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남자 정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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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남자>> 시대배경, 황로사상
☞ 이석명, <<회남자: 한대 지식의 집대성>>, 사계절, 2004
☞ 유안 편찬, 이준영 해역, <<회남자>>, 자유문고, 2015
- 황로사상의 특징은 도가 사상을 중심으로 유가, 법가, 음양가 등 여러 사상을 종합했다는 데 있음
- 도가는 도를 중심 원리로 한 형이상학적 바탕을 제공하고 뭇 사상 요소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통일성'의 근거로 자리함
- <<회남자>>는 바로 이러한 황로학적 분위기 속에서 쓰여졌음
- 황로: 황제(黃帝)+노자. 황제에게서 기원하여 노자에게 집대성되었다고 여기는 사상
- 고대 신화에 따르면 황제(黃帝)는 의술과 침구술을 개발했다고 알려져왔음
- <<황제내경>>의 주인공은 황제(黃帝)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의학서로 알려져 있음. 여기에는 자연에 순응하는 양생의 지혜를 소개하고 있음
- 황로사상은 기존의 법가가 통치를 위해 법치에 지나치게 의존한 것에 비해 개인의 건강과 행복, 즉 양생을 함께 추구한 사상임
- 황로사상은 한나라 때 정치철학으로 기능하게 됨. 도가철학의 무위(無爲)를 통치자의 통치술 차원에서 제시했음. 황로 저작인 <<여씨춘추>>에서는 "도가 있는 바른 군주는 (객관적 상황에) 따를 뿐 작위를 행하지 않고, 문책을 할 뿐 일일이 시키지 않으며, (주관적) 상념과 의도를 버리고 고요함과 텅 비움으로써 기다린다"라고 하여 군주의 무위적 통치 자세를 주장했음
- 한편 군주가 무위해야 하는 근거를 원시 도가와 마찬가지로 천지자연에서 찾았음. 인간세의 이상적 통치자는 자연 질서를 본받아야 하며 자연 질서의 방식은 바로 무위라는 것임
- 노자는 "백성을 다스리기 어려운 것은 윗 사람들이 유위[有爲, 자연법칙과 어긋나는 인위적인 작위를 말함]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면서 외형상 유위를 배척하는 태도를 보임
- 하지만 황로학의 무위는 인간의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유위의 요소도 아우름
"내가 말하는 무위는 사사로운 뜻이 공적인 길에 끼어들지 않고 개인적 욕망으로 인해 올바른 통치 방법이 왜곡되지 않으며 이치에 따라 일을 실행하고 객관적 바탕에 따라서 공로와 업적을 세운다." <<회남자>>
=> 여기에서 보이는 무위는 일을 실행한다, 공로와 업적을 세운다와 같이 개인의 능동적인 행위를 포괄하는 것임
- 한나라 초기에 황로학이 정치철학으로서 역할을 했지만 한무제(B.C.134년 즉위) 이후 유교사상이 동중서의 건의에 따라 국교가 되었음
- 하지만 황로학은 양생술[자연에서 부여받은 개인의 생명을 온전히 보전하는 법]로 개인들에게 중요하게 받아들여졌으며 통치자들 또한 표면적으로는 유교 정치를 표방했지만 내적으로 개인의 양생에 관심이 많았음
<<회남자>> <주술훈(主術訓)>
군주의 정치술이란 무위(無爲)의 일에 처해[자연 그대로의 일에 맡기고] 말하지 않는 가르침(명령)을 행한다. 맑고 고요한 상태로 활동하지 않고 법도를 한결같이 시행해서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옛 관례에 따라 아래에 맡기고 성과만을 취하고 (스스로를) 수고롭게 하지 않는 것이다. ... 나아가고 물러나는 것은 때에 맞게 하고, 활동하고 정지하는 것은 이치를 따르며, 추한 것과 아름다운 것에 따라 좋아하고 미워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 물이 탁하면 물고기가 입을 뻐끔거린다. 정치가 까다로우면 백성들은 어지러워진다. 그러므로 호랑이와 표범과 물소와 코끼리를 기르는 자는 우리를 만들어 짐승들이 즐기고자 하는 것을 제공하고 짐승들이 배고픈 것을 적당하게 하고 짐승들이 성내는 것을 멀리한다. 그러나 짐승들이 목숨을 제대로 끝마치지 못하는 것은 몸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위에서 거짓이 많아지게 되면 아래에도 거짓이 많아지게 된다. 위에서 일을 많이 하면 아래에서 닮는 것이 많아진다. 위에서 번거롭고 요란스러우면 아래에서는 안정되지 못한다. 위에서 구하는 것이 많게 되면 아래에서는 서로 다투게 된다. ... 성인(聖人)은 일을 덜어서 쉽게 다스리고 구하는 것을 적게 해서 공급을 쉽게 했다. 베풀지 않아도 인(仁)하고 말하지 않아도 믿게 되고 구하지 않아도 얻으며 일하지 않아도 이루어졌다.
