 자연은 하나의 기계이고 따라서 그 속에서 모든 변화와 운동의 원인은 양적으로 표현 가능한 수학적 질서 속에 놓여 있는 독립된 체계라는 자연관을 가졌음
○ 데카르트 철학의 성취로 대표되는 기계적 자연관이 17세이 이후 점차 자연탐구의 지배적인 관점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자연에서 신비적 요소를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었음
○ 당시 밝혀진 과학적 지식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자연현상들이 여전히 존재했고 이성의 힘으로 파악하고 계산할 수 없는 자연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계적 자연관도 이들 현상의 해명에서는 곤욕스러울 수밖에 없었음
○ 그 대표적인 현상이 불 혹은 열이었음
○ 뉴턴 등의 기계적 자연관에 따르면 자연은 근원적으로 물질의 입자들로 이루어져 있고 이들 입자들은 최초 창조 때부터 고정된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자연의 모든 변화는 이들 입자들의 운동과 결합, 분리의 결과라는 것이었음. 하지만 이에 근거해서 설명하기 힘든 자연현상이 기체, 공기와 관련된 것이었고 무엇보다 열 현상과 관련된 것, 즉 온도의 변화를 위해 요구되는 열, 혹은 열에 의해 변화되는 물질의 상태 등과 관련된 것이었음
○ 자연의 변화 속에서 관찰되어지는 현상임에도 정작 그 자신은 아무런 형태를 가지고 있지 않아 '비물질'이라고 불렸던 '열'은 그렇기에 그것의 정체성과 관련하여 근대자연과학의 발전 과정에서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음
○ 이에 대해 1) 열을 하나의 독자적 실체적 존재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물질의 상태로 간주하는 견해, 2) 열을 하나의 특수한 종류의 물질로 보는 견해가 있었음
○ 특히 칸트는 에테르에 대해 모든 물질의 운동하는 힘의 기초, 즉 최초 원인이며 동시에 가능한 경험의 물질적 조건으로 보았음

 "우리는 외적 경험의 아무런 통일성도 결코 갖지 않게 될 것이다. 만약 우리가 그와 같은 재료[물질: 에테르]의 현존[실존]을 전제하지 않고 그것을 암묵적으로 경험이라는 우리 개념의 근저에 놓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리고] 만약 물질의 운동하는 힘들의 체계가 작용하는 원인 자체로서 그것의 결과인 경험의 가능성의 근저에 놓이지 않는다면 말이다."
- 김재호 논문 중 칸트 언급 인용(151쪽)

=> 에테르는 근대 철학에서 통일적 경험을 가능케 하는 근원, 힘 등으로 이해되었던 것으로 보임. 그리고 이 힘, 에너지는 행성 등이 서로 끌어당기는 힘과 서로 밀어내는 힘의 균형을 갖게 하는 근원으로 보았던 것으로 보임
=> 존 프라이어(1839~1928)는 에테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고 이러한 설명이 담사동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임

 "근래 서양에서 연구를 통해 만물에는 반드시 유질(流質)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냈는데 그것을 '이태'[에테르]라고 한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는 항성이라도 항성과의 사이는 진공상태가 아니라 '이태'로 가득 차 있으며 지상의 공기 가운데에도 역시 '이태'가 있다. ... 어디든지 없는 곳이 없고 없애려 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만약 이태가 없다면 태양과 항성, 행성 등의 빛이 지면까지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 이태가 생각을 전달하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거리에 상관없이, 오관이 지각할 수 있는 사물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사람이 생각을 발산하면 감동하게 되는데 이것을 이태가 다른 사람의 마음에 전달하는 것이다."
-<<광학도설>>(1890년 존 프라이어 번역, 뉴턴 역학에 기초)

☞ 한성구, <담사동 <<인학>>의 과학적 기초>, <<중국학논총>> 64, 한국중국문화학회, 183~203쪽


  • 중국 지식인들에게 영향을 미친 존 프라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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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충수, <존 프라이어(John Fryer) 연구: “그는 선교사인가 과학 전파자인가?”>, <<한국교회사학회지>> 제56집, 한국교회사학회, 2020

