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율이전 이(理)·기(氣)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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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리학 용어들과 친해지기(1): 이(理)와 기(氣)[편집 | 원본 편집]

☞ 중국철학 개념어 관련 참고하실 만한 책: 미조구치 유조, <<중국사상문화사전>>

중국사상문화사전.jpg


  • 기(氣)

○ 기의 본래 글자적 의미는 호흡, 증기, 음식에 의거한 생활력 등의 의미가 있음
○ 전국시대에서 한나라 때까지는 기는 바람으로 주로 이해되기도 했음. 사방의 바람은 작물의 생육과 숙성에 깊이 연관됨
○ <<맹자>>는 인간의 심지(心志)를 통솔자, 신체에 충만한 기를 피통솔자로 구분하기도 했음. <<손자>>라는 병법서에도 전투의 요점으로 장군의 심과 병졸의 기를 말했는데 여기에서 모두 심지를 이지적 존재, 기를 비이지적 존재로 파악하고 있음
○ <<노자>>, <<장자>>로 대표되는 도가사상에서는 우주의 시원과 만물의 생성을 기로 설명했음. 인간의 생사를 기의 모임과 흩어짐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 기를 기름으로써 생명을 온전히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양생론적 기론이 제기되었음
○ 송나라 때 성리학자인 장재(張載, 1020~1077)는 기를 중심으로 한 우주론, 인성론을 제시했음

장재의 기 중심의 철학

장재 우주의 구조.png

☞ 진래 지음, 안재호 옮김 『송명성리학』, 예문서원, 2011 참고

- ‘태허의 기'가 모여 ‘기'가 되고, 기가 모여 만물이 됨. 만물이 흩어져 기가 되고 기는 흩어져 태허가 됨
=> 상반되는 두 운동이 우주의 기본적인 과정이 됨을 설명. 이 구조에 따르면 태허, 기, 만물은 모두 동일한 실체의 다른 상태임. 이러한 물질적 실체로서의 기는 시간적으로든 공간적으로든 영원함

 “기가 태허에서 모이고 흩어짐은 마치 얼음이 물에서 얼고 녹는 것과 같다. 태허가 곧 기라는 것을 안다면 무(無) 자체도 없을 것이다.”
-장재, 『정몽』

=> 도가나 도교의 허 또는 무에서 기가 나온다는 견해에 반대
=> 태허라는 말은 허공, 광활한 우주공간을 가리킴. 장재가 말하는 허공은 직접적으로 감지할 수는 없지만 성글고 엷은 기로 가득 찬 상태임. 기는 실체로서 영원히 동일하며 소멸하지 않음. 불교의 허(虛), 공(空)을 비판함

그렇다면 인간 도덕성의 근거인 본성은 어떻게 생겼을까?
“태허에서 천(天: 하늘)이라는 이름이 생겼고 기화(氣化)를 통해 도(道)라는 이름이 생겼다. 허(虛)와 기(氣)가 합해져 ‘성(性: 본성)’이라는 이름이 생겼고, 성과 지각이 합해져 ‘마음(心)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장재, 『정몽』

=> 태허의 기가 모여서 기가 되고, 기는 모여서 사람이 되며, 사람의 본성은 태허의 본성에서 근원함
=> 인간은 마음과 행위에 관련된 수양을 통해서 결과적으로 기질을 변화시켜 본래의 성(性: 본성)을 발휘할 수 있음


  • 이(理)

☞ 미조구치 유조, <<중국사상문화사전>>, 책과 함께, 2015

○ 이(理)라는 용어는 본래 옥의 결을 나타내는 것으로 문(文: 무늬)과 통하는 측면이 있음. 옥을 기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 결(理)에 따라 자르거나 깎거나 하지 않으면 안됨. 여기에서 이(理)에는 지켜야 할 질서라는 의미가 포함되게 됨
○ <<맹자>>는 "누구나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理)라고 하고 의(義)라고 한다."라고 했음. 이는 인간의 미각이나 시각, 청각은 똑같으므로 맛있는 음식, 미남/미녀, 멋진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똑같으며 그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마음도 좋다고 생각되는 것에는 공통성이 있다는 의미로 쓰임
○ 수, 당시대 중국 불교에서는 이(理)와 사(事)를 짝으로 대응시켰음. 이(理)는 사(事)가 존재하는 근거이자 보편적인 진리이며, 사(事)는 이(理)에서 파생되는 개별현상임. 하지만 이 두 가지는 나눌 수 있는 일체임. 예를 들어 파도(=사(事))는 바닷물(=이(理))의 현상이지만 바닷물과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파도가 그대로 바닷물이며 바닷물이 그대로 파도인 것과 같음
○ 송나라 성리학자인 정호(程顥, 1032~1085, '정명도(程明道)'라고도 부름)는 장재를 비판하면서 천리(天理)를 강조했음

