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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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부탁드리는 사항: 우리 공부의 특징은 수 천년간 축적된 텍스트를 자기 연구 주제, 연구 방향성에 따라 적절하게 취사 선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오늘 고형을 다루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주역』을 예시로 하여 『주역』이라는 텍스트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분석할 거냐에 따라 어떤 주석들, 혹은 역학서적들을 어떠한 기준에 따라 다루어야 하는지 생각해보기 위함입니다.


○ 고형(1900~1986)은 현대 고문자 학자이자 고대 문화사가임. 청화(淸華)대학 연구원을 졸업하고, 무한대학, 산동대학 등 여러 대학의 교수를 역임했음. 경학, 사학과 금석, 갑골문자에 조예가 깊었으며, 『시경』, 『상서』, 『주역』을 중점적으로 연구했음
○ 고형은 『주역』의 괘명, 괘사, 효사 및 점법을 고증하면서 팔괘는 원시 사회 시기에 출현한 것이며, 64괘는 늦어도 은대에 출현한 것이라고 여겼음. 서주 초기에 그 이전 시대부터 내려온 점법 혹은 점책을 바탕으로 쓴 책이 『주역』이며, 동주에 이르러 이 『주역』을 해설하여 인간사의 길흉을 점치는 것으로 우주 만물의 변화를 상징한 것이 『역전』이라고 보았음. 역학 저서에는 『주역고경통설周易古經通說』, 『주역고경금주』(1940), 『주역잡론周易雜論』(1962), 『주역대전금주』(1970)가 있음


주역 형성에 관한 최근 견해들[편집 | 원본 편집]

 “나의 『고사변』 작업은 봉건주의를 철저히 파괴하는 것이다. 나는 고서(古書)가 단지 고서일 뿐 현대의 지식이 되지 않게 하고, 고대사가 단지 고대사일 뿐 현대의 정치와 윤리가 되지 않게 하고, 고인(古人)이 단지 고인일 뿐 현대 사상의 권위가 되지 않게 하려고 한다.
 바꿔 말하면, 나는 종교적 성향을 가진 봉건 경전인 ‘경(經)’을 잘 챙겨 봉건 박물관으로 보내어 그 존엄성을 벗기고 그런 뒤 옛 사상이 다시는 새로운 시대 안에서 연속될 수 없도록 하려고 한다.”
-고힐강 저, 김병준 역, 『고사변 자서』, 소명출판, 2012


  • 고힐강의 『고사변』의 의미

○ 고힐강이 내세운 논문의 모든 결론이 옳다고 할 수는 없으며, 스스로 고대사 논의 과정에서 자신의 잘못된 인식에 대해 수정하기도 했지만, 그의 시각은 기존 고대사, 유교경전 해석에 전환점을 마련해 주었음
○ 그의 소신은 중국 사학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침. 고서(古書)와 고인(古人)의 권위에 눌려 이를 무조건 승인하고 그것에 기초해서 고대사를 해석하지 않게 되었으며, 유교 경전도 역사학적 사료 비판을 거쳐야 할 대상이라고 인식하게 됨


  • 주역의 작자와 성립연대와 관한 논의들

☞ 療名春 등 지음, 심경호 옮김, 『주역철학사』, 예문서원, 2009, 710~713쪽

○ 『주역』 경문(『역경』)의 작자에 대해 고힐강, 여영량(余永梁) 등은 복희, 문왕이 지은 것이 아니라 주나라 초기 작품이라고 보았음
○ 이경지(李鏡池) 등은 『주역』이 서주 말기에 시경과 대략 같은 시기에 편성되었고 작자는 한 사람이 아니라고 했음
○ 『역전』에 대해서는 전목(錢穆), 고힐강, 풍우란(馮友蘭) 등은 공자 작자설을 부정했음
○ 『역경』의 형성 연대에 관해 풍우란은 장기간에 걸쳐 온축되었으며 은말 주초에 원형이 이루어졌으나 문왕, 주공에 의해 만든 것은 아니며 『역전』도 공자 한 사람이 일시에 만든 것이 아니라 전국 말에서 진한에 이르는 시기 유가의 작품이라고 보았음
○ 고형(高亨, 1900~1986)은 십익이 모두 전국시대에 쓰여졌으며, 「단전」과 「상전」은 조금 빨라 춘추 말기에 쓰여졌을 것이라고 보았음

※ 참고: 중국 고대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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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대인들의 생활상이 담긴 문헌으로서 주역에 대한 이해: 곽말약(郭沫若, 1892~1978)

