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의 도설: 나의 도설 만들기

한국철학의 도설의 대표적인 예: <천인심성합일지도(天人心性合一之圖)>

• 도설(圖說): 도(圖: 그림, 도상)+설(說: 해설, 설명)

☞ <천인심성합일지도> 원본 ([출처: http://encykorea.aks.ac.kr/Contents/Item/E0055999#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천인심성합일지도> 한글 번역본

• <천인심성합일지도>에 대한 권근의 해설

 주자(朱子, 주희(朱熹, 1130~1200))가 말했다. “하늘은 음양‧오행으로 만물을 변화‧생성시키고 기(氣)로 형체를 이루니 이(理)가 또한 거기에 부여되었다.” 이에 여기에 근거하여 이 그림을 그렸다. 
 이 그림은 주자(周子, 주돈이(周敦頤, 1017~1073))의 <태극도>와 주자(朱子)의 『중용장구(中庸章句)』의 설에 의거해서 인간의 심성(心性)에다가 이기(理氣)와 선악(善惡)으로 달라지는 것을 밝혀서 배우는 이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그러므로 만물이 변화‧생성[화생(化生)]하는 형상까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을 비롯한 만물이 태어나게 되는 이치는 같지만 기(氣)가 통하고 막힘, 치우치고 올바름의 차이가 있게 된다. 기(氣)가 올바르고 통했으면 사람이 되고 기(氣)가 치우치고 막혔으면 물건이 된다. 이 그림에 근거해 보면 성자권(誠字圈, ‘성(誠)’이라는 글자가 쓰인 권역)이 가장 바르고 잘 통했기 때문에 성인(聖人)이 된다. 경자권(敬字圈, ‘경(敬)’이라는 글자가 쓰인 권역)은 그 다음으로 바르고 통했기 때문에 일반 사람[중인(衆人)]이 된다. 욕자권(欲字圈, ‘욕(欲)’이라는 글자가 쓰인 권역)은 치우치고 막혔으므로 물건이 된다. 그 밑에 금수처럼 옆으로 누워있는 것이 한층 더 치우치고 막히면 풀과 나무가 되는 것이다. 
 만물이 변화‧생성하는 형상이 또한 그 속에서 갖추어진다. 천지의 조화는 낳고 낳음이 끝이 없으니 가버린 자는 쉬고 다시 오는 자가 이어간다. 사람과 짐승, 풀과 나무, 천만 가지 형상이 각각 본성(性)과 명(命)으로 태어나는 것이 모두 하나의 태극에서 흘러나온 것이다. 
 그러므로 만물이 각각 하나의 이(理)를 갖고 있는 것이고 만물의 이(理)는 다 같이 하나의 근원에서 나왔으니 한 포기의 풀, 한 그루의 나무라도 다 각기 하나의 태극을 가지고 있는 것이며 천하에 본성(性) 밖에 다른 것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중용』에 말했다. “자기의 본성을 극진히 할 수 있으면 남의 본성도 극진하게 해줄 수 있고, 만물의 본성을 극진히 해줄 수 있어서 천지의 변화‧양육작용[화육(化育)]을 도울 수 있다.” 아, 얼마나 지극한 말인가!

한국 유학의 도설(도상)의 다양한 양상들

☞ 유권종, ｢유교 도상의 분류체계에 관한 연구｣, 『유학연구』제20집, 충남대 유학연구소, 2009

1. 학문적 원리에 관한 도상들

- 유학의 세계 및 인간에 관한 도상
- 심성 및 수양에 관한 도상
- 교육에 관한 도상
- 성학(聖學)에 관한 도상
- 정치 및 역사에 관한 도상
등 유학의 학문 전체 영역에 미침

=> 유학의 철학적 세계관, 학문적 원리들을 도상을 통해 체계적으로 정리했음. 또 때로는 자신이 생각하는 유학의 주요 개념들[심(心), 성(性), 정(情)]을 도상으로 표현했고 이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철학적 논의, 철학적 논쟁으로 발전되기도 했음

2. 유교 텍스트의 그 체계 및 내용을 정리한 도상들

-논어, 맹자, 대학, 중용 등의 유교의 기본 텍스트인 사서(四書)를 비롯하여 서경, 시경, 춘추, 주역 등 오경(五經), 예학 등 유교의 주요 텍스트의 체계를 정리한 도상들이 있었음