정호의 기 중심의 철학

☞ 정상봉, 「정명도의 천리와 인성에 대한 이해」 『한국철학논집』 40집, 한국철학사연구회, 2014, 279~280쪽

- 정호는 장재의 우주의 모든 부분을 ‘나'와 밀접하게 연관되는 것으로 여기는 사상을 수용했음
- 한편 기에 기반한 철학을 제시한 장재를 염두에 두고 형이하인 기를 도라고 여기거나 만물의 본원이라고 생각한다면 잘못이라고 했음
- 정호가 보기에 기는 형이하로서 만물의 근원이 될 수 없음. 즉 형이상의 도가 만물생성의 근원이며 이는 끊임없는 변화, 운동 과정에 내재하는 이치임

 ◈ <<주역>>에 나오는 형이상, 형이하로서의 도(道)와 기(器)
形而上者(형이상자)를 謂之道(위지도)요 形而下者(형이하자)를 謂之器(위지기)라 형이상[형체 이상의 것, 형체 없는 것]인 것을 도(道)라고 하고 형이하[형체 이하의 것, 형체 있는 것]인 것을 기(器)라고 한다.

=> 정호는 전통적으로 사용해 왔던 형이상의 도 개념을 이(理)로 대체함

- 정호는 형이하로서의 기, 형이상으로서의 도와 이(理)를 구분했음
- 보편과 특수, 이(理)와 사물, 도와 기를 구분하는 것이 철학의 중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음
- ‘도’나 ‘이‘는 감성적으로 직접 존재하는 것이 아님. 이성 사유의 대상이지 감각기관에 의해 직접적으로 인식되는 것이 아님


  • 중국 성리학자 주희(朱熹, 1130~1200)의 종합: 이기 이원론

☞ 미조구치 유조, <<중국사상문화사전>>, 책과 함께, 2015

○ 경험적으로 지각할 수 있는 (형이하의) 것을 기로 파악
○ 기의 작용, 운동의 법칙과 그것을 일으키는 사물의 질서를 경험적으로 지각할 수는 없지만 그 실재를 상정할 수 있는 (형이상의) 이로 파악


한국철학사의 기(氣) 중심의 철학 vs 이(理) 중심의 철학[편집 | 원본 편집]

☞ 한국사상연구소, <<자료와 해설: 한국의 철학사상>>, 예문서원, 2022, 440~452쪽


화담(花潭) 서경덕(徐敬德, 1489∼1546)의 기 중심의 세계해석[편집 | 원본 편집]

  • 서경덕: 평생 벼슬을 사양하고 개성 화담에 서재를 세우고 연구와 교육에 매진했음. 송나라 때 주돈이, 장재 등의 철학 사상을 조화시켜 독자적인 기론을 창안하고 이에 바탕하여 수양론을 정립했음. 그의 학문과 사상은 율곡 이이 같은 학자들에 의해서 그 독창성이 높이 평가되었음


  • 기 중심의 우주론

○ 우주를 이루는 근거를 태허일기(太虛一氣)로 보았음. 이러한 기는 없어지지 않으며 이것의 열림과 닫힘, 모임과 흩어짐에 의해 사물이 형성되고 변화함 ○ 이러한 기의 변화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변화의 원인과 규칙성을 이(理)라고 했음