-<<회남자>> <주술훈>
<<회남자>> 속 이상적인 리더의 모습
눈비가 내리고 서리와 이슬이 내려 만물을 살리고 죽이고 하지만, 하늘은 거기에 아무런 행위도 하지 않는다. 이처럼 아무런 행위도 하지 않지만 하늘은 오히려 받들어진다. 문서와 법에 따라 관리와 백성을 다스리는 자는 유사(有司: 실무자)이며 군주는 거기에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는다.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지만 군주는 오히려 받들어진다.
-<<회남자>> <전언훈>
명철한 군주의 정치는 나라에 처벌을 받는 이가 있어도 군주는 화내지 않고, 조정에서 상을 받는 자가 있어도 군주는 간여함이 없다. 처벌받는 자는 군주를 원망하지 않고 자신의 죄를 당연하게 여긴다. 상을 받는 자도 윗사람의 덕택으로 여기지 않고 자신의 공로만으로 이룬 것으로 여긴다. 백성들이 처벌이나 상이 돌아오는 것이 모두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성과에 힘쓰고 일을 잘 받아나간다. 이 때문에 조정은 잡초가 무성해져 발자취가 없지만 논과 밭은 잘 개간되어 풀이 없는 것이다. ... 군주는 고요하고 조용하여 조급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관리들이 제 직분을 잘 닦아나갈 수 있게 된다. 비유하자면 군대에서 지휘권을 가진 사람이 자기 멋대로 지시를 내리면 군대가 어지러워지는 것과 같다. ... 군자가 정치를 하는 것은 심신을 청정하고 밝게 하며 마음을 텅 비우고 뜻을 부드럽게 하는 것이다.
-<<회남자>> <주술훈>
- 통치자의 기본 자질: 고요함, 비움, 공평무사. 공정성과 객관성. 무위의 중요한 자질
- 통치자의 사사로운 감정의 위험성
군주가 어진 것만 좋아하면 공이 없는 자가 상을 받고 죄 있는 자가 풀려나게 되며, 형벌만 좋아하면 공 있는 자가 벌을 받고 죄 없는 자가 죽임을 당하게 된다.
-<<회남자>> <전언훈>
<<회남자>> 속 통치자의 통치술 1
성인은 백성들이 좋아하는 바에 근거해서 선을 권하고, 백성들이 싫어하는 바에 근거해서 간사함을 금지한다. 그러므로 한 사람을 상주면 천하 사람들이 모두 군주를 칭찬하고 한 사람을 벌하면 천하 사람들이 모두 군주를 두려워하게 된다.
-<<회남자>> <범론훈>
성인의 다스림은 백성의 본성을 개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천성으로 지니고 있는 것[본성]에 근거해서 그것을 계발시켜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의 공은] '근거하면' 크게 되고 의도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면 작게 된다.
-<<회남자>> <태족훈>
군주가 백성에게서 세금을 거둘 때는 반드시 그 해의 수확량을 먼저 계산하고 백성의 축적량을 헤아리며 기근과 부족 여부를 파악한다. 그런 후에 수레와 옷과 음식을 취하여 군주 자신의 욕구를 채운다.