○ 서양 근대 과학 문명을 중국, 동양에 소개한 사람
○ 1839년 8월 6일 영국 켄트 주 하이트에서 가난한 순회전도자의 맏아들로 태어났음. 그의 부친은 자신이 하던 이전의 점포 일을 그만두고 종교적 열정에 의해 전도자가 되었음
○ 그의 부모는 선교에 대한 열정을 갖고 프라이어가 어린 시절부터 돈을 모으는 습관이나 쌀밥을 주식으로 삼는 중국인의 습관을 익혀 중국선교를 준비하게 했음
○ 1860년 하이베리 사범대학을 졸업한 후 다음 해 23살에 홍콩 성바울서원의 교장으로 부임했음. 홍콩에서 행정을 밭는 것 외에도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음
○ 1863년 8월 성바울서원에서의 임기가 끝날 무렵 홍콩 빅토리아 주교 조지 스미스의 요청으로 성공회 선교사ㅏ 되기를 신청했음
○ 1863년 여름 베이징으로 거주지를 옮겨 영어를 가르치며 성공회 선교 교사로 활동함
○ 1865년 상하이에서 영어를 가르침. 프라이어는 "기독교에 대한 소개는 주의 깊고 점차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만 기독교는 비로소 용인될 수 있고 어느 정도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만약 시작하자마자 바로 성과를 바란다면 중국인들에게 전적으로 오해될 수 있습니다."라고 하면서 간접적인 방식에 의해 교육 선교 사업을 진행해 갔음
○ 1866년 11월 <<상해신보>> 편집을 겸임함. 이 신문은 상하이에서 가장 먼저 나온 중문판 신문으로 프라이어의 중문 실력이 어느 정도 인정되어 편집을 맡는 동안 적지 않은 서양 서적에 관련된 글을 번역해 싣기도 했음
○ 1896년 미국으로 돌아가기까지 28년을 중국에서 서양 서적을 알리는 성과를 이루었음


그렇다면 담사동은 에테르 등을 통해 인의 무엇을 이야기하려 했을까?


  • 인학의 정의
 '통한다'는 것이 인의 가장 중요한 뜻이다. 에테르라든지 전기라든지 정신 에너지 같은 것은 통하게 만드는 도구를 가르킨다.
 통하는 것의 이미지는 평등이다.
 통한다면 틀림없이 영혼을 존중할 것이다.
 인은 동일할[일(一)]뿐이다. 상대적이라는 말은 모두 깨트려버려야 한다.
 상대성이 없어져야 평등해진다.
사람과 교감하는 데 최고의 경지는?
  • 전통적인 성리학자들이 말한 인(仁)의 의미

☞ 정상봉, 「정명도의 천리와 인성에 대한 이해」 『한국철학논집』 40집, 한국철학사연구회, 2014, 278, 280쪽
☞ 진래 지음, 안재호 옮김 『송명성리학』, 예문서원, 2011, 130~131쪽


송나라 때 성리학자 정호(1032~1085)가 말한 인(仁)

- 천지가 끝없이 만물을 낳는 과정에는 보편적 생성의 이치가 내재한다고 보았고 그 이치가 바로 인(仁)이라고 보았음
- 인(仁)은 천인합일과 만물일체의 내재적 근거로 인(仁)이 바로 천리이며 사람의 덕성임

 “병아리를 보아라. 여기서 인(仁)을 볼 수가 있다.”
 “맥을 짚어 보면 가장 잘 인(仁)을 체인할 수 있다.”

=> 인은 존재세계에서 자연생명 안에 깃든 보편적 이치임. 병아리의 움직임과 혈맥의 박동은 그 보편적 이치의 표상임
=> 고대 한의학에서 불인(不仁)은 팔다리가 마비된 상태임. 팔다리가 마비된 상황이라면 사람들은 그 팔다리를 자신의 일부로 느낄 수 없음 이것이 불인임
=> 반대로 말하자면 ‘인’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만물과 한몸이 되는 경지‘, ‘자기 아닌 것이 없는 경지'를 감지하게 됨. 사람은 도덕생명으로서의 존재의의를 지닌 존재임

 “인이란 천지만물을 한몸으로 여기니 나 아닌 것이 없다.”

=> 인의 최고 경지는 만물과 일체가 되는 경지임. 우주의 모든 부분을 자신과 직접적으로 연계된 것으로 생각하며 심지어는 자신의 일부분으로 여김

근데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진짜로 교감이 가능한가?
아마도 이에 대한 담사동의 발견!


  • 인간의 정신 에너지
 허공에서 전기이겠지만 전기는 허공에만 깃들어 있는 것이 아니다.
 ...
 뇌도 그중 하나인데 아마 전기가 모양과 성질을 가지게 된 것이리라.
 ...
 모든 감각기관과 모든 골격에 신경이 통해서 한 몸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천지, 만물, 남과 나에게도 마찬가지로 전기가 통해서 한 몸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
 내가 가진 정신 에너지는 남을 감동시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들 수 있다.
 ...
 전기가 바로 뇌이고 어디라도 전기가 아닌 것이 없기 때문에 어디라도 내가 아닌 것이 없다는 점, 함부로 남과 나를 구분하는 짓이 생기면 즉이 '인'이 아니게 된다는 점을 학자는 명백하게 인식해야 한다. 