 기 밖에 이(理)는 없으니 이(理)는 기의 주재함이다. 주재라는 것은 밖으로부터 와서 주재하는 것이 아니라, 기가 일삼는 바가 그러한 바의 바름을 잃지 않음을 말하여 주재라고 한다. 이(理)는 기에 앞서지 않는데 기가 시작이 없으니 이(理)도 시작이 없다. 만약 이(理)가 앞선다고 하면 이는 기에 시작이 있는 것이다.
-<<화담집>>, <이기설(理氣說)>
 죽고 사는 것, 사람과 귀신 모두가 기가 모이는 흩어지는 것일 뿐이다. 모이고 흩어지는 것은 있어도 있고 없음은 없으니, 기의 본체 또한 그러하다. 기의 맑고 한결같은 것이 한계가 없는 공간을 꽉 채우고 있으니, 크게 모인 것은 하늘과 땅이 되고 작게 모인 것은 온갖 사물이 된다. 모이고 흩어지는 형세에 미세한 것, 현저한 것, 지속되는 것, 빠른 것이 있을 뿐이다. 크고 작게 태허에서 모이고 흩어진다. 
-<<화담집>>, <귀신사생론(鬼神死生論)>


  • 기에서 드러난 인간 규범의 원리

○ 서경덕은 태허에 내재된 음양의 기의 상호교감에 의해 천지만물이 발생 변화하는 데에서 인간이 본받아야 할 규범의 원리가 드러난다고 보았음

 천하의 모든 사물과 일이 그 머물 곳이 없을 수 없습니다. 하늘은 위에 머물러 있고 땅은 아래에 머물러 있습니다. ... 마땅히 각기 머물 자리를 알아서 머물러야 합니다. 아버지와 아들은 은혜에 머물고 임금과 신하는 의리에 머무는 것이 모두 본성이고 사물의 법칙입니다.
-<<화담집>>, <송심교수서(送沈敎授序)>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 1491~1553)의 이(理) 중심의 세계해석[편집 | 원본 편집]

  • 이언적: 조선 성리학 정립에 결정적 공헌을 한 학자. 서경덕과 거의 동시대 사람으로 이황, 이이의 선배 학자임. 조한보(曺漢輔)와 무극태극 논쟁을 벌인 것으로 유명함


  • 무극태극 논쟁을 통한 이(理)의 강조

○ 망기당(忘機堂) 조한보(曺漢輔)가 무극은 본래 적멸하며, 무극/태극 곧 근원적 진리는 무차별적이고 무한하여 구체적 제약이나 내용이 없이 통일되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음
○ 이에 대해 이언적은 모든 변화 현상의 근원 원리는 이(理)이며 리는 기에 선행하는 근원적 존재라고 보았음. 그러면서 근원적 원칙과 현상과의 차이를 구분해야 한다고 보았음. 무극/태극 곧 근원적 진리는 본래 제한이 없지만 현상 세계의 모든 구체적 이치를 이미 갖추고 있음. 진리의 내용[이(理)]은 현상, 현실[기(氣)] 이전에 존재함
=> 현실[기]에 대한 원칙[리]의 우위와 주재력 강조
=> 리는 곧 태극

 지극한 무 가운데 지극한 유가 있으니 그래서 '무극이면서 태극이다'라고 했고, 리가 있은 뒤에 기가 있으니 태극이 양을 낳는다고 했습니다. 이는 리가 비록 기를 떠나지 않으나 실은 또 기와 섞이지도 않음을 말한 것입니다.
-<<회재집>>, <답망기당제1서(送沈敎授序)>
 세상에 성(性: 본성)이 없는 물건이 없으므로 사람과 사물은 각각 그 본성의 자연함을 따라야 하니 일상 생활의 모든 일에는 본래 마땅히 가야 할 길이 있습니다.
-<<회재집>>, <답망기당제1서(送沈敎授序)>

○ 이언적은 공부에 있어서도 순서에 따라 차근차근 해나가야 한다고 보았음. 이치(理)는 이러한 구체적인 일 속에 있으므로 구체적인 행위를 배워서 그 이치를 통해야 한다고 보았음
○ 사람의 몸에는 하늘로부터 받은 진리가 깃들여 있으며, 따라서 진리를 실현하는 것은 몸가짐을 바로잡는 공부에 기초해야 한다고 보았음


오늘의 토론 주제 (2022.09.28)[편집 | 원본 편집]

1. 자신은 이(理) 중심의 철학, 기(氣) 중심의 철학 중 어떤 쪽을 지지하나요?2.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3. 상대되는 입장에 대해 어떤 반박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상대 입장에 대한 질문]