☞ 郭沫若著作編輯出版委員會 편, 『郭沫若全集: 歷史編 第一卷』(人民出版社, 1982), 37-67쪽

○ 『역경』 괘·효사는 매우 추상적이거나 혹은 매우 단순한 관념적인 문제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현실 사회의 생활과 관련한 구절들임. 이러한 생활 양상들은 당시에 현존하고 있었던 것임
○ 이러한 생각 하에 곽말약은 『역경』에 담긴 고대인들의 생활상을 어렵(漁獵)·목축·교통·경작·기물 등의 생활의 토대, 가족관계·정치조직과 제사·전쟁·상벌과 같은 사회 구조로서의 행정 사항·계급, 종교·예술·사상 등의 정신적 산물로 분석하여 논의했음


고형의 해석으로 보는 건괘(乾卦): 『주역대전금주(周易大傳今注)』를 중심으로[편집 | 원본 편집]

건괘 괘사[편집 | 원본 편집]

  乾(건)은 元亨利貞(원형이정)하니라.
  • 경(經)의 해석: 건은 괘명이다. 원(元)은 큼이다. 형(亨)은 향(享)자로 제사지냄이다. 이(利)는 이익의 이(利)이다. 정(貞)은 점[占問]이다. 괘사의 뜻은 다음과 같다. "점을 쳐서 이 괘를 만나면 크게 제향하는[大享] 제사를 거행할 수 있으면 이로움이 있다는[유리하다는] 점이다.
  • 전(傳)의 해석: 전(傳)의 독법은 다음과 같다. "건은 원, 형, 이, 정하니라." 건은 괘명이고 하늘이다. 원은 선함이다. 형은 아름다움이다. 이(利)는 사물을 이롭게 함이다. 정은 바름이다. 하늘에 선함, 아름다움, 사물을 이롭게 함, 바른 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건은 원, 형, 이, 정하니라."라고 한 것이다. 「문언전」에서 군자 또한 이러한 덕을 가졌다고 말했다.

☞ 실제 「문언전」에서는 "元은 善의 으뜸이요, 亨은 아름다움의 모임이요, 利는 義의 화합함이요, 貞은 일의 根幹이다. 君子가 仁을 체행하는 것이 충분히 사람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으며, 모임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 禮에 합할 수 있으며, 물건을 이롭게 하는 것이 義에 화합할 수 있으며, 貞固함이 일의 根幹이 될 수 있으니, 君子는 이 네 가지 德을 행하는 자이다.(「元」者,善之長也;「亨」者,嘉之會也;「利」者,義之和也;「貞」者,事之幹也。君子體仁足以長人,嘉會足以合禮,利物足以和義,貞固足以幹事。君子行此四德者,故曰「乾、元、亨、利、貞」。)"라고 했음


「단전(彖傳)」[편집 | 원본 편집]

 彖曰(단왈) 大哉(대재)라 乾元(건원)이여! 萬物(만물)이 資始(자시)하나니, 乃統天(내통천)이로다. 
  「단전(彖傳)」에 말했다. “위대하구나, 건원(乾元)이여! 만물이 (여기에) 의뢰하여 시작되니 하늘을 총괄한다. 
  • 건괘는 하늘을 상징하기 때문에 「단전」에서 하늘의 덕으로 괘사를 해석한 것이다. 자(資)는 의뢰함(賴)이다. "위대하구나 건원이여. 만물이 여기에 의뢰하여 시작한다"는 위대하구나 천덕(天德)의 선함이여 만물이 여기에 의뢰하여 시작함이 있게 된다는 것을 말함이다. 곤괘 「단전」에 "지극하구나 곤원(坤元)이여 만물이 여기에 의뢰하여 생장한다"라고 한 것은 지극하구나 지덕(地德)의 선함이여 만물이 여기에 의뢰하여 생장한다는 것을 말함이다.
  • 「단전」에서는 천지를 남녀와 같아서 하늘이 만물을 창시(시작)하고 땅은 만물을 생장시킨다고 여겼다.


 雲行雨施(운행우시)하여 品物(품물)이 流形(유형)하나니라. 大明終始(대명종시)하면 六位時成(육위시성)하나니 時乘六龍(시승육룡)하여 以御天(이통천)하나니라.  
 [전통적인 해석]: 구름이 떠가고 비가 내려 온갖 물건들이 (각자 모습대로) 형체를 갖춘다. 끝과 처음을 크게 밝히면 괘의 여섯 자리가 때에 맞게 이루어지니 때에 맞게 여섯용을 타고서 천도를 운행한다.  
 [고형의 해석]: 구름이 떠가고 비가 내려 온갖 물건들이 형체를 움직일 수 있게 된다. 크게 밝은 하늘이 마치고 시작함에 여섯 방위가 이에 정해지니 시간에 따라 [해가] 여섯 용을 타고 하늘을 운행한다.  