• 예시: 권근의 『입학도설』에는 유교 경전인 『대학』을 비롯하여 여러 텍스트의 체계와 주요 내용들을 일목요연하게 도상을 통해 정리했음

=> 자신이 이해하는 텍스트의 핵심 내용 키워드들을 도상으로 한눈에 정리하기도 했음

3. 실용분야의 도상들

- 지도, 기구 기물, 천문, 복식 등 당시 현실적인 공간, 의/식/주, 의례 등을 그림으로 표현한 도상들이 있었음

한국철학의 도상 들여다보기

퇴계 이황의 <성학십도(聖學十圖)>

• <성학십도(聖學十圖)> 소개

○ 1568년, 68세의 퇴계가 17세의 선조에게 바친 책
○ 1567년 선조는 16세로 즉위하자 퇴계에게 관직을 내렸으나 퇴계가 벼슬을 사양해서 응하지 않다가 다음해 7월 판중추부사로 임명됨. 하지만 경연에서 여러 차례 시강도 했으나 늙고 병약한 자신의 한계도 느끼고 어린 선조의 학문적 이해 능력에도 한계를 느껴 12월에 <성학십도>를 만들어 올림. <성학십도>는 퇴계의 평생의 학문적 여정이 담겨 있는 책임. 이후 퇴계는 귀향하여 2년 뒤 음력 1570년 12월(양력 1571년 1월) 70세로 세상을 떠남

 『조선왕조실록』 선조(수정실록) 1년 무진(1568) 12월 1일

 이황이 <성학십도>를 올리다

 이황이 <성학십도(聖學十圖)>를 올렸는데,
 1. 태극도(太極圖), 2. 서명도(西銘圖), 3. 소학도(小學圖), 4. 대학도(大學圖), 5. 백록동규도(白鹿洞規圖), 6. 심통성정도(心統性情圖), 7. 인설도(仁說圖), 8. 심학도(心學圖), 9. 경재잠도(敬齋箴圖), 10. 숙흥야매잠도(夙興夜寐箴圖)였다. 임금은 그것이 학문하는 데 매우 긴절한 것이라 하여 그것을 병풍으로 만들라고 명하여 이를 보면서 반성하였다. 그때 이황은 돌아갈 뜻을 이미 결정했기 때문에 이 도(圖)를 만들어 올리며 ‘제가 나라에 보답할 것은 이 도뿐입니다.’ 하였다.

• <성학십도> 병풍 사례

• 여기에서 성학(聖學)이란 성인이 되기 위한 학문이라는 의미임. 퇴계는 선현의 학설 가운데에서 성학에 요긴한 10가지 학설과 그림을 모아 <성학십도>를 만들었음

☞ 이황 지음, 이광호 옮김, 『성학십도(聖學十圖)』, 홍익출판사

1. 태극도	2. 서명도	3. 소학도

4. 대학도	5. 백록동규도	6. 심통성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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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인설도	8. 심학도	9. 경재잠도

10. 숙흥야매잠도

• <성학십도(聖學十圖)> 구성

1. 태극도(太極圖)

○ 주돈이의 태극도에 주희가 해설을 단 부분에 대해 퇴계의 설명이 덧붙여졌음
○ 우주 생성의 원리와 천도와 인도와의 관계가 담겨 있음

2. 서명도(西銘圖)

○ 송나라 때 성리학자 장재(張載, 1020~1077)가 지은 『서명(西銘)』에 대해 정복심(程復心, 1279~1368)이 그린 그림, 주희, 양시(楊時, 1053~1135), 요로(饒魯) 등 송나라 학자들의 『서명』 설명을 퇴계가 정리하고 자신의 설명을 덧붙임
○ 이치가 하나로 귀결된다는 점과 하늘을 섬기는 도를 밝히고 있음

3. 소학도(小學圖)

○ 퇴계가 그린 <소학도>에 주희가 지은 『소학』의 서문, 퇴계의 설명이 담겨 있음
○ 유교공부의 기본이 되는 일상생활과 대인관계, 몸가짐의 예절과 유교의 기본 교육인 육예(六藝: 예, 악(樂: 음악), 사(射: 활쏘기), 어(御: 말타기), 서(書: 붓글씨), 수(數: 수학))를 담은 『소학』의 기본 취지와 공부의 대강을 정리했음

4. 대학도(大學圖)

○ 권근(權近, 1352~1409)의 그림에 『대학』이라는 경전의 문장, 이에 대한 주희의 해설, 그리고 퇴계의 설명이 담겨 있음
○ 『대학』 공부의 목표와 공부 절차, 그 효과와 파급력 등을 담고 있음

5. 백록동규도(白鹿洞規圖)

○ <백록동규도>는 백록동서원의 학자들에게 게시하기 위해 주희가 지은 학규임. 퇴계가 그림을 그렸으며 주희가 쓴 글에 퇴계가 설명을 붙였음
○ 오륜을 통한 윤리의 인식과 실천이 유학의 근본적인 문제임을 밝히고 있음

6. 심통성정도(心統性情圖)

○ 정복심의 그림(<상도>)에 퇴계의 그림(<중도>, <하도>)이 덧붙여져 있으며, 이에 대한 정복심의 글에 퇴계의 설명이 덧붙여져 있음
○ 이와 기를 합하고 성과 정을 총괄하는 인간 마음의 구조와 마음 작용의 원리를 담고 있음

7. 인설도(仁說圖)

○ 주희의 『인설(仁說)』에 대한 퇴계의 그림과 퇴계의 설명이 담겨 있음
○ 인의 본체와 작용의 원리를 담고 있음

8. 심학도(心學圖)