오늘의 토론 결과 (2022.09.28)[편집 | 원본 편집]

  • 기(氣) 중심의 철학 지지

○ 이와 기가 모두 중요하지만 어떤 것을 탐구해서 다가갈 것인지가 중요함. 이의 존재 자체를 확인시켜주는 것이 기임
=> 경험[기]이 우선되어야 형이상[이]에 대해 이야기 할 계기가 생김. 인간은 어찌되었든 기를 통해 이(理)를 추적해 갈 수 있음
○ 이[보편자]는 인간 이상의 차원으로 우리의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기[가변적]임
○ 이와 기의 개념 정비가 필요함. 기가 꼭 형이하적인 것으로만 이해될 수는 없음. 물체만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같은 형이상의 것도 포함한다고 이해해야 함. 기 안에 감각, 차원을 초월한 것도 있음
○ 사람이 잘 살기 위해 진리를 탐구한다는 맥락상(목적상) 기를 우선시 하는 것이 더 힘이 생김. 선험적인 이에 대해서는 인간이 이야기할 수 있는 선이 분명히 있기 때문임
○ 원리가 발현[사용]되지 않으면 원리에 불과함


  • 이(理) 중심의 철학 지지

○ '기'를 입자로 치환하고 '이'를 물리법칙으로 치환해보았을 때, 기가 이보다 먼저라 하면 입자가 물리법칙에 먼저 오는 것이 아닌가?
○ 철학에서 추구하는 것은 참된 이치임. 이가 중심이 되어야 함
○ '이기론'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이'가 우선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음
○ 인간 마음에 공통점이 있음을 기로 설명할 수 있을까?


  • 이(理) vs 기(氣) 배틀

○ 기에 대한 정의의 문제
=> 기는 물질적인 것 vs 기는 모든 현상과 관련된 질료 또는 성질
=> 질료라는 게 선험적인 것을 의미하는가?
=> 기는 보다 세속적인 것, 현실적인 것
○ 기 중심의 철학을 지지하는 조가 이 중심의 철학을 지지하는 조에게[기->이]: 이(理)는 초월적인 것, 인간이 파악할 수 없는 것으로 기를 통해 사용되지 않으면 원리에 불과함. 그래서 이 중심보다는 기 중심의 철학을 하는 게 인간에게 더 유의미함
○ 이->기: 이는 미와 추, 선과 악을 이루는 공통적인 특성이 이(理)이기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기가 작용하는 것임. 이는 충분히 인간의 유의미한 중심을 이루는 원리임
○ 기->이: 이는 초월적, 신적 개념
○ 이->기: 이는 공통적으로 예전부터 하늘과 연관되는 개념. 이치, 원리, 진리라는 말에 이가 포함되어 있음. 이가 중심이 되어야 철학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기->이: 이라는 원리가 발현되는 과정이 기임. 이도 중요하지만 기가 없으면 이에 다가가기 힘듬
○ 이->기: 원리가 원리, 기가 이룸. 이미 이 중심의 철학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임
○ 기->이: 이기의 선후가 그렇게 중요한가?
○ 기->이: 원리[이]를 알기 전에 이 원리를 알게끔 해주는 것이 기임. 우리가 다르다는 걸 깨닫고 그걸 종합해서 나가면 그 다름의 이면에 있는 하나의 원리를 찾을 수 있음
○ 기->이: 신의 눈으로 보면 이가 먼저일 수 있겠다. 하지만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이가 먼저일 수 있을까?
○ 기->이: 이와 기가 모두 중요하다는 걸 알겠지만 어떤 것을 먼저 탐구할 것인가가 중요함. 우리는 세상을 감지할 수 있는 감각이 다섯 개밖에 없음. 이는 형이상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 받아들일 수 없음. 인간이라는 입장에서 인간이기 때문에 생각해 보면 생각하고 감지할 수 있는 소스인 기를 통해 이를 추적해 나갈 수 있음. 이것이 방향성에서는 더 적절함

이 vs 기 배틀에 대해서는 우선 열어두고 조선성리학사의 이기철학 논쟁을 살펴본 후 나중에 다시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