-<<회남자>> <주술훈>
=> 백성의 본성, 욕구, 성향에 대한 정확한 파악
<<회남자>> 속 통치자의 통치술 2
군주의 도는 원과 같으니 빙빙 돌아도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백성을 변화시키고 육성함은 마치 신명과 같다. 그것은 드러나지 않음에 머물고 객관적 상황에 따르며, 항상 뒤에 설 뿐 앞서지 않는다. 신하의 도는 네모와 같으니 논하는 것이 올바르고 처하는 바가 합당하며 일을 행할 때는 앞서서 제창하고 직분을 분명히 하며 이렇게 함으로써 공을 세우고 완성한다. 그러므로 군주와 신하가 도를 달리하면 다스려지고 같이 하면 어지러워진다. 각각 그 마땅함을 얻고 그 합당함에 처하면 위와 아래가 서로 부릴 수 있게 된다.
-<<회남자>> <주술훈>
현명한 군주가 사람을 쓰는 것은 뛰어난 목수가 나무를 다루는 것과 같다. 큰 것은 선박이나 대들보로 쓰고, 작은 것은 노나 문설주로 쓰며, 긴 것은 서까래로 쓰고, 짧은 것은 대들보 위의 짧은 기둥이나 두공으로 쓴다. 이렇게 하면 크고 작음 또는 길고 짧음에 상관없이 각각 그 마땅한 바를 얻게 되며, 곡자(컴버스)나 직각자 할 것 없이 모두 그 마땅한 바에 쓰이게 된다.
-<<회남자>> <주술훈>
군주는 궁궐 깊숙이 거처함으로써 더위와 습기를 피하고, 침전의 입구를 이중, 삼중으로 막음으로써 간사한 자들을 피하며, 가까이로는 고을의 사정도 알지 못하고 멀리로는 산과 연못의 형체도 알지 못하며, 눈으로는 장막 밖 십 리 앞도 내다볼 수 없고 귀로는 백 걸음 밖도 들을 수 없다. 그러나 군주가 천하의 사물에 대해 통달하지 못하는 바가 없는 것은 군주에게 정보를 실어다 주는 자가 많고 천하의 실정을 헤아려 주는 자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노자는 "문 밖을 나가지 않아도 천하를 알고, 창 밖을 내다보지 않아도 천도를 안다"고 말하는 것이다.
-<<회남자>> <주술훈>
=> 도가 무위 정치의 이상인 "다스림이 없어도 다스려지지 않는 것이 없다"를 현실화할 수 있는 방안: 인재 등용
<<회남자>> 속 통치자의 통치술 3
인간의 재능은 전적으로 믿고 쓸 수 없지만, 제도 장치는 대대로 전해질 수 있다.
-<<회남자>> <무칭훈>
법률과 제도는 군주가 백성을 다스리는 근원이다. 이를 놓아 버리고 쓰지 않는다면 이는 마치 고삐 없이 말을 모는 것과 같다. 이렇게 되면 신하와 백성이 오히려 군주를 농락하게 될 것이다.
-<<회남자>> <주술훈>
저울은 왼쪽과 오른쪽에 대해 사사로이 가볍거나 무겁지 않으니, 이 때문에 무게를 다는 기준이 될 수 있다. 먹줄은 안과 밖에 대해 사사로이 굽거나 곧음이 없으니 이 때문에 사물을 바로잡는 기준이 될 수 있다. 군주는 법을 사용함에 있어 사사로이 좋아하고 미워하는 것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법을 통해 아랫사람들에게 명령할 수 있다.
-<<회남자>> <주술훈>
- 객관성과 공정성을 지닌 법을 무위정치와 연결시키고자 했음. 법과 같은 제도 장치를 활용함으로써 도가의 이상인 무위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보았음
지금 저 저울추와 저울대, 그리고 곡자와 직각자가 한번 정해지면 진나라나 초나라에서도 그 기준이 변하지 않는다. ... 그것들은 한번 만들어지면 영원히 전해지며, 그 운용은 무위적이다. 이렇게 되면 국가에는 망하는 군주가 있더라도 세상에는 도가 사라지는 경우가 없으며, 사람 가운데는 곤궁한 자가 있을지라도 이치는 통하지 않는 경우가 없다. 이로써 볼 때 무위는 도의 근본이다.
-<<회남자>> <주술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