☞ 한성구, <담사동 <<인학>>의 과학적 기초>, <<중국학논총>> 64, 한국중국문화학회, 183~203쪽

○ 담사동은 1896년 상하이로 가는 도중에 존 프라이어를 만나 그에게서 <<치심면병법(治心免病法)>>이라는 책을 얻게 됨. 책을 읽은 후 그는 스승인 구양중곡에게 편지를 보내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음. 그는 서양사람들이 "실정에 이처럼 밝고 인심 풍속이 이처럼 가지런한 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겠지만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 천주와 예수를 전하는 성교사와 성경책을 여러 차례 읽고 의미를 밝혀보려 했으나 아무런 얻음이 없고 의혹만 늘어났다. 후에 <<치심면병법>>을 얻어 읽어보니 그 본질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이 책에 큰 감명을 받았던 것으로 보임
○ <<치심면병법>>이라는 책의 제목은 '마음을 다스려 병을 막는 방법'이라는 뜻으로 원작은 헨리 우드의 Ideal Suggestion Through Mental Photography: a restorative system for home and private use, proceeded by a study of laws of mental healing(1893, Boston, Lee and Shepard)임. 주요 내용은 마음이 몸의 주인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신령을 지각하는' 공부에 의해 본래의 아름다움이나 청정을 되찾는 것을 목적으로 함. 아주 정신적인 방법으로 보이지만 헨리 우드는 이것이 과학과 모순되지 않는다고 주장함
○ <<치심면병법>>에는 담사동이 <<인학>>에서 사용하고 있는 개념인 '이태', '전기', '통', '심력[정신 에너지]'이 모두 등장함. 당시 담사동은 마침 <<인학>>을 구상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치심면병법>>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임
○ <<치심면병법>>에 나오는 전기에 관한 구절

 전기라는 것은 예전부터 있었던 것이나 과거에는 그것을 이용하지 못했고 지금에 와서 이용하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으로 이런 마음이 하늘과 합쳐지게 되면 내 뜻대로 몸을 부릴 수 있게 되고 고칠 수 없는 병이 없게 된다. 그것의 용법은 통함을 귀하게 여기는 것으로 전기를 통할 수 있는 법을 알아 ... 사람 마음의 사랑도 반드시 밖으로 통하게 발산해야 사방의 사람들이 효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왜 정신 에너지, 심력(心力)에 주목했을까?

=> 중국 근대 사상가들이 주목한 심력 사상의 근원은 역사 발전의 주체로서 자아를 설정한 공자진의 사상에서 찾아볼 수 있음. 공자진은 심력을 실천 역량의 근원으로 간주하면서 본격적으로 철학 개념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계기로 인간의 자유의지가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되었음

담사동이 언급한 심력[정신에너지]

 정신 에너지가 최대라면 불가능한 일은 없다.
 ...
 자비는 아마 가장 큰 정신 에너지의 실체일 것이다. 자비롭다면 나는 남을 자신과 평등하게 볼 것이고 나는 두려움이 없어질 것이다. 남이 나를 자신과 평등하게 본다면 남도 두려움이 없어질 것이다.
-담사동 지음, 임형석 옮김, <<인학: 근대적 가치의 불을 밝힌 담사동의 인의 학>>, 산지니, 2016, 227~231쪽
 중국이 자주 강국이 되려는 계획을 세운다면 더구나 늦출 수 없다. 그것을 '자주 강국'이라고 이름 짓는다면 자기에게 책임이 있지 남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원수를 갚고 치욕을 씻을 생각이라면 자기 본래 의도를 스스로 어지럽히지 말고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
 자신을 반성하고 꾸짖으며 힘을 내서 스스로 실력을 갖추는 일은 저 하기에 달린 것이기 때문에 더구나 원망을 없애야 한다. 그런 다음 한결같은 의도로 채찍질하고 자기의 정신 에너지를 뭉뚱그려 자신이 스스로 강해질 길을 찾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담사동 지음, 임형석 옮김, <<인학: 근대적 가치의 불을 밝힌 담사동의 인의 학>>, 산지니, 2016, 227~231쪽

=> 정신 에너지는 자신을 강하게 하는 것이면서도 나라를 강국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보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