  • 『집해(集解)』에서는 후과(侯果)를 인용하여 "대명(大明)은 해이다."라고 했는데 매우 맞는 말이다. 해는 우주 최대의 빛나고 밝은 것이기 때문에 고대인들이 '대명(大明)'이라고 지칭했다. 마침[終]은 해가 들어가는 것이다. 시작함[始]는 해가 나오는 것이다. "대명종시(大明終始)는 해가 들어가고 해가 나오는 것을 말하는 것과 같다. 여섯 자리는 상하사방의 방위이다. 유월(兪樾: 청말 학자)이 말했다. "『이아(爾雅)』 「석고(釋詁)」에 "시(時)는 시(是)이다." 앞의 시(時)자는 "이에"이고 아래 시(時)자는 시간이다. 성(成)은 정함[定]과 같다. "육위시성(六位時成)"은 "여섯 방위에 이에 정해진다"는 뜻이다. 해가 하늘을 운행한 이후에 우주가 빛나고 밝아져서 하늘이 위에 있게 되었고 땅이 아래 있게 되었으며 해나 나오는 곳이 동족이 되고 해가 들어가는 곳이 서쪽이 되고 해가 향하는 곳이 남쪽이 되고 해를 등진 곳이 북쪽이 되었다. 이에 상하 사방의 위치가 정해지게 되었다.
  • 『집해(集解)』에서는 순상(荀爽)을 인용하여 "어(御)는 운행함[行]이다."라고 했다. 상고시기 신화에서 해가 하늘을 운행할 때 수레를 탔는데 수레에는 여섯 마리의 용이 멍에를 매고 있었고 그 어머니인 희화(羲和)가 이 수레를 몰았다. 나는[고형 자신] 「단전(彖傳)」에서 이 신화를 차용하여 해가 여섯 마리 용을 어거해서 하늘을 운행한다고 말했다고 본다. ... 이 세 구절은 하늘에 해의 운행이 있어서 상하사방이 정해지고 낮, 반, 사계절이 이루어졌다는 점을 말한 것이다.
엥? 주역이 신화까지 연결된다고?!!!!
 고형이 『주역대전금주(周易大傳今注)』서문에서 밝힌 내용(3쪽): 그가 보는 역경(易經), 역전(易傳)
선진(先秦) 시기 고대 전적인 『논어』, 『예기』, 『시자(尸子)』(집본(輯本)), 『순자』, 『여씨춘추』, 『전국책』 등에서 『역경(易經)』을 인용하거나 『역경』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데 모두 상수(象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순자』에는 단 1건의 상수에 관한 언급이 있음) 『좌전』, 『국어』에 이르러서야 춘추시기 사람들이 『역경』을 이용해서 일을 점치거나 『역경』을 인용해서 일에 관해 논하고 있다. ... 『역전』의 작자는 종종 상수를 활용해서 『역경』의 괘명, 괘의 뜻, 괘사, 효사를 해석하고 그것을 자연계, 사회, 정치, 인생 등 여러 방면의 갖가지 관점에 대한 것으로 풀어내기도 했다. ... 나는 『역전』을 주해할 때 반드시 그 고유의 상수설을 밝혀내야 한다고 여겨왔다.


  • 『주역집해(周易集解)』: 당나라 때 역학 성과 중 하나

☞ 요명춘 등 지음, 심경호 옮김,『주역철학사』, 예문서원, 2009, 267~268쪽

○ 당대(唐代) 역학은 앞시대 및 동시대의 역학 성과를 총결산하는 경향을 띄어 송대 이후 역학의 발전에 확고한 기초를 마련해 주었음
○ 당대 역학의 이러한 경향은 공영달 주편(主編)의 『주역정의』와 이정조 편의 『주역집해』라는 두 역학 대저를 출현하게 하였음
○ 공영달 주편의 『주역정의』는 왕필과 한강백 주를 채용하여 각 구절마다 해석을 가했음. 『주역정의』는 왕필 이후 왕파(王派) 의리학의 정수를 전부 보존하는 한편 때로는 다른 역학가의 주를 발휘하기도 하고 선택적으로 흡수하기도 하면서 왕파의 설을 더욱 발전시켰음
○ 이정조의 『주역집해』는 한역(漢易) 계보 가운데 상수파의 주를 전부 모았음
○ 『주역정의』는 의리를 중시하고 『주역집해』는 상수에 편중하기는 하였지만 그 둘은 동시에 의리파와 상수파의 경향을 융합했음