○ 정복심의 그림과 <심학도설> 글, 그리고 이에 대한 퇴계의 설명이 담겨 있음
○ 인간 마음의 구조와 마음 공부의 핵심으로서의 경(敬)

9. 경재잠도(敬齋箴圖)

○ 주희의 <경재잠>에 왕백(王柏, 1197~1274)의 그림, 이에 대한 송나라 학자들의 언급, 그리고 이를 종합적으로 정리한 퇴계의 설명이 담겨 있음
○ 구체적인 경(敬) 공부와 실천의 방법을 담고 있음

10. 숙흥야매잠도(夙興夜寐箴圖)

○ 중국 송나라 학자 진백(陳栢)의 <숙흥야매잠>에 퇴계의 그림, 설명이 담겨 있음
○ 일상생활 속에서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의 몸과 마음가짐, 독서와 휴식 등의 구체적인 수양방법이 담겨 있음

 ☞  퇴계는 어떤 방식으로 유학의 주요 사유들을 도설로 표현했나?

퇴계 이황의 <성학십도(聖學十圖)>를 통해 본 분석 방식

• 2. 서명도: 어떤 시각, 어떤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사람-사물, 임금-신하, 어른-어린이, 성인-현인, 귀한 사람-천한 사람의 차이가 어떻게 이해되는지

 ☞ 한국 문화와 철학 연구, 콘텐츠에서도 역시 적용될 수 있는 점임. 하나의 연구주제에 대해서도 어떤 입장/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연구주제는 다변화될 수 있음. 콘텐츠 역시 콘텐츠 대상자가 누구인지, 어떤 시각, 어떤 입장에서의 콘텐츠 개발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함

• 3. 소학도: 소학의 절차, 단계에 따른 구분. 기본 취지와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공부의 개요
• 4. 대학도: 대학 공부의 목표, 그 목표에 따른 공부 절차, 그 효과와 파급력

 ☞ 한국 문화와 철학 연구, 콘텐츠에서도 역시 적용될 수 있는 점임. 한 연구주제가 절차, 단계에 따라 분석될 수도 있고 커다란 목표/취지 하에 구체적인 단계들로 분석될 수도 있음. 콘텐츠 개발도 역시 어떤 단계를 거쳐 어떻게 보여지고 이용자가 어떤 단계를 거쳐 무엇을 경험한지에 대한 구체적인 플랜이 필요함

• 5. 백록동규도: 오륜이라는 5가지 동등한 무게를 지닌 주제어를 중심으로 이것을 실천하기 위한 인식과 실천의 단계가 어떠한지 그 인식과 실천들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묶어냈음

 ☞ 한국 문화와 철학 연구, 콘텐츠에서도 역시 적용될 수 있는 점임. 연구주제는 몇 가지 동등한 세부적인 주제들로 다루어질 수 있음. 그리고 그 주제어들이 서로 어떤 측면에서 어떻게 묶일 수 있는지 분석할 수 있음. 콘텐츠 개발 역시 몇 가지 큰 주제, 혹은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구성해 볼 수 있음

• 6. 심통성정도: 마음을 이루는 성, 정을 통해 그것이 발휘되지 않았을 때, 이미 발했을 때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 한국 문화와 철학 연구, 콘텐츠에서도 역시 적용될 수 있는 점임. 연구주제를 이루는 구성요소를 중심으로 분석할 수 있음. 그리고 그 구성요소들이 어떤 진행과정을 통해 어떻게 발전되는지 분석할 수 있음

등등 퇴계의 <성학십도(聖學十圖)>는 한국철학의 주요 주제들을 어떻게 구성하고 표현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함

 ☞  이처럼 우리도 우리만의 연구, 콘텐츠 분석을 담은 도설을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의 활동 주제(2023.9.19): 우리의 도설 만들기

 <조별 연구/콘텐츠 주제를 도설로 한 눈에 보이게 표현해 보기>

 ☞ 1. 조별 연구/콘텐츠 주제와 관련한 키워드, 핵심 내용(가능하면 단어, 아주 간단한 문장들로)들을 포스트잇에 자유롭게 마구 적어보세요."
 ※ 포함시키기 어려운 것은 나중에 제외시키면 되니 우선은 각자 자유롭게 적어봅시다. 인터넷 서치해서 적어도 좋습니다.

 ☞ 2. 1에서 포스트잇에 적은 내용들을 큰 전지에 비슷한 것들끼리 묶어보세요. 그리고 그 비슷한 것들이 모인 카테고리에 어떤 이름을 붙여줄 수 있는지 적어보세요.
 ※ 카테고리에 포함시키 어려운 포스트잇은 따로 모아두세요. 
 ※ 그리고 중요한 건 큰 묶음 카테고리들끼리 일정한 연관관계가 있으면 좋습니다. 퇴계식으로 보면 대주제의 구성요소, 큰 절차, 시각/입장에 따른 관점 등 큰 카테고리 키워들끼리 서로 설명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 3. 2의 내용을 한 장의 그림(도상)으로